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애들 아빠 휴무일이라 백화점에 들러 신발 수리된 걸 찾고, 양림동에 갔다. 원래는 독립서점 라이트라이프를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문을 열지 않아 근래 유명한 파스타 집을 찾아갔다.

(독립서점 휴무일이 잦고 간혹 늦게 열기도 하고 해서 늘 찾아가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내가 안 하는 날만 골라 찾아간 걸 수도 있다.)

 

시원시원한 공간에서 로제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고, 애들아빠는 집으로 보내고 혼자 동네를 산책했다.

 

양림동은 최근에 근대문화역사 투어를 하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집에서 20-3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위치라 작년에 정말 많이 다녔다. 정율성 생가, 이장우 가옥, 최승효 고택, 한희원미술관 그리고 세련된 카페와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삼청동이나 연남동, 망원동 같이 특색 있는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동명동, 양림동, 담양, 나주 이렇게 엮어 멀리에서도 여행을 많이 온다. 광주에서는 뜨는 데이트 코스이다.

 

남구관광청이라는 데에서 작년에 여러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운좋게도 아이들과 애들 친구랑 친구엄마랑 작년 가을에 프로그램에 신청되어 많이 누렸다. (수시로 홈페이지에 들르는 게 일)

 

펭귄마을에 걸린 정크아트 중 아들과 딸이 만든 것도 아직 걸려 있다. 동개비카페라는 데에서 동화구연도 듣고 율동도 했다. (아. 자식이란 뭔가 ㅜ.ㅠ 전에 율동권이었을 때 하고 관둔 율동도 하게 만들고)

 

예쁜 홍차 카페에서 마카롱을 먹으며 홍차를 마실 때는 아이들이 비싼 그릇, 소품을 만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올해에는 가끔 혼자 가곤 했는데 어제 진짜 마음에 드는 가게를 발견했다.

 

생긴 지 4개월이나 되었다는데 한동안 양림동에 가보질 않아 이제야 발견했다.

라이트라이프는 한 시가 넘었는데도 문을 열 기미가 안 보여 돌아다니다가 메이드 인 아날로그 발견.

 

주얼리 가게와 겸하고 있어 처음에는 지나칠 뻔했다.

 

우왕

 

 

 

 

사장님이 다른 손님과 계셔 오래도록 둘러보았다. 베스트셀러도 있고 여행 관련 책이 많고 킨포크, 이제는 졸업했지만 한동안 좋아했던 마스다 미리, 국내작가들, 줌파 라이히 등

 

분명히 공들여 여러 곳에서 골라오신 듯한 문구, 텀블러, 독서대, 필통, 다이어리, 수첩, 양말 등등

 

 

 

사장님이 손님과 이야기를 마치셔서 결제를 하려다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가게 너무 예쁘고 책도 딱 취향 저격이라고 하니 2층도 보여주셨다.

 

공백은 공백 나름의 감성이 있고 

이 공간도 참 좋다고 하고

주책맞게 내 이야기도 좀 했다.

 

핫초코(스위스미스)를 주문하고 2층에서 마저 책을 읽었다. 평소라면 집에 갈 시간이지만 애들 아빠가 집에 있어 오늘 좀 놀다 가겠다고 했다. 애들 먹을 간식 만두도 사서 보내서 맘편히 2층 책을 둘러보았다.

 

2층은 개인 공간인 줄 알았는데 그곳에 좋은 책이 더 많고 탁자도 있고 차도 마실 수 있었다.

 

사장님이 손님도 가게를 선택하지만 주인도 손님들을 선택? 알아보기도 한다고 하셨다.

칭찬받으니 좋구나.

 

실제로 양림동 어느 가게에는 어떤어떤 손님은 사양한다고 메모를 붙여두기도 했다.

 

홍대병 환자도 아닌데

나만 알고 싶은 가게.

 

캠핑장에서 보이는 법랑컵.

상표가 캠프 바이브냐고 묻는 대망신 쇼 -_-;

 

폴러 사의 법랑컵이다.

 

 

책을 사면 직접 디자인하신 봉투에 담아주신다. 어릴 때 붙어 있던 도서 카드를 모티브 삼아 만드셨다고 한다.

 

그리고 도서국 여권도 만들어주셨다. 문학란에 스탬프 두 개 꼭 눌러주셨다.

 

역시 저녁할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애들이 유튜브 보며 반겨주지도 않고 (내가 없어 편히 보고 너희도 좋았지)

할일은 쌓였지만 서둘러 해치우고 저녁 먹고 돌아다닌 덕분에 꿀잠 잤다.

 

쓰다보니 또 일기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다니.”

나는 크게 흥분하여 일어나 성큼성큼 방을 가로지르며 그의 대답을 되풀이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됐나? 여기 이 서류의 검증을 도와주게. , 여기 있네.”

내가 그에게 서류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아무 생각 없는 듯 태연했고, 회색 눈은 흐릿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동요해서 생긴 주름살 한 줄도 보이지 않았다. (30)

 

유명한 바틀비의 한 구절.

좋구나, 삽화도.

 

이 시리즈도 언젠가는 다 사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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