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이제는 그래도 다행히 집이다.

 

난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고 그럭저럭 사회 안에서 기능하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아직도 허둥대는 아이같이 어쩔 줄 모르며 지난 열흘을 보냈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은 이런 상황 속에서 읽어낸 책이다.

 

전작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와 많은 부분이 겹치기도 하면서 약간은 다른 내용이다. 쓸쓸하고 서글프다가도 후반부에는 그래도 작가 참 대견하구나,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가난한 가정은 왜 이다지도 서로 닮아 있는지, 우리 집안 사정도 비슷한 부분도 있다.  

 

어떤 방향이나 지향 없이 그저 열심히만 사는데 참 안 풀린다. 가난한 부모 세대가 자식을 열심히 키워 교육을 받게 하면 그 과정에서 서로 엄청난 정서적 거리감이 생겨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미워하게 된다. 아버지 세대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게 되고 자식 세대는 내가 이 풍요의 세상에서 얼마나 혼자 괴로워하며 컸는데 하면서 서로를 원망하게 된다.

 

'보통'이라는 닉네임같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기에 남들만큼은 살겠다는, 혹은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곧 남들만큼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사실 '중상층'의 삶으로 대변되는 '보통'이나 '평범'이 얼마나 높은 기준인지 가랑이 찢어지게 달려보고야 알게 된다.

 

P.76 : 타임머신이 있어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수능을 마친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쉽게 불행해지거나, 순순히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인생은 그저 맥락 없이 흘러갈 뿐이다

 

지나고 보니 그런 듯하다.

 

행불행은 순순히 찾아오는 게 아니고 마음의 어떤 상태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행불행이란 게 노력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행복을 노력을 통해 얻으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

 

 

<태풍이 지나가고>는 참 힘들 때 병실에서 틈틈이 읽었다. 병실 생활을 작년에도 해보았지만 이번은 정말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태풍이 지나가고>도 '어른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어릴 때 바라던 그런 멋진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시하고 하찮은 뭔가가 되었더라도 그게 바로 나다.

 

도박과 허랑함이라는 아버지의 단점을 그대로 바보같이 답습하고 마는 어리석은 사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만이 아닌 생활습관, 패턴 면에서 무서우리만치 닮아 있다.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까지도 빼다박은듯 닮게 된다.   

 

그저 매서운 태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 보게 될 하늘이 맑게 갠 하늘이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품어본다.

 

어찌되었든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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