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철저히 학부모 입장에서 상담에 임하는 자세?를 적어보려고 함
상담은 가정에서의 학생의 생활을 알리고 선생님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알려드릴 수 있는 기회이고 내 아이에 대한 객관적 평판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 는 대외적인 이야기이고 서로에게 약간은 부담인 시간이다.
그래도 잘만 활용한다면 아이의 학교생활에 약간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일단 1학기엔 할 얘기가 많지 않다. 짜내고 짜내서 이야깃거리를 준비해간다.
선생님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아이들 개개의 특성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라면 좀 다르지만.
제일 중요한 건 시간 조절
학교에서 정한 10-15분은 넘기지 않는 게 좋을듯.
중언부언하고 육아의 고충을 토로하기보다는 최대한 핵심만!
상담을 5분 내로 마치려고 그간 가끔 간략히 써갔는데
대개 선생님들이 편하다고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1학기에 아들 담임 선생님의 경우 읽자마자
"어머님, 애들이 많은데 세세히 신경 써줄 수 없는 건 아시죠?"
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 나이까지 대면울렁증이 있어 전화 걸기 전에도 가끔 내용을 메모하는지라
그 수준의 메모였는데 사람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까다로운 학부모라 생각하겠다, 싶어 후회도 했지만
일정 부분은 맞아, 나 까다롭지.
아이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 관찰하고 있다.
부모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
아무튼 상담 전에 상담 가서 말할 내용을 정리하고 정리해 압축
아들의 경우,
요즘의 문제 수술해서 아직 회복되지 않음, 반에서 친한 친구들, 고치고 싶은 습관, 샘이나 학교에 바라는 점 등등
1. 상담 준비 ★★★
아이에 대한 파악, 나의 욕구 파악, 아이 생활 알리기
상담 계획서에 들어갈 내용(쌤 드릴 게 아닌 내가 보는 용도)
★건강상태, 학교에서 조심할 음식 등
아이 일과 방과 후 학원 일정 등
아이 친한 친구들
★아이의 고치고 싶은 습관 등
2. 실전 상담! 상담에서 내가 부족했던 점
느무 저자세였음.
이상하게 쌤 앞에 서면 죄지은 것도 없이 작아지는 나 흔들리는 동공 불안한 눈빛
인사하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기, 쌤과 눈을 맞추며..이게 힘들다니, 아직.
이제 샘이 아이 이야기를 해주심
칭찬들이 이어지다가 본론(아이가 고칠 부분) 시작!
수용할 건 수용하고 아닌 부분은 아니라고 아이를 변호해주기.
고학년이 되어서야 이걸 깨달았다.
*초등 아이들 사이의 분쟁의 경우 일어난 사건보다는 말발이 좋은 애들에게 밀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자기 편 많은 아이들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간다.
우리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이케 공격적인 말투가 아니라 이러저러해서 그렇다고 충분히 설명해준다.
엄마가 매일 학교 생활을 들으려고 하고 아이가 왜 그랬는지 그 상황을 아는 것,
이게 정말 중요한 듯.
특히 자기 상황을 잘 정리해 이야기하는 요령이 없는 애들이 자주 당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말발이 세고 따르는 또래가 많은 애들이 사실이나 현장을 왜곡한다.
엄마라도 아이 말을 잘 들어주고 변호해주어야 하는데 과거에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다.
이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데
학교행사 진행시 궁금한 거나 해결되면 좋겠는 것을 건의해봐야 소용 없음.
우리 사회에 ‘극성맞은 학부모’ 개념만 존재하다 보니, 교육에 헌신적이고 진보적인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신념과 가치는 ‘극성맞은 학부모’ 프레임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만다. 건전한 항의와 생산적인 제안으로 학교를 변화시키는 학부모들이 존재하는데도, 사람들 머릿속에 ‘극성맞게 전화를 걸어 학교와 교사를 달달 볶는 학부모’의 모습만 남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프레임의 재구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며 대중의 담론 속으로 들어오기까지 부단한 반복, 집중, 헌신이 필요하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105쪽
3. 상담 후 반성
아이에 대한 자랑이나 비하가 지나치지 않았는지
내 자존감 부족한 걸 넘어서서 아이까지 지나치게 낮추는 경향이 있었음.
칭찬해주시면 감사하다 하고 지적받은 부분은 쿨하게 인정하기
전혀 아니고 쌤이 잘못 보신 부분은 수정하기
내 아이의 객관적인 평판이 어떤지 점검하기
내가 아이 단점이라 생각하는 걸 너무 심각하게 알리지 않기
1학년 선생님의 경우 생활기록부에 내가 말한 대로 고대로 쓰셔서 경악함.
아이에게 샘이 칭찬하신 부분과 지적하는 지점을 공유.
과장되게 샘이 너 진짜 착하대, 잘한대가 아니라 샘의 표현으로
샘이 지적하신 단점이 언어가 만일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다면 내용만 전달.
누구누누야 너 느무 잘하고 있는데 샘이 이것만 고치면 더 훌륭한 학생이 될 거래 라고 격려
쓰고 나니 역시 별거 없음 ㅎ
그래두 나도 김연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상담 날까지 할 말들을 계속 시뮬레이션 돌려봄
1시간 후에 또 2학기 상담을 가야 함.
*
지난주에는 딸아이 상담을 갔다.
아들과 다르게 워낙 착실한 편이라 부담없이 갔다.
00이는 학교에서 너무 잘하고 있는데 왜 오셨어요? 하신다.
이 멘트는 온라인 육아카페에서 너무 많이 보았다.
선생님들도 육아카페를 아시는구나 싶어 슬그머니 미소.
아무튼 상담은 가기도 그렇고 안 가기도 그렇다.
내년부터는 애들도 많이 컸으니 전화 상담할까 하다가도
우리 애들 가르치는 분 얼굴은 뵙고 인사드려야 하지 싶다.
우리 어머님들이 고운 한복 한벌 차려입고 나서듯이
나도 간만에 잘 맞지도 않는 원피스 입고 나서야겠다.
두줄 요약-할말을 준비해가야 아무말대잔치 안하고 나올 수 있고
알찬 상담이 되어 내 아이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말하는 것을 토대로 쌤이 이어받아 말씀해주시니 언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