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집앞 체인 커피전문점에 밤마실을 다녀왔다.
평소 우리집에서 가끔 저녁 먹는 딸아이 친구엄마가 보자고 해서 갔는데 갑자기 카페에 범상치 않은 기운의 중년 무리가 들어섰다. 멋스런 모자에 울림이 있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분들인데 도무지 작품이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딸과 딸아이 친구가 한 아저씨를 뚫어지게 보니 그분도 오래 눈을 맞추고 웃어주셨다. 주로 사극에서 약간 간신배 역을 많이 하시는 분인데 실제로는 참 따뜻한 미소를 오래 지어보이셨다. 그 옆에 50대로 보이는 중간 보스 역이나 비열함 검사 같은 역 많이 하신 분, 옆에는 실직 가장이나 교장 선생님 역 많이 하시는 분 계속 이런 식으로만 생각이 났다.
보통 이럴 때 아이엄마라면 저희 아이들과 사진 한 장만 하겠지만
이름도 모르고 팬이에요, 한 만큼 숫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핫초코와 라떼만 줄곧 마셨다.
궁금해서 네이버에 50, 60, 70대 탤런트, 배우 등으로 검색하다 딱 한 분만 성함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대신 작품들 잘 보고 있어요 성함 좀 알려주세요, 해야겠다.
<미생>을 오래 전에 보면서도 좋았던 것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무명의(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어릴 때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연 위주로 보았는데 이젠 친구나 이모, 친척으로 나오는 배우들이나 한 장면만 나오는 연기자에게도 관심이 간다. 그리고 아무래도 나와 동시대에 오래 보았던 배우들이 그런 역으로 점차 밀려나므로.
참, 그 체인 아르바이트생이 약간 젊은 시절 홍학표를 닮았는데 알고 보니 그 체인 사장이었다. 아마 그 배우 분들 중 누군가가 그 분 어머니여서 그곳에 그 배우들이 다녀갔나보다. 옆자리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친구 엄마가 말해주었다. 아시아 문화전당에 연극 올리는 일도 있다고 해서 오신 것이기도 하다고.
이 엄마는 친화력 짱.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걸 알아왔다.
*
방학을 맞아 계속 책 주문

집에 의외로 위인전이 없는 편이어서 함께 읽으려고 주문했다.
아이들에게는 모두 낯선 분인지 아직 손도 안 대고 있다.
최근에 산 <수명 도감>
우왕 어른이 봐도 재미있다. 동식물만이 아니라 물건의 수명, 사용기한 등도 알려준다. 스모 선수는 스승이 돌아가셨을 때 샅바를 빤다고. 으으으. 대개 1년 정도 사용하고 버린단다.
책의 물리적 수명은 아마 300-400년
그래도 생각보다 꽤 길다
*
우리는 동물을 집에서 키운 적이 없다. 전에 강원도에 살 때 달팽이나 곤충을 잡아 며칠 키우다 돌려보낸 적은 있다.
대신에 시가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어 가끔 보고 있다. 어머님은 키워서 대개 분양하시기 때문에 늘 그애들과 이별이다.
요즘에는 그래도 꽤 오래 새끼고양이 네 마리가 머물고 있어 딸아이가 무지 좋아한다. 이맘때 여자아이들의 소망은 고양이 카페 주인이다. 딸은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손으로 잡는 건 무서워서 졸졸 고양이만 따라다닌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들
모아놓고 보니 정말 많구나.
아이들과 같이 보았지만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 경우도 많았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가 좋았다.


*주의-사진 퍼옴
대략 이런 식이다.
재미있는 발상, 장면이 많았다.
딸아이는 천국이라면 인형이 가득한 곳이라고 했다.
아들은 지옥이라면 문제집이 많은 곳 ㅋ
오늘은 주일인데 여전히 성당에 못 가고 있다. 이따 애들이 깨면 바로 김장을 하러 가야 한다.
친정엄마가 편찮으시면서 주일 미사를 몇 번 빠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자연스레 쉬는 교우가 되어버렸다.
하느님, 저 이번주만 쉴게요, 하다가 어느새 사순?
아, 판공도 보러 가야 하는데 오래 쉬는 교우가 되어 성사표도 안 나오네.
그래도 오래 쉬었다고 설마? 모른 척하시지는 않겠지.
애들도 엄마 왜 요즘 성당 안 가 해서
엄마, 하느님 허락 받고 요즘에 쉬고 있어, 라고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