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일기'는 굳이 장르를 따지면 '생활문' 정도.

엄마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수필'의 개념과는 다름.

 

80-90년대 엄마들은 학교 다닐 때 하루를 돌아보고 교훈을 삼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사건을 하나 잡아 일기를 썼을 것임.

 

그러나 요즘의 일기 '생활문'은 이야기 자체, 서사를 중시하는 글로 굳이 그것을 통해 하루를 반성하거나 교훈을 삼자는 의도는 아님.


★★★일기는 자신의 생활과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글.


1학년 2학기쯤 일기 쓰기

빠르면 6월이나 늦으면 2학기에 일기를 쓰기 시작.

이미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일기를 써와서 무리 없이 완성.


그러나 '완성된 결과물'이 그렇다는 거고

일요일 밤마다 같이 창작의 고통을 나눔.

뭐 쓰지, 나 뭐했지, 거기 어디야, 뭐 먹었더라......왜 때문에 네 일기인데 내가 취조당하는 기분이 들지.

해서 어디 놀러 가면 팸플릿을 꼭 가져오고 다녀온 동선 다 써주고 먹은 거 알려주고 시작함.


일반적으로 작문은 크게 내용 생성, 조직, 표현의 단계를 회귀적으로 거치는데 '생성'에서 가장 오래 시간이 걸림. 생성하고 불필요한 내용 빼서 조직하고 쓰면 완성.

이때 1학년은 표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사소한 맞춤법이 틀리는 건 한번에 모아서 지적.

너무 표현법을 지적받으면 술술 쓰기가 안 되는 법.

또 맞춤법이 틀리면 틀리는 대로 무지 사랑스러움.

할아버지 상을 당하고 나서 '삼우제'를 계속 '사모제'로 쓴 것도 고치지 않고 제출함.

돌아가신 분을 사모하는 제사 아니냐고 찡 ㅜ.ㅠ


★★★기본과정


1. 날짜, 요일, 날씨 쓰기

맑음, 눈, 비, 흐림 보다는 다채로운 표현을 쓰도록 유도

이 애를 보면 타고나는 것 같기도


http://blog.naver.com/lot3543/220353044553



2. 오늘 겪은 일 중(하고 보고 듣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정해 제목을 붙이기

오빠는 박치기 대왕! 왜 나만 갖고 그래


3. 겪은 일을 구체적으로 쓰게 지도

아빠가 혼냈다. →저녁 시간에 밥을 먹는데 동생과 칼싸움 하다가 혼났다.


4. 겪은 일만 나열하지 않고 느낀 점 쓰기

리 어릴 때도 참 재미있었다, 하고 끝,

누구랑 노니 이러이러 해서 재미있었다. 바이킹을 타면 배가 간지럽다.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다.


5. 대화를 넣어 생생하게 전달.

엄마한테 혼났다. -"너 숙제도 안 하고 가방 던져두고 티비부터 보라고 누가 그랬어?"


6. 매일 반복되는 일은 가급적 쓰지 않도록!

몇 시에 잤다. 몇 시에 밥 먹었다. 행동의 나열로 무의미한 칸 채우기가 되지 않게

그러다 보니 순전히 일기 쓰러 놀러다니는 경우 발생


7. 문장을 너무 길게 쓰지 않게 지도.

우리 애들도 보면 "-는데"와 "왜냐면" 병에 걸림. 고치기 힘든 중병임.


8. 오늘, '나는'도 꼭 필요한 때에만.

일기를 쓰다보면 '오늘'을 안 쓸 수 없지만 아빠가 들어오실 때, 2교시에 피구를 하러 갔더니 이런 식으로 구체화하면 좋음.


9.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게 쓰도록 지도.

동생이랑 싸우지 말아야겠다, 가 아닌 동생이랑 싸웠는데

나만 더 많이 혼나 억울하고 동생이 미웠다.


9월 3일 수요일

제목: 공부

공부를 하면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공부할 때 아주 힘들다.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니까 너무 힘들다.

그래서 집에서 쉬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공부할 때도 좋지만 역시 쉴 때도 좋다.



10. 분량에 집착하지 말 것.

길게 정성들여 쓰는 다른애를 보면 비교하게 되지만, 아이가 짧은 글에 자신의 생활과 그로 인한 느낌을 압축해 썼다면 더 칭찬해줄 일임.

2014년 7월 26일

제목: 물놀이

토요일에 00이와 상무공원 물놀이장에 갔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게 신났다.

폭포수에서 내려오는 물을 맞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물놀이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물놀이장에서 영원히 놀고만 싶었다.

 

뭐뭐했다의 나열이 아닌 감정과 생각이 있어서 좋은 일기였음.


가끔 개기특한 글을 쓰나 거의 뭐하고 뭐했다가 많은 시기임.

느무 창의를 바라지 말고 성실하게 꾸준히!

 

일기 쓰기 너무 힘들어하면 가족일기 쓰자고 해서 식탁에서 오늘 있었던 일 3줄 정도 돌아가며 써보기.

대학 때 동아리 날적이 생각하고 써보려 했으나 대실패.

 

요즘엔 매일 쓰는 일기가 아닌 일주일에 2-3번 쓰는 건데도 무지 싫어함. 특히 아들.

 

동생은 2학년인데 일기를 거의 고학년 일기장으로 2쪽씩 쓰는데 ㅜ.ㅠ

 

 


*

 

아이가 4학년이 되니 '주제 일기'라고 해서

내가 제일 당황했던 때는? 나에게 1억이 생긴다면? 나의 세 가지 소원은?

등과 같이 선생님이 주제를 정해주시는 편이다.

 

학생의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고 작문 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은데

'주제'에 따라 사생활이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신혼 한 달차인 선생님이 "내가 원하는 배우자상은? "이라는 주제를 내서

아이가 글을 쓴 걸 보고 진짜 당황해서 최초로 검열을 했다.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배우자가 되겠다고 씀.

(우리 그렇게 화를 많이 낸 거니 -_- )

그러더니 마지막 줄에 아무래도 그건 힘들고 귀찮고 결혼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ㅜ.ㅠ

 

느무 창피해서 사정해서 일부 순화해서 제출했다.

 

진짜 제대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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