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족들 만나기에 날씨는 좋은 달

그냥 추수의 달

이 정도로 이름 붙이고 

공직 일반회사 다 10월 둘째나 세째 주 정도에 휴가 3-4일 자유롭게 쓰게 해서

적당히 그 가족 사정대로 쉬면 좋겠다.


김영란법도 정착이 되가는데

이런 건 왜 안 변하는지.

 

하루 날 정해 일제히 쉬니 길 막혀 이동도 쉽지 않고

자원을 한번에 소비하니 물가도 많이 오르고

진짜 비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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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 막장 시어머님은 아니지만


아들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는 냉동고에 사계절 쟁이시지만

지난 13년간

며느리들이 좋아하는 커피는 한번도 사두신 적이 없어

내가 일하며 먹으려고 커피를 사간다.


며느리들은 뭐 좋아하는지 잘 모르신다.

13년간 한결같이 그건 왜 안 먹냐?

맛살, 홍어

안 먹는 이유가 있겠는가 ㅜ.ㅠ

그냥 안 먹게 된 거지.

 

먹거리를 너무 많이 하셔서 항상 버리게 된다.

억지로 싸주신다.

 

안다.

옛날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 표현방식인 것을.

두말없이 싸온다.

일단.

처리는 상상에 맡기겠다.

 


아들들 1,2,3


할말이 많지만 ......


간만에 보면 어머님 말동무 하면 좋으련만

와도 각자 놀기 바쁘다.


어머님 이야기 들어드리고 일손 돕는 것도 며느리들 몫

어르신들이 다 그렇듯이 들은 얘기 또 듣고 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며느리들 일 중 하나

그러시면서 내가 무슨 이야기 하려고 하면 갑자기 말을 막고 다른 데로 화제를 전환시키신다.


할말은 많지만 .....


효도는 각자 마음가는 만큼

자신의 부모는 자신이 잘 챙기고

배우자가 우리 부모님 더 챙겨주면 고마워하고

그뿐이다.


나는 장거리 운전 힘들까봐

혼자 기차 타고 본가에 다녀왔는데

특별히 내게는 배려해주는 게 없어서(없다고 느껴져서)

내년 설에는 우리집 먼저 가서 명절 당일을 나고

이후 시가에 방문해야겠다, 고 마음먹었다.

 

나는 친구들에게도 요즘 드물지 않은 조선시대 며느리라는 평을 듣는다.

명절 당일에 본가에 간 적이 없다, 그간.

내가 그냥 그렇게 했다.

 

이제 바꾸고 싶다기보다는

 

난 이제 사실은 명절에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은

결혼 13년차일 뿐이다.

명절이 좋은 사람도 분명 일정 수는 있을 테지.


가족들 다복하게 모이는 거 좋아하는 집도 있고

각자 자기 가정만 챙기는 게 편한 집도 있고

비혼도 있고

요새 가정 형태가 다 다르니까.


아이들 학교 문제가 있으니

일제히 명절 정해 쉬는 이 방식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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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싫은 이유


1. 내 계획의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게 많다.

상황에 따른 변수가 너무나 많다.


2. 감정노동, 가사노동 가중

며느리들이 살갑게 하고 잘 어울리기를 바람
남편은,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

굳이 부인 가족과 섞이지 않고 방문만 해도 환영받음.


서로의 역사를 모르는 타인들이 갑자기 만나 갑자기 친해져야 함.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 (…) 서둘러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은 참된 이해를 위해 고려해야 할 많은 것들을 무시하고 복잡한 것을 단순화한다. 예컨대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아야 한다. 내면 같은 것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 21쪽


3. 물리적, 심리적 공간의 부재

좁은 공간에 여러 가족이 모여 서로 거리 확보가 안 됨

자고 씻고 배변하고 하는 데 불편

의외로 이 문제가 크다!


중간중간 쉴 개인공간 부족하다.

 

그럼에도

 

당신이 배우자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건 십중팔구 그 배우자 본인도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당신, 내게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그 ‘잘 모르겠는 사람’이 항상 자기 옆에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함께 놀며, 기대고 싶을 땐 의지할 기둥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인식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감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오랜 시간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두 분 모두 문득 옆에 있는 배우자의 옆모습을 보고는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라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내가 이 사람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구나’ 하고 불안할 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의문과 불안감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때는 그 ‘잘 모르겠는 사람’과 나름의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지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그것이 오히려 ‘기적’이었음을 마음속에서 축복하시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곤란한 결혼 축사2 가운데)

 

배우자뿐만이 아니라 낯선 모두가 웃고 떠들고 하는 광경 자체를, 그래도 '기적'이라고 받아들이라는 거구나.

 

 

*

아무리 사소한 집안일이라 해도 내 계획과 가치관과 다르게 진행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오늘 해야만 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온화하게 심플하게>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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