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아이들 유튜브 타임.
우연히 창작동요제 영상 발견하고 주책맞게 눈물짓고 있다.
국민학교 다니던 때 어린이날이면 어둑한 방 안에서 듣던 노래들이다.
딱히 화면속 아이들이 부럽다는 의식도 없이 미스코리아대회 보듯이 보다가 상금이 얼마냐 하는 생각이나 했을 뿐이다.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입은 것 같은 어깨뽕이 과한 옷을 입은 소녀들이 숲속을 걸어요를 부른다.
가장 인기 있었던 곡은 권진숙 양이 부른 노을.
아이답지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 음성과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여서 지금도 널리 수행평가 곡으로 쓰인다 (요즘 애들에겐 당연히 노잼 노래).
새싹들이다, 아기염소, 종이접기, 고향길, 연날리기 등 제목만 들어도 가사와 멜로디가 떠오르는 노래들.
아나운서와 아이들이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니 북한 방송이 겹친다. 모두 말투가 정말 저랬나 싶을 정도로 닮았다. 그래도 그시절 아이들은 참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말한다. 다 피나게 연습하고 나온 거라 그렇겠지.
군사정권 서슬퍼런 시기에 그래도 아이들에게 저렇게 아름다운 노래들을 부르게 했구나.
아무 일 없다는 듯 저렇게 아이들이 맑고 고운 노래만 부르고 살 수 있던 세상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리틀엔젤스, 호암아트홀이 지척이어도 가볼 수 없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호암아트홀에는 중2 때 영화보러 가보았고, 자연농원은 이름이 바뀌고서야 가보았다.
아침부터 자기 연민의 눈물이나 쏟고 아유 웬 난리
요즘은 동요는 미취학 시기에 한 4-5년 듣고 만다. 어린이집 재롱잔치도 걸그룹 아이돌이 접수한 지 오래이다. 작년 아이들 학예회 가서는 6학년 여자아이들 치마가 하도 짧아서 아빠들은 아예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려야 했다. 남녀 회장이 나와서 음악방송 음악중심같이 자기들끼리 농담 치며 진행하는 걸 보고 씁쓸했다.
학년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엄마아빠들이 무대 펜스 처진 데까지 와서 동영상 찍느라 난리다. 자기 아이 순서가 끝나면 바로 빠져나가서 마지막 프로그램은 거의 십여 명이 본다. 다들 자기반 프로그램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간 아이들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걸 모르고 작년에 강당서 늦게까지 다른애들 하는 거 다 보고 와서 무대의상을 이미 갈아입은 아이를 사진을 못 찍어주어서 딸애가 타박했다.
한 달 후에도 아마 작년에 본 양상으로 학예회가 진행될 것이다.
딸애반은 나이 지긋한 여선생님이라 창작동요제 마지막 곡을 선정해 검은바지에 흰 블라우스 입고 우산 들고 율동한다니 다행이다. (다른 반은 따르릉, 걸그룹 곡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