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면 패턴이 성공적이다. 애들이랑 10시쯤에 잠들어 4-5시에 일어나는 패턴. 그래봐야 이틀이지만 좋은 예감이 든다. 고칠 수 있다! 불면증

 

한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했다. 불면 이후엔 두통, 소화불량이 이어지고 고통스러웠다. 아이 낳은 엄마들이라면 크고 작게 수면 장애를 겪는다. 이제 초등이건만 여전히 엄마 옆에 붙어자는 애들 덕분에 애들 생활에 맞추어야 그나마 오래잔다.

 

결혼 전에는 새벽 3시까지도 노는 올빼미였으나 육퇴(육아퇴근, 애들 잠듦)하고 내 시간 갖는다고 사치부리다가 밤새워 고통받기 일쑤라 아예 애들 따라 새벽형으로 바뀌었다.

 

4-6시 사이에 애들 안 일어나는 시간 게다가 새벽, 우중충한 감성에 젖을 일도 없고 진작 이렇게 순응할 것을. 애들 때문에 오랜 습관이 바뀌는 게 억울해 그간 미련하게 살았네

 

*

 

위 책들은 아줌마들에게 추천하면 호불호가 엄청 갈린다. 대개는 불호다.

 

주말부부 어느덧 3년차 게다가 애들은 초등. 주변에서는 전생에 나라를 몇번 구했냐고 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부부들 사이가 다들 이 정도인 건가, 아니면 나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가.

 

물론 삼시세끼 차려야 하는 수고는 덜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들이 삼시세끼 안 먹는 건 아니다.

애들이 갑자기 크게 아프거나 해도 정말 홀로 다 돌봐야 한다. 말만 '독박'이 아닌 진정한 홀로육아. (한부모가정에 비할 데가 아니긴 하지만) 

 

올 초에 아들이 수술하고 난 병실에 아들이랑 같이 있어주고 아홉 살인 딸은 혼자 빵 먹고 학원가고 그렇게 지냈다. 시댁도, 친정도 먼데 미취학 아동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제만 해도 자전거 안장 높여주려다 힘이 부족해 낑낑거리는데 보다 못한 어떤 동네 아빠가 대신 해주었다. 고마우신 분. 아저씨도 육아하다 보면 오지랖 만렙. 이런 오지랖은 너무 좋다.

 

그 많은 동네엄마들 중 힘들겠어요, 매일 못보잖아요 이런 말 하는 분 딱 한 분 보았다. 신혼도, 새댁도 아닌데 어쩐지 찡했다. 친한 분은 아닌데 잘살고 계신 거예요,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었다.

 

공식 커플이면서 언제나 약간은 싱글의 정서를 가진 나는 여전히 이런 책들이 좋다. 철이 덜 들어서 그런다. 그냥 공감공감.

 

<혼자를 기르는 법>은 시니컬하고 담담하게 싱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중간중간 하는 일이나 행동이 나랑 많이 닮았다. 혼자 자연물 다큐 보며 인간사에 대입해 쓸데없이 감상적이 되기도 하는 거나 정말 뜬금없는 농담하는 거. 햄스터나 물고기를 기르며 육아나 인간사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머 코드가 맞는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는 단행본으로 빌려보았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그 시스템과 맞지 않아 과감히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칭찬받는 고래가 되어봐야 고래한테 좋은 게 아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게 고래의 삶에는 더 맞다. 상처를 품어 진주로 만든 조개. 그런데 조개는 그 진주를 가질 수는 없다.

 

자기계발서 식의 격려, 채찍보다는 어차피 "내 마음" 쪽이 훨씬 중요하다.

 

<어쿠스틱 라이프>는 간만에 보았는데 열육아 중이시구나. 감각 있는 작가답게 잘 키우고 있는 것 같고 여전히 금슬도 좋고 흐뭇흐뭇. '가차 없는 남편' (192화) 시리즈가 재미 있었다.

 

엄마들이 모이면 의도치 않게 쇼미더머니 스타일로 남편의 나쁜 버릇이나 이해할 수 없는 점에 대한 배틀이 열리는데 난 물론 거의 듣고만 있다. 엄청 부당하다고 열변을 토하기는 하는데 학창시절 학생주임이나 괴상한 선생님 흉보는 듯한 그런 수준이다. 학창시절에 그렇듯이 뭔가 자극적 에피소드를 끌어내는 사람이 위너. 그래도 뭔가 이혼 직전의 심각한 이야기는 물론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것도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일까. 학교 책 읽어주기 봉사를 올해부터 하고 있어서 생각보다는 괜찮다. 그냥 학교 일 많이 하는 분들 뭔가 돼지엄마 같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가 돼지엄마라고 인정하니 편하다. 그것도 대왕 돼지엄마. 체형도 뭔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고 (오래도록 오열) 

 

*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

아이 낳기 전의 나와

아이 낳고 변한 내가 만나

악수하며 사이 좋게 놀고 있다.

 

혼자, 어차피, 어쿠스틱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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