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봄, 선산에 성묘를 가는데, 아버님과 남편이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타고 가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성묘 전날, 남편은 회식이 있어 늦게 오고, 대전에 내려오신 아버님은 저녁 내내 선산(경남 의령)까지의 경로를 계산하느라 부심하셨다.
경부선을 통해 갈 때와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통해 갈 때의 고속도로 구간거리, 국도구간 거리, 나들목(인터체인지) 등을 비교하고, 교통체증이 어느쪽에 많은지 등등을 고려하시느라 몇시간을 고민하셨다. 나도 덕분에 인터넷을 검색해서 지도 찾아서 프린트해드리고 의논상대 해드리느라 딴 일은 하나도 못했다.
밤 10시에 돌아온 남편, 딱 한마디로 결론낸다.
'거 고속도로에 올라타서 네비게이터 가라는 대로 가면 될거에요!'
몇시간 고민한 것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헛수고가 되어버린 아버님의 얼굴을 차마 보기가 민망했다.
2. 중3때 우리 반에 유난히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책과 공책을 미련 없이 덮고 노는 나와 같은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1-2분이라도 그때 배운 내용을 다시 훑어보고, 중요한 것을 표시하고서야 책공책을 집어넣는 친구가 있었다. 성격도 조용하고 침착해서 '저친구 꽤 의젓하네'라는 분위기를 팍팍 풍겼었다.
고등학교를 다른 학교로 진학한 그 친구는 결국 대입시험에서 학력고사 문과 수석을 했다.
얼마전, 우리 아들에게 '예습을 안하더라도 그때그때 복습하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잘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그친구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대뜸 돌아오는 반응....
'엄마, 그친구 혹시 왕따 아니었어? 어떻게 쉬는시간에 친구랑 놀지 않을 수 있지?' ㅡㅡ;;
이건 세대차이인지 가치관 차이인지 구분이 안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