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해외에서 가르칠 교사 구함'

이 한줄의 광고를 보고 제이미 제파의 인생이 달라진다. 캐나다의 시골구석에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로 여기며 사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제이미는 대학 박사학위 과정의 지원서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도 버려두고 홀로 부탄으로 떠난다.

처음 부탄에 도착하여 느낀 감정은 배낭여행객이 오지의 쇠락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여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있는 것이 없는 상황과 모든 음식, 물 등이 먹어도 되나 싶은 의혹으로 가득차고, 오기는 왔는데 돌아가야 하나 싶은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

제이미는 부탄이라는 오지의 국가에서도 다시 오지에 있는 초등학교에 배정받는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엉망이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엉뚱한 소리들만 해댄다. 마을은 너무나 유대관계가 촘촘하여 누가 어젯밤에 화장실에 몇번 갔는지 까지도 다 알아버린다. 비밀이란 없다.

그러나 어디나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는법. 그녀도 적응한다. 아이들의 순박함에 빠져든다.

서양인들이 이해할 수 없을만큼 국가전체가 유대관계로 얽혀 있어 사생활이란 불가능 하지만 이로 인하여 큰 범죄가 일어날 수 없는 국가. 너무나 오지인 마을들에서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바로 죽음과 연결될 수 있으므로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또한 손님이 오면 배가 터질때 까지 먹여서 보내기, 술은 기절할때까지 등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문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체제와 권위에 절대 복종을 요구하는 모습 등은 80년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보았던 모습을 다시 보는듯 하여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부탄은 연1만명으로 관광객을 제한하여 아직도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로 남아있다. 그래서 더욱 신비의 나라이며 여행객에게 샹그릴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러나 책속의 이런 물음은 부탄을 마지막 샹그릴라로 생각하는 이에게 언제나 유효하다.

"나는 시골 사람들의 삶이 어렵고 부족한게 많지만,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가진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믿음, 곧 물질적인 부에 대한 욕망과 개인의 소유가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일 거라고 했다. 디니는 그들이 만족하는 이유는 지금 가진 것이 그들이 아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그들이 바퀴달린 쟁반을 우너한다면 왜 그걸 가져선 안되죠? 당신은 부탄이 소비재 수입을 금지하길 원할거예요. 그것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마술적인 세계에 대한 당신의 별난 환상을망쳐버릴 테니까요. 말하고 보니 수많은 환경론자들이 인도에 와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떠드는 것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인도인들도 원한다면 차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모든 미국인들은 차를 갖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군요." - 그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가진자의 논리에 가하는 반격..

그리고 그녀는 불교도가 되고, 초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대학에서 만난 학생과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되며-불쌍하게도 그의 캐나다인 남자친구는 out되었다.-그와 결혼한다.

"사숍어에선 '버리다'와 '잃어버리다'가 같은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 생각났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필요하다'와 '원하다'라는 말을 구별해서 쓰지 않았다. 당신이 어떤 것을 버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용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당신이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필요한 물건이라는 뜻이었다."

- 나는 필요와 상관 없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유한 물건들이 다시 나를 묶어 놓아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게 옭아매는 악순환을 반복하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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