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 덮개

요것이 배수구 덮개이다. 일본에서 만들어 진 것인데 조기 볼록한 것이 흡착판이다. 바닥에 찰삭 붙어 있게 해준다. 머리카락들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저 덮개는 위로 솟아 있다. 사용해본 결과 매우 만족스럽게 머리카락들을 걸러준다. 욕실 바닥 배수구와 욕조 배수구에 덮어 놓으니 항상 배수구 막힐까봐 노심초사하는 일이 없어졌다. 저런거 왜 슈퍼에서는 안파는지..

인간의 위선에 관한 보고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이 책의 저자는 유태계 미국인 기자이다. 저자의 신분이 책 내용에 좀더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가(좀더 정확히는 미국이)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대해서는 그토록 분노하는 척 하면서 세르비아의 보스니아인 학살과 강간 고문 등에 대해서는 '균형'이라는 시각하에 외면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

유고연방의 해체 후 밀로세비치가 세르비아의 권좌에 오른 후 자신의 권자를 지키고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민족주의'라는 이념하에 대중조작을 하게된다. 그 전까지 서로 통혼을 하고 어울려 살던 이웃이 갑자기 적이 되어 학살하고 강간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저자는 말한다. 하루 종일 방송에서 같은 소리만 해댄다면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고. 실제 세르비아가 보스니아로부터 박해 받았다는 내용의 방송을 반복하는데 그 내용은 2차대전 필름이거나 출처 불명의 것들이다. 그러나 이미 그것이 진실인가는 아무도 따지지 않는 상황에 오게 된것이다.

그럼 미국은 뭐하냐고? '전쟁은 나쁘다. 평화를 원한다'라는 명분하에 학살당하고 있는 보스니아에 무기 금수조처를 취하고 누가 누구를 공격하느냐를 따지지 않고 싸우는 놈 둘다 나빠라는 태도로 지켜보고 있다. 세르비아를 지극하여 전쟁에 끼어들기 원하지 않기 때문에.

밀로세비치는 영리하다.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자신에 반대하는 언론을 탄압하여 화를 키우는데 반하여(우리의 박뭐시기를 봐도 알수 있지 않은가) 그는 반대 언론을 내버려 둔다. 어차피 여론 형성력이 크지 않으며 이를 내버려 둠으로 인하여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통치자로 보이게 되고 국민여론이 진보언론에 등돌리게 될터이니.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식에서의 클린턴의 연설은 상징적이다.

"서방 국가들은 영원히 이 사실을 간직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당시 범죄행위들에 대한 우리의 단편적인 지식들이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로 변하였을 때도 우리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습니다.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들이 자유를 향해 나갈 수 있는 문은 닫히고 말았습니다. 또 독일을 공격한 후에도 강제수용소로 뻗어있는 철도는 중요한 군사목표 지점 부근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대량학살을 부정의 베일로 가린채 방치했습니다....이 박물관이 보여주는 악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절대적입니다. 우리는 그 증인이므로 영원히 그 악에 대항하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이고 우리의 양심과 후손에 대한 책임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역사를 날조하는 세력들과 약자를 괴롭히는 세력들을 우리가 저지해야 합니다. 그냥 내버려둘 경우 그들은 또 다시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고 우리는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내버려둬서는 안됩니다." 이런 훌륭한 연설을 하는 순간 보스니아에서는 무고한 무슬림들이 학살당하고 강간과 고문을 당하고 있었으며 미국은 '전쟁은 안돼'라며 지켜보고 있었다.

매우 훌륭한 책이어서 별을 5개 주고 싶었으나 4개로 주는 이유는 출판사와의 메일교환으로 인한 감정상함 덕분이다. 번역자의 국어실력 미숙인지 모르겠으나 '날다'와'나르다'를 구분하지 못하여 생긴 오자가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다. 예를 들면 '머리가 날라가 죽었다면'이라는 문장에서 머리는 날아가지 누군가 날라주지 않는다. 이런 오류가 매우 많으며 오자도 다량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출판사에 다음판에는 바로잡아 주십사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나의 메일에 '92년에 구입하여 2번째 읽고 있습니다. '라는 문장에서 02로 칠 것을 오타오 92로 친 것은 정확히 잡아내어 '그 택은 02년도에 출판되었습니다'라는 답신을 주었다. 허걱이었다. 그러면서 나더러 오자가 나온 페이지들을 말하란다. 교정 보시는 분은 출판되고 한번도 정독을 안하셨다는 말이 되는건가. 너무 날로 먹으려 든다. "오자 나온 페이지 말해봐. 그럼 고쳐볼게" 이런 태도가 아니라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의 태도가 필요하다.

미쳤단다...

병원에 갔다...정신과.

좋지 않다. 우울증에 편집증에..

내 이럴줄 알았다니까. 현대인들은 모두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막상 본인의 일이 되고 보면 정신없다.

인생이 매우 우울하고, 희망 없고, 그냥 요모양 요꼴로 살다 죽을 거라는 아주 현실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날때 눈뜨지 않았으면...내일 아침을 볼 수 없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들이여..병원에 한번씩 다녀오시라. 거기서 주는 항우울제 약도 어느 정도 쓸모가 있다.

다들 정신과 병원비 궁금하실 터인데...

초진은 약값까지 9000원정도 하며 재진은 6800원이다. 일주일치 약값까지.

더불어...정신과 약은 약국에서 처방하지 않고 병원에서 바로준다.

이 사람 미쳤어요...광고하지 않기 위함인가? 병원 약봉투에 병원 이름도 안써 있다. 특이하네.

책을 통한 영혼의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해외에서 가르칠 교사 구함'

이 한줄의 광고를 보고 제이미 제파의 인생이 달라진다. 캐나다의 시골구석에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로 여기며 사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제이미는 대학 박사학위 과정의 지원서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도 버려두고 홀로 부탄으로 떠난다.

처음 부탄에 도착하여 느낀 감정은 배낭여행객이 오지의 쇠락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여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있는 것이 없는 상황과 모든 음식, 물 등이 먹어도 되나 싶은 의혹으로 가득차고, 오기는 왔는데 돌아가야 하나 싶은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

제이미는 부탄이라는 오지의 국가에서도 다시 오지에 있는 초등학교에 배정받는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엉망이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엉뚱한 소리들만 해댄다. 마을은 너무나 유대관계가 촘촘하여 누가 어젯밤에 화장실에 몇번 갔는지 까지도 다 알아버린다. 비밀이란 없다.

그러나 어디나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는법. 그녀도 적응한다. 아이들의 순박함에 빠져든다.

서양인들이 이해할 수 없을만큼 국가전체가 유대관계로 얽혀 있어 사생활이란 불가능 하지만 이로 인하여 큰 범죄가 일어날 수 없는 국가. 너무나 오지인 마을들에서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바로 죽음과 연결될 수 있으므로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또한 손님이 오면 배가 터질때 까지 먹여서 보내기, 술은 기절할때까지 등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문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체제와 권위에 절대 복종을 요구하는 모습 등은 80년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보았던 모습을 다시 보는듯 하여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부탄은 연1만명으로 관광객을 제한하여 아직도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로 남아있다. 그래서 더욱 신비의 나라이며 여행객에게 샹그릴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러나 책속의 이런 물음은 부탄을 마지막 샹그릴라로 생각하는 이에게 언제나 유효하다.

"나는 시골 사람들의 삶이 어렵고 부족한게 많지만,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가진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믿음, 곧 물질적인 부에 대한 욕망과 개인의 소유가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일 거라고 했다. 디니는 그들이 만족하는 이유는 지금 가진 것이 그들이 아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그들이 바퀴달린 쟁반을 우너한다면 왜 그걸 가져선 안되죠? 당신은 부탄이 소비재 수입을 금지하길 원할거예요. 그것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마술적인 세계에 대한 당신의 별난 환상을망쳐버릴 테니까요. 말하고 보니 수많은 환경론자들이 인도에 와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떠드는 것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인도인들도 원한다면 차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모든 미국인들은 차를 갖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군요." - 그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가진자의 논리에 가하는 반격..

그리고 그녀는 불교도가 되고, 초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대학에서 만난 학생과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되며-불쌍하게도 그의 캐나다인 남자친구는 out되었다.-그와 결혼한다.

"사숍어에선 '버리다'와 '잃어버리다'가 같은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 생각났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필요하다'와 '원하다'라는 말을 구별해서 쓰지 않았다. 당신이 어떤 것을 버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용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당신이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필요한 물건이라는 뜻이었다."

- 나는 필요와 상관 없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유한 물건들이 다시 나를 묶어 놓아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게 옭아매는 악순환을 반복하지는 않는가..

왜 결혼을 하는걸까?

솔직히 결혼한 나도 내가 왜 결혼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는걸까?

나이가 돼서?,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하면 좀 다른 인생이 있을것 같아서?, 더 잘 살수 있을것 같아서?

결혼한 사람들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솔직히요..결혼하신거 행복하세요?"라고.

결혼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결혼이 실패였음을 인정하기가 어려워 행복하다고 모두 입모아 거짓말 하

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

만일 결혼해서 남들은 다 행복한 신혼에 나만 홀로 죽도록 후회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되돌려야 하는 것일까?

인생이 참....난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