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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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중 한명인 리처드 도킨스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는 그의 저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저작일 것이며, 제목만 읽고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논쟁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저작처럼 생각될 것이다.

오해받기 쉬운 제목으로 인해서 제목만을 읽고 내용도 파악하기 전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게 될지도 모르고, 제목 때문에 정작 내용을 읽으면서는 무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담겨져 있다며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서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 같다는 기분을 갖고 있다.

워낙 ‘과학’이라고 폭넓게 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해를 해가며 읽었기 보다는 그저 읽었을 뿐이고 접해보았을 뿐인 것 같다는 생각만 앞서는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스는 기본적으로 찰스 다윈으로 대표되는 ‘진화론’의 입장에서 대중들에게 그리고 과학과 생물학 및 동물학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혹은 그 분야로 첫걸음을 내딛은 사람들에게 현재까지의 다양한 논의들과 입장들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입장에 따라 정리한 대표적인 결론들을 제시하면서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던 개체와 종 그리고 유전자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새롭게 정립시켜주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는 최대한 (일반적인)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고, 여러 가지 예들과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제시하며 읽는 이들이 쉽게 납득하고 설득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아마도 발표되었을 당시(1970년대)에 있었던 치열한 논쟁들과 그 논쟁들에 대한 리처드 도킨스 개인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 당시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과학에 대해서 극히 부족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저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하는 입장과 시각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지만, 현재까지도 그가 제시하는 방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딱히 뭐라 불만을 제기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그저 알아서 잘 정리된 논의들이겠지... 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리처드 도킨스는 지속적으로 ‘유전자’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있고, 인간이 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택 및 행위들은 어떠한 목적(혹은 인위적인 어떠한 것)을 갖고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그것(유전자)에 의해서 우리들의 대부분의 행동들과 선택 그리고 생각들이 구성되고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논의들을 진행하면서 그는 유전자가 무엇인지와 함께 그 유전자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이기적’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유전자의 행동 패턴 / 방식(이런 표현이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을 쉽사리 결론 내릴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유전자의 특성을 리처드 도킨스 본인이 오해를 갖기 쉬운 방식으로 제목을 지었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많은 제목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유전자에 대한 논의 이후 (인간이 아닌) 여러 곤충과 동식물을 통해서 친족관계와 세대, 암수간의 관계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여러 지식들을 전달하며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던 관계와 선택들이 얼마나 오해 속를 하고 있고 혹은 오해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깨닫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 사회의 특수성에 대해서 부정하려고만 하지도 않는데, 그는 ‘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 사회가 일반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 이유를 일반적으로 말하는 ‘문화’라는 요소로 인해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좀 더 세밀한 관찰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새로운 연구 분야인 ‘확장된 표현형’에 대한 간략한 논의를 진행하며 논의를 마무리 하는 ‘이기적 유전자’는 개체와 종 그리고 개체(종)와 개체(종)의 관계에 대해서만 논의를 접해본 혹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로서는 조금은 생소한 논의일 것이고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논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별다른 지식도 없었고,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부분이 다른 논의들이었기 때문에 쉽게 읽는데 어려웠기는 했지만 까다로운 주제를 최대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리처드 도킨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긴 하지만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내용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 부족하기만 한 과학과 관련된 지식을 조금 더 채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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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5,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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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다섯 번째 작품인 ‘폭주’는 이야기의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네 번째 작품인 ‘소실’과는 달리 이전의 단편들 모음처럼 그동안의 진행에서의 여백들을 채우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TV 애니메이션을 즐긴 사람들은 세 개의 단편들 중 마지막 단편인 ‘설산증후군’을 빼놓고는 이미 접했던 내용들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 없고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 들 수 있기도 하겠지만 글로 접하는 느낌은 또 다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재미나게 읽힐 수 있었다.

 

각각의 단편들은 사전에 서장을 통해서 쿈의 간단한 논평을 들려준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는데, 항상 그렇듯이 예상 이상의 경험들로 인해서 당황스러웠던 쿈의 회고 혹은 불길한 예금을 통해서 앞으로 또 무슨 황당한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얘기했듯이 이미 애니메이션을 접했던 사람들은 알고 있는 내용들로 인해서 읽으면서 조금은 색다른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컴퓨터 동아리와 게임 대결을 하는 ‘사수자리의 날’은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애니메이션 2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엔들리스 에이트’의 경우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마지막 반복만을 내용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쿈과 SOS단원들이 겪는 반복의 괴로움이 애니메이션과 같이 지나칠 정도로 전달되지는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지루한 반복의 짓눌림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되기 때문에 TV 애니메이션의 시도가 올바른 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다.

 

마지막 단편인 ‘설산증후군’을 통해서 지난 1년에 대해서 뒤돌아보고 있고, 새로운 다짐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들을 통해서 생겨난 처음과는 달라진 관계들이 예기치 않은 상황과 함께 다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조금씩은 변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하고, 미쿠루의 친구인 츠루야의 비중이 조금은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 단편이었다.

 

여전히 재미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단편이라는 한계로 인해서 생각 이상의 새로운 설정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수학적인 지식까지 끌어들일 정도로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온갖 것들을 작품 속에 첨가하려는 의도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의 경험들 중에서 조금은 채워지지 못했던 시기들이 채워져 있으며, 그렇게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쿈과 그리고 SOS단원들이 어떻게 스즈미야 하루히에게 동조하게 되는지를 그리고 서로를 지켜내려고 하는지를 담아내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들이 소속된 조직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조직(SOS단)으로 조금씩 마음이 기울어져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약간씩은 종잡을 수 없는 모습에서 현실을 받아들여가기 시작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변화 또한 엿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지 작가가 조금씩은 고민하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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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8 (양장) - 홈즈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 시리즈 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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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모험의 후기 단편집에 속하는 ‘홈즈의 마지막 인사’는 서문을 통해서 홈즈가 범죄와 관련된 세계를 떠나 양봉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과 함께 이제는 그와 같은 세계를 떠나 여러 모험들에 대해서 회고(만을)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전의 추리 소설에서 좀 더 벗어나 다른 영역(범죄 혹은 첩보 소설)에 조금 더 접근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셜록 홈즈 또한 이전과 같이 지독할 정도로 상세하게 자신의 추론과 추리를 그리고 논리의 과정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고 되도록 간략하게 왓슨에게 설명하며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홈즈와 왓슨이라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놓치기도 싫기 때문에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읽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작품의 성격의 변화와 함께 홈즈 개인의 성격에도 약간의 변화가 보이는데, 이전에는 범죄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해석에만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어떠한 동기에서 범죄가 일어났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며 추론에 대한 논리적 과정에 대해서만 집중하던 홈즈가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홈즈가 변화를 보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홈즈의 마지막 인사’는 두 가지의 성향의 작품들이 함께 모아져 있는데, 첫 번째는 홈즈가 언급하듯이 기괴하고 끔찍하게 느껴지는 사건들이고, 두 번째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1차 세계 대전 직전 / 직후)과 밀접하게 연결된 첩보 소설적인 성향의 사건들인데, 전자는 이미 홈즈의 소설들을 통해서 경험했던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후자는 새롭게 다뤄지는 성격의 작품들이고 이와 같은 내용들은 홈즈의 추리 능력 이외의 능력들(변장술과 강인함 등)을 더욱 강조하며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약간은 민족주의 적이고 국가주의 적인 성향이 느껴지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서는 변질되었다는 평가를 하게 되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당시 시대로서는 이와 같은 내용이 더욱 독자들에게 호감을 얻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씩 변화를 보이던 홈즈와 왓슨의 모험이 조금 더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처음에 보여주었던 모습이 어땠는지 조금은 잊게 되어버릴 정도가 되었을 정도로 그들의 모험은 다양해졌고, 여러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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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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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지속적으로 지적하듯이 우리들 대부분은 조선 시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 교과서를 통해서 얻은 것이 전부 혹은 대부분일 것이고, 그것만으로는 그 기나긴 세월 속의 (하지만 여전히 지금 한국을 지배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왕국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혹은 오해만을 갖게 만들기 때문에 이와 같이 조금 더 다른 각도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의 존재는 충분히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전해준 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우선 전하고 싶다.

 

저자는 ‘조선’이라는 왕국이 단순히 무력으로 인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고려’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성립시키고 유지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오랜 기간을 지탱하게 될 수 있는 점 중 ‘책’과 관련된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고, 그런 입장 속에서 조선 사회를 대표하는 여러 지식인(책벌레들)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첫 번째로 다뤄지는 인물은 조선 건국의 핵심 인물인 정도전이고 그가 어떤 입장에서 책을 통해서 그리고 인쇄술의 개선을 통해서 자신의 의도에 따는 국가를 건국할 수 있었는지를 그리고 지속되도록 하려고 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책이라는 것은 결국 책을 써낸 사람의 시각과 입장을 읽는 이가 동의하게 되거나 부정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따라 책을 읽을 수 있는 일반적으로 양반으로 불리는 지배 계급 혹은 귀족들이 국가의 독점 속에 출판되는 책들을 통해서 이데올로기적 동의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설득이 되도록 하여 국가 지배를 정당화 하게 하고 지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는 점(그리고 가부장적 사회가 공고히 되도록)을 통해서 정도전이 책을 통해서 진정으로 혁명을 마무리 한 것이고, 발간되는 책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야 말로 당시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어떠했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도전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한 정적 이방원은 정도전을 제거했지만 그가 하려했던 정책은 그대로 진행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조선의 건국과 그 지배의 지속에 있어서 책이 갖고 있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세종의 시대가 돼서 보다 다양한 지식들이 분출하게 되는데 세종 본인의 천재성과 함께 많고 다양한 책들이 소개될 수 있었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조선 시대를 지탱하는데 있어서 책이 갖고 있는 중요성과 함께 조선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는 주자학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고 있는지와 얼마나 순식간에 그리고 국가의 주도하에 주입되게 되는지를 분석하며 왕-내신의 권력관계 변화를 설명하고 있고, 그 주자학의 보급과 함께 이황과 이이로 대표되는 당대의 탁월한 지식인들이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를 얼마나 깊이 있게 분석하며 음미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어가는가를 설명해준다.

 

이런 논의 후 조선을 지배하던 양반 세력들이 얼마나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책이 당시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한 후 그 수많은 책들을 통해서 얻게 된 지식을 정리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대표적인 지식인들을 언급하고 있다.

 

주자학이라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인물들도 등장하고 있고, 그와 같은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조금은 벗어난 입장을 갖고 있는 인물들도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는 기본적으로 맑스(마르크스)주의로 대표되는 유물론과 지식-권력이라는 입장에서의 푸코와 획일성에서 벗어난 다양성에 대해서 보다 주장하는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많이 느낄 수 있지만 그러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보다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선 시대를 바라보는데 활용하고 있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한국학의 영역에서만 조선을 그리고 당시의 지식인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입장인 것 같고, 최근 자주 다뤄지고 있는 정조에 대해서 보이는 비판적인 입장과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지는 것 같은 연암 박지원에 대한 설득력 있고 객관적인 평가 그리고 당시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원천인 중국 베이징 서적상의 풍경에 대한 언급들은 전혀 모르던 내용들을 접하게 되었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과 같은 탁월한 지식인들이 단순히 태어나기를 탁월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 아니라 당시 그들이 얻을 수 있었던 지식의 양 또한 지금과 같이 넘쳐날 정도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채워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올랐었으며, 책과 지식에 대해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을 보였던 조선의 양반 사회에 대해서도 긍정과 부정의 입장에서 그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즉, 최대한 객관성을 갖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자신만의 시각을 잃지 않으려고도 애쓰고 있다. 지식인이라면 그리고 교양인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그런 것 갖추고 있는 사람 별로 없는 한국 사회에서는 뒤늦은 발견이라도 한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신채호까지 다루면서 지식-권력-교양에 대한 논의들이 점점 더 사라져만 가고 있는 세상에서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그리고 그저 넋을 놓고 중요성만을 강조하기에는 혹은 잃어가는 것을 바라보기에는 역사적 겪었던 경험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조선시대의 책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지식인들을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간간히 수다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인문학 책이기 보다는 조선시대의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조선 시대를 바라보며 여러 얘기들을 꺼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칠 정도로 정규 교육 과정을 등한시 했었는지 내용에서 논의되는 대부분이 생소하기만 했고, 처음 접하는 용어들과 이름들이 많아서 읽는데 조금은 어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들을 알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흥미롭기만 한 내용들이며 책들에 빠졌던 조선 사회의 책벌레들을 통해서 부러움을 그리고 반성을 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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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4,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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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20320788

 

 

모든 작품들이 재미가 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이지만, 그중에서도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특히나 인기를 끌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소실’이 그동안 발표된 네 작품들 중에서 첫 번째 작품 ‘우울’이 만들어낸 스즈미야 하루히의 세계관의 매력을 가장 빼어나게 담고 있으며 ‘우울’의 만든 토대 위해서 멋지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극장판 ‘소실’을 접했기 때문에 놀라움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충분히 재미있으며 흥미로운 전개와 그저 재미로만 만들어낸 설정처럼 보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정교한 구성으로 인해 여러 생각들도 하도록 만든다.

 

이미 발표된 소설들을 읽었어야만 ‘소실’의 이야기 진행 과정에 대해서 이해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스즈미야가 아닌) 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어떻게 스즈미야 하루히라는 존재가 의미를 갖게 되는지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려고 하는지 자기 자신(쿈)을 납득시키고 인식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소실’은 진행된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서는 항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그리고 내용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고 있는데, 이런 전개를 통해서 현재 발생된 문제(혹은 오류)를 수정하고 정상으로 만들게 되는 과정으로 자주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 방식 자체로도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감이 지금 현재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현재’라는 시간 / 공간 외에는 어떠한 다른 문제도 만들어내지 말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움으로 인해서 시간과 공간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무척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고 그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소실’은 기본적으로 쿈이 핵심 등장인물이라고 볼 수 있고, 그동안 갖고 있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불만과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변화되고 자기부정적 입장에서 자기긍정적 입장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이고 있는데,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이에 대한 부분은 이미 논의를 했으니 불필요하게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는 자신의 (거꾸로 선) 거울과 같은(즉, 그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대신하여 욕망을 마음대로 분출하는 존재인 그리고 이로 인해서 매혹되기도 하고 질투를 느끼기도 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그의 애매한 입장들과 일종의 자기부정적 시선에서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세계관을 긍정하고 이를 다른 단원들과 같이 지켜내려고 하는 지금까지의 어정쩡한 입장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이야기 구성에서도 그리고 하나의 등장인물의 성장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일 것 같다(시리즈로서도 작품 자체로서도).

 

하지만 이와 같은 쿈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쿈이 내리는 결론이 무척이나 행복한 결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쿈과 스즈미야 하루히가 어쩌면 현실과는 겹쳐지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게 된다는 불편한 결말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극적이기도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어떠한 결론을 내려야 할지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보다 읽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발표되는 다양한 방식의 작품들에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보다 현실에 접근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결론을 많이 보인다는 점에서 보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 대한 해석만이 아닌) 종합적이고 폭넓은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쿈만이 주요 인물이 아니고 기존의 스즈미야 하루히와 그녀의 단원들이 그리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쿈 이외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는 나가토 유키 정도만 언급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이면서도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성적인)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매력은 여전히 관심을 갖게 하고 있고, 작품에서 그녀가 어째서 변화를 보이게 되는지와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 쿈의 상세한 설명은 그동안의 나가토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평면적인 성격에 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갖도록 만들고 있고, 관찰하는 입장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스즈미야 하루히가 만들어낸 곤란한 상황들을 항상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겪은 여러 경험들을 통해서 쌓여진 피곤함으로 인해서 변화된 그녀의 모습과 선택은 그동안 불만스럽게만 반응했지만 반대로 그러한 세계관을 긍정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는 쿈의 모습과 함께 이 작품이 보다 다른 각도로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나가토의 모습은 무표정과 간략한 단어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고 모든 것을 절제하는 모습이었지만 반대로 그러한 절제가 만들어낸 피로감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된 상황들과 설정들은 무척이나 인상 깊다.

 

어떤 의미에서든 ‘소실’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세계관 위에서 멋지게 뛰어놀고 있으며, 그저 만화 같은 작품이 아닌 생각 이상으로 근사한 작품이라는 것을 자기 스스로 증명시키고 있다.

 

멋지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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