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지옹 - 건축과 도시계획의 현재 상태에 관한 상세한 설명
르 코르뷔지에 지음, 정진국.이관석 옮김 / 동녘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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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에 대해서 논의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축가 중 하나인 르 코르뷔지에는 일반적인 뛰어난 혹은 탁월한 건축물을 만든 건축가라는 위치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근대 사회에 걸맞는 도시를 혹은 공간을 창조하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런 자신의 관심과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보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논의를 할 때는 단순히 어떠한 건물을 혹은 주택을 만들어내었고, 그의 작품들이 어떤 방향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가 어떤 공간을 창조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방향을 제시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할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프레시지옹’은 그에 대해서 논의를 할 때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일 것 같다.

 

르 코르뷔지에는 단순히 자신이 설계하고 창조한 건축물들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도 전달하려고 했는데, 그가 남아메리카에서 강연한 내용을 묶은 ‘프레시지옹’에서는 ‘기계시대’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근대 사회에서 어째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야 하는지와 어떤 입장에서 그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주장하고 있고, 자신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아카데미’로 정의되는)이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오해하고 있는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의 기본적인 입장은 근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전제 속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하고, 과거와는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고리타분한 기존의 건축과 도시계획을 폐기해야만 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지도 못하는 아카데미즘으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입장에 대한 경멸로 가득하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르 코르뷔지에의 주장에 여전히 동의할 부분이 많이 있는데, 근대화 그리고 도시화로 인해서 새로운 도시계획과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과 주택/주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여전히 르 코르뷔지에 대해서 강렬한 관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주장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압박하려고 하는 것 같고, 실제 생활하는 일반인들의 자율성 혹은 개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는 반대로 그를 비판하게도 만드는 것 같다.

 

장점도 단점도 엿볼 수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제안은 그의 의견에만 몰두하지 않는다면 분명 많은 영감을 자극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그가 만들어낸 건물들을 통해서 그리고 발표한 글들을 통해서 대가의 폭넓은 시각을 본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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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 철학 논고 비트겐슈타인 선집 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영철 옮김 / 책세상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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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이 생전에 발표한 유일한 저작인 ‘논리-철학 논고’는 20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고, 복잡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짧은 문장-단상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 굳게 먹는다면 반나절이면 다 읽어낼 수 있을지도(그의 논의를 전부 이해하며 읽는다는 전제는 ‘당연히’ 하지 않고) 모르겠지만 그 짧은 분량의 글들이 그동안 철학이 갖고 있던 모든 문제의식을 그리고 의문점과 논리 구성을 일거에 부정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의 대부분이 일종의 논리적 구성과 오류 그리고 논리적/언어적 구성에 수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간간히 삶에 대해서 혹은 그 외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살짝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된 내용은 ‘언어와 논리’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고, 그 언어리라는 것이 얼마나 실제/사실과는 차이를 갖고 있는 전달을 하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언어의 한계이며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수학적 방법론을 적용해야지만 보다 지금과 같은 언어가 만들어내고 있는 실제와의 차이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이 혹은 논리적 추론이 갖고 있어야 할 문제의식이나 입장을 옹호하거나 존재함에 대해서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 그는 오히려 그런 것들에 대해서 극히 부정적인 입장이고 매우 철학적인 방식으로 철학을 무의미성을 주장하고 있다. 철학의 의미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매우 철학적 그리고 논리적/수학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그의 입장이 한편으로는 역설적이기는 하겠지만 그가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어떠한 ‘한계’에 대한 논의와 함께 언어에 대한 깊은 통찰력은 그의 입장에 대해서 옹호하든 부정을 하든 여러 시각을 갖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물론, 이후의 비트겐슈타인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논리-철학 논고’에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고, 자신의 입장을 일정부분 번복하고 있기도 하지만 ‘논리-철학 논고’가 그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식과 입장을 가장 솔직하게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 같다.

 

그물을 짜듯이 생각과 생각들이 연결되어 있고, 전체적인 내용이 일종의 논리기계와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약간은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많은 논의들은 여전히 고민을 안겨주고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들과 말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어떻게 말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있다.

 

그게 무엇을 깨닫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들게 된다.

 

참고 : 오직 정확한 사실만을, 그리고 어떠한 과장된 추측과 예상도 없는 치밀한 논리와 지금 현재만을 말하고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이 어떻게 본다면 극히 유물론적인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매우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의 모습에서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의 모습과 그런 탐정들 중 유독 셜록 홈즈가 떠올려진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지만 그의 논리적 전개는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고 어떠한 추리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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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3 (양장) -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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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에 비해서는 좋지 못한 평가가 대부분인 셜록 홈즈와 관련된 장편소설들 중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평론가들도 그리고 팬들도 만족하는 작품이고,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될 때 가장 먼저 생각날 정도로 대표적인 작품일 것이다.

 

셜록 홈즈와 관련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도시(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대도시 ‘런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기존과는 반대로 작품의 주된 공간이 런던에서 벗어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척박한 황무지를 배경으로 한 어둠이 깃든 바스커빌 가문의 전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기존의 셜록 홈즈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홈즈와 왓슨의 대조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대화로 시작하고 있고, 홈즈의 탁월한 추리능력을(그리고 그 탁월함과 함께 실수연발도)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다.

 

사건 의뢰와 함께 의문스러운 연속적인 사건-경험을 통해서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셜록 홈즈를 집중적으로 등장시키기 보다는 왓슨의 입장에서 사건을 전개시킴으로써 보다 궁금증을 갖도록 만들고 있고, 불편한 긴장감과 불안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냉철한 셜록 홈즈와는 다르게 인간적인 성향의 왓슨을 통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킴으로써 성공적으로 긴장감과 궁금증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많은 고민 끝에 의도된 연출인 것 같은데, 멋진 선택이었고 좋은 진행 방식이었다.

 

의문스러운 바스커빌 가문의 주변 사람들과 일련의 기이한 경험들로 인해서 작품은 보다 기괴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씩 등장하는 새로운 등장인물들은 점점 더 궁금증을 높이게만 만들어내고 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보고서, 일기 등 여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게 만들어서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발생되고 있는 상황들을 바라보도록 연출하고 있고, 불필요하게 길게만 느껴졌던 기존의 장편들에서의 이야기 구성에 비해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여러 흥미로운 설정 / 상황들은 작품이 보다 풍성한 재미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

 

거칠고 척박한 황무지에 대한 지속적인 묘사와 함께 의문으로 가득한 등장인물들과 함께 궁금증으로 가득한 일련의 사건과 경고들 그리고 작품의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금 등장하여 모든 상황에 종지부를 찍고 있는 셜록 홈즈의 등장은 탁월함과 냉철함으로만 가득했던 이전 셜록 홈즈 시리즈와는 다른 강렬함을 전달하고 있다.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성은 셜록 홈즈와 관련된 소설 중 가장 재미와 완성도에서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가 괜한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완성도 높은 작품이 있음으로 인해서 셜록 홈즈에 대한 명성과 관심이 여전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종결부분에서 이전과 같이 필요 이상으로 상세하게 궁금증을 갖던 부분을 해소하게 만들지 않고 있고, 간결하면서도 부족함 없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게 만들면서 바스커빌에서의 모험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으로 인해 이전 작품들이 갖고 있던 여러 단점들을 대부분 해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의 추리소설이기 보다는 일종의 미스테리 / 공포소설에 가까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를 어떤 작품들에 비해서도 부족함 없이 담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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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무료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3,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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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무료’는 이미 발표되었던 ‘우울’과 ‘한숨’과는 달리 장편이 아닌 단편을 모은 작품들이고, 작품 속에서의 시기 또한 두 작품 사이에 놓인 여름에 겪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잡지를 통해서 소개된 작품들과 작품집을 발표하기 위해서 추가로 수록된 단편을 포함한 내용이지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런 출판되기까지의 과정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저 어떤 방식으로든 번역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이다.

 

TV 시리즈를 접한 사람들로서는 1기에서 중심 이야기 이외의 내용들은 이 작품에서 다뤘던 내용들로 채워졌다는 것에 흥미를 느낄 것이고,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팬들로서도 스즈미야 하루히가 중학교 시절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도 수록되어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가벼운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즈미야 하루히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지를 별도의 상세한 설명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

 

첫 번째 작품인 ‘우울’이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두 번째 작품 ‘한숨’이 가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네 번째 작품인 ‘소실’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니 세 번째 작품인 ‘무료’를 통해서 스즈미야 하루히와 그녀의 친구들이 고등학교 1학년 여름을 어떤 모험들로 채워서 지내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스즈미야 하루히와 그들이 어떻게 1년을 지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단편이라는 점으로 인해서인지 이전 두 작품들이 담고 있는 재미가 조금은 덜 느껴지기도 하지만 각각의 단편들을 통해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변덕으로 인해서 SOS단원들이 겪는 고난의 과정을 통해 우리 주변에는 어떤 스즈미야 하루히가 있는지를 한번 떠올려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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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 에우리피데스 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서양 고전
에우리피데스 지음, 여석기 외 옮김 / 현암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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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희극보다는 비극에 더 호감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스 희극을 읽을 때는 그저 읽어는 봐야겠다는 의무감으로만 읽었을 뿐이고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비극을 읽으면서는 그런 지루함 없이 죄어드는 긴장감과 몰입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데 역시나 사람의 성향에 따라 찾게 되는 장르가 따로 있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은 해설가의 설명대로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근대적이며 합리적인 이야기 구성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물론, 그런 구성은 해설을 읽은 뒤에야 느낄 수 있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는 그 비극성이 덜하다는 느낌도 들 수 있는 구성을 보이고 있기도 한데, 별다른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되다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진실을 깨닫게 되거나 슬픔에 빠져드는 소포클레스나 느슨한 진행을 보이다가 후반부로 향하며 속도감과 격렬함을 보이고 있고 그 끝을 고통스런 결말로 마무리 짓는 아이스킬로스에 비해서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은 작품의 시작부분에서 이미 어떠한 결말이 예정되어 있는지와 어째서 그런 비극이 벌어지게 되는지를 사전에 설명해주고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비극성의 강도는 다른 두 작가들에 비해서는 적을지는 몰라도 예정된 비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데서 느껴지는 불길함과 긴장감은 무척 인상적인 구성인 것 같다.

 

또한, 이야기 진행 중에서 등장인물들의 독백이나 대화 그리고 코러스의 노래를 통해서 언급되는 에우리피데스의 인간이 갖는 수많은 감정들과 정치와 권력에 대한 통찰력은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와는 다른 날카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들은 대부분 여성이 작품의 중심인물이고 그녀들이 어떤 비극적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는데, 대부분 남성들로 인해서 혹은 여성이라는 성적 존재로 인해서 그들은 고난에 처하게 되거나 그 고난에서 더욱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절감하게 되면서 더욱 고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이와 함께 남성이 갖는 복수심이나 시기 혹은 뿌리치기 어려운 감정을 여성이 그러한 감정을 갖게 되어 더욱 그 벗어던지기 어려운 감정을 강렬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비극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등장인물이 그러한 의도를 갖지 않고 행동했지만 그러한 행위로 인해서 엄청난 파국으로 향하게 되거나 다른 이들의 조언이나 충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거나 고집을 부리면서 혹은 정확한 판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감정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이후에 알게 되는 진실이라는 복수에 하염없이 괴로움에 빠지게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비극의 성격을 에우리피데스는 잘 파악하여 등장인물들의 비극에 보다 논리적인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불길하고 슬픈 분위기(혹은 슬픔을 예감하는 분위기)로 시작하여 비극적 결말이라는 끝맺음으로 진행되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으면서, 그 끝맺음 속에서 이전에 보여주었던 실수와 오해 그리고 자만심과 오만함을 반성하며 작품을 마무리 짓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어떠한 희망적인 미래를 예상하기 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비극과 고난을 예감하며 작품을 끝내고 있기 때문에 비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만 할 뿐이라 사람들에 따라서는 지독히도 어둡기만 한 그의 작품 성향에 대해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겠지만 이런 작품을 찾았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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