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알게 된 오은 시인이다. 오은 시인 덕분에 나도 주황을 싫어하지는 않게 되었다.

 

달력이 두 장 남아 이쯤에서 생각나는 시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총체적 난국은 어제까지였습니다
지난달의 주정은 모두 기화되었습니다
 
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어느 날엔 문득 초콜릿이 먹고 싶었습니다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늘리고 싶습니다
벚꽃이 되어 내 이름을 날리고 싶습니다
어느 날엔 문득 사탕이 사고 싶었습니다
 
4월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참 전에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5월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근로자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데다
성년을 맞이하지도 않은 나는,
과연 누구입니까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축하해줄 수 있습니까
 
6월은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7월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봅니다
그간 못 쓴 사족이
찬물에 융해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때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8월은 무던히도 무덥습니다
온갖 몹쓸 감정들이
땀으로 액화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살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9월엔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다 잡아도 마음만은 못 잡겠더군요


10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책은 읽지 않고 있습니다
 
11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만 되면 꾸역꾸역 치밀어오릅니다
어제의 밥이, 그제의 욕심이, 그끄제의 생각이라는 것이
 
12월엔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추위가 매섭습니다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몰라보게
주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잔고가 바닥났습니다
지난 1월의 결심이 까마득합니다
다가올 새 1월은 아마 더 까말 겁니다
 

다시 1월
올해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1년만큼 더 늙은 내가
또 한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2월에 있을 다섯 번의 일요일을 생각하면
각하(脚下)는 행복합니다
 
나는 감히 작년을 승화시켰습니다
 
-
오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1년」 

 


 

 

 

 

 

 

 

 

 

 

 

 

 

 

 

 

 

어제 검은책방 흰책방이라는 지역 독립서점에 들러 사온 책들이다.

 

원래는 이병률 시인 시집을 사려고 했는데 이곳에서는 이 시집이 더 잘 팔린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

 

로베르트 무질은 정말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 등과 함께 늘 내게 도전만 안겨주는 작가인 듯하다. <특성 없는 남자>를 사려다 이게 좀더 편할듯해 이것부터 보기로 결정.

 

생전 유고라니, 정말 독특하다.

 

어제는 원래 그 독립서점말고도 다른 데를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당 뒷편 동명동, 장동 일대를 엄청 걸어다녔다.

 

 

 

 

 

 

 

 

 

 

 

 

 

 

 

오전에 내가 이미 반납한 책이 반납 처리가 안 되어 도서관에 또 갔다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보게 되었다. 앞의 두 편 가볍게 봤다. 

역시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리메이크 되어 11월 말에 개봉한다니 다시 보고 싶다. 출연진 보니 정말 기대된다. 

 

우리 아이들은 코난을 즐겨보는데 추리소설 좀 보라고 사줘도 책으로는 잘 읽지 않는다. 셜록, 뤼팽, 포아로, 미스 마플 등등을 언제 만나볼지.

 

표지가 이런 걸로 된 걸 사주면 보려나 

 

 

 

 

 

 

 

 

 

 

 

 

 

 

다음주에는 광주극장에서 스웨덴영화제도 하고, 전당에서 11월에 여성영화제도 한다. 

춥지만 않으면 많이 다닐 텐데.

애들 데리고 있으니 감기라면 질색이라 겨울에는 몸을 사리게 된다.

 

 

 

 

 

 

 

 

 

 

 

 

 

 

 

다른 책들과 같이 읽고 있는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이 궁금했는데 <한국이 싫어서>는 확 와닿지 않는다.

 

계나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쩐지 외국에 가서도 한국에서의 사고방식과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이런저런 군상을 보니 피로하기만 하다.

 

한국 작가들 소설이 잘 안 읽히는 건 이게 진짜 실화냐? 라고 요새 자주 묻듯이

진짜 실화니까.

너무 익숙하고 지겹고 답답하니 그런 것 같다.

 

아직 다 읽지 않았으니 읽고 더 생각해보련다.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를 반 정도 읽고 자꾸 다른 책을 보고 있다. 

딴짓도 많이 한다. 겨울이 다가오니 또 애들 용품 이것저것 사야 하니 뭔가 번잡하다.

 

*

11월의 다른 말

미틈달,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지.

 

내일은 일단 책을 한 권이라도 마치고 집안 정돈도 더 하면서 제대로 월동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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