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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4월
평점 :
4부로 나뉘어진 이 책은 일단, 오자가 5번 발견된다.
1부는 가상현실에 관한 4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은 말 그대로 남자가 생리를 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남자들은 그 생리를 이유로 여자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온갖 우월성의 징표로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럼 나 나름대로 남자가 생리를 한다면을 만들어 볼까... 첫번째 회사에서 생리 휴가를 반드시 지킬 것이다. 생리 기간에 회사에 나오게 해봤자 서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쌈질이나 해대고 일을 그르쳐 버릴 것이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반드시 쉬게 하고 그래도 나오는 이가 있다면 법적 처벌을 가할지도 모른다.
두번째, 생리를 한다면 애도 낳을테니 산전 산후 휴가도 반드시 지켜줄 테고 더불어 출산경력을 호봉에 반영해 줄것이다.
세번째, 이게 아주 중요한데 미국이나 다른 열강, 그리고 또라이가 통치하는 나라의 수장들이 생리를 하는 기간에는 세계전쟁이 자주 일어날 것이다. 생리통을 참지 못하고 총질을 해댈것이 뻔하니까.
2부는 '세상의 절반은 여자'로 여성 노동, 여성의 언어, 포르노그라피 등을 말한다. 뭐...여성의 노동은 말 안해도 여자로서 취업 면접 한번 보고 알바라도 일을 해본 이들은 비디오로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회사에 일이 있는데 애인과의 약속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와 같은 개같은 질문들...
포르노그라피는 이 글을 보기 전에는 뭐..성인이 야한 것좀 보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글에 나오는 포르노그라피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포르노그라피를 지배와 피지배관계로 정의되는 성폭력이라 정의하는데 그 부분은 아직 판단 보류.
3부의 다섯명의 여인들에는 마린린 멀로, 재클린 케네디 등등 유명한 여자들과 그들의 여성 자신으로서의 삶의 방식이 나오는데 뭐 별로 공감가지 않는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그래서 뭐 어쩌라구?"
4부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서는 저자 자신의 어머니인 룻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신과 질환으로 시달렸지만 가정에서 주요한 인물로 인정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되어 망가져 버린 어머니. 원래 그런 모습인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놀라운 옛모습에 관한 이야기. 문득 나의 어머니는 지금 내가 보는 모습과 얼마나 다른 사람 이었을까가 궁금하다. 엄마를 찾아가서 조근 조근 묻고 싶으나 이런 방면에 닭살스럽지 못한 관계로 생각만 한다. 두번째 자매애는 매우 시사점이 있다 생각된다.
우리 여자들이(난 여성 보다 여자가 좋다. 섹슈얼리티를 뺀 생물학적 여자를 좋아한다.)하는 말과 행동이 얼마나 남자들에 길들여 져있나를 보여준다.
회사면접에서 결혼후에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에 "결혼과 별 상관 없다 생각합니다. 사회활동과 가정은 따로 취급해야 하는거니까요."라던가, "여성 운동 하는 여자들은 왜 다들 그렇게 싸가지 없고 극단적인지 싫다"라고 말하는 여자들, 남자같다는 말을 칭찬으로 듣는 여자 등등
어떻게 결혼 후와 결혼 전의 회사생활이 같을 수 있겠는가. 인성 자체에 변화가 오는 것을. 회사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에 영향이 오는 것을. 그 영향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남자들과(지들은 홀아비인가), 그 부정적인식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나 자신의 대답.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극단적이다? 지금 현실이 여자들에게 극단적이겠지. 그걸 바꾸겠다고 하니 위기를 느낀 남자들이 싸가지가 없네, 극단적이네 등등의 말들을 지껄이고 그 말에 전염되어 버린 여자들도 생기고. 설혹 그렇게 싸가지 없다 해도, 무엇에 대한 싸가지 이며, 그 과실은 누가 누리게 되는 거지?
"남자 같다"는 말이 칭찬일까? 아마도 남자들에게 인정 받았다는 자부심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 나쁜 말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남자 같다구? 내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보이니? 내가 단세포로 보여? 내가 그렇게 불평등한 사고 방식을 가진 인간으로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