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4,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20320788

 

 

모든 작품들이 재미가 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이지만, 그중에서도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특히나 인기를 끌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소실’이 그동안 발표된 네 작품들 중에서 첫 번째 작품 ‘우울’이 만들어낸 스즈미야 하루히의 세계관의 매력을 가장 빼어나게 담고 있으며 ‘우울’의 만든 토대 위해서 멋지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극장판 ‘소실’을 접했기 때문에 놀라움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충분히 재미있으며 흥미로운 전개와 그저 재미로만 만들어낸 설정처럼 보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정교한 구성으로 인해 여러 생각들도 하도록 만든다.

 

이미 발표된 소설들을 읽었어야만 ‘소실’의 이야기 진행 과정에 대해서 이해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스즈미야가 아닌) 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어떻게 스즈미야 하루히라는 존재가 의미를 갖게 되는지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려고 하는지 자기 자신(쿈)을 납득시키고 인식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소실’은 진행된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서는 항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그리고 내용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고 있는데, 이런 전개를 통해서 현재 발생된 문제(혹은 오류)를 수정하고 정상으로 만들게 되는 과정으로 자주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 방식 자체로도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감이 지금 현재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현재’라는 시간 / 공간 외에는 어떠한 다른 문제도 만들어내지 말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움으로 인해서 시간과 공간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무척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고 그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소실’은 기본적으로 쿈이 핵심 등장인물이라고 볼 수 있고, 그동안 갖고 있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불만과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변화되고 자기부정적 입장에서 자기긍정적 입장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이고 있는데,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이에 대한 부분은 이미 논의를 했으니 불필요하게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는 자신의 (거꾸로 선) 거울과 같은(즉, 그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대신하여 욕망을 마음대로 분출하는 존재인 그리고 이로 인해서 매혹되기도 하고 질투를 느끼기도 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그의 애매한 입장들과 일종의 자기부정적 시선에서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세계관을 긍정하고 이를 다른 단원들과 같이 지켜내려고 하는 지금까지의 어정쩡한 입장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이야기 구성에서도 그리고 하나의 등장인물의 성장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일 것 같다(시리즈로서도 작품 자체로서도).

 

하지만 이와 같은 쿈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쿈이 내리는 결론이 무척이나 행복한 결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쿈과 스즈미야 하루히가 어쩌면 현실과는 겹쳐지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게 된다는 불편한 결말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극적이기도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어떠한 결론을 내려야 할지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보다 읽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발표되는 다양한 방식의 작품들에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보다 현실에 접근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결론을 많이 보인다는 점에서 보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 대한 해석만이 아닌) 종합적이고 폭넓은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쿈만이 주요 인물이 아니고 기존의 스즈미야 하루히와 그녀의 단원들이 그리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쿈 이외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는 나가토 유키 정도만 언급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이면서도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성적인)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매력은 여전히 관심을 갖게 하고 있고, 작품에서 그녀가 어째서 변화를 보이게 되는지와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 쿈의 상세한 설명은 그동안의 나가토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평면적인 성격에 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갖도록 만들고 있고, 관찰하는 입장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스즈미야 하루히가 만들어낸 곤란한 상황들을 항상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겪은 여러 경험들을 통해서 쌓여진 피곤함으로 인해서 변화된 그녀의 모습과 선택은 그동안 불만스럽게만 반응했지만 반대로 그러한 세계관을 긍정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는 쿈의 모습과 함께 이 작품이 보다 다른 각도로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나가토의 모습은 무표정과 간략한 단어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고 모든 것을 절제하는 모습이었지만 반대로 그러한 절제가 만들어낸 피로감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된 상황들과 설정들은 무척이나 인상 깊다.

 

어떤 의미에서든 ‘소실’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세계관 위에서 멋지게 뛰어놀고 있으며, 그저 만화 같은 작품이 아닌 생각 이상으로 근사한 작품이라는 것을 자기 스스로 증명시키고 있다.

 

멋지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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