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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는 정리정돈법 - 아이를 변화시키는 1% 습관 혁명
오오노리 마미 지음, 윤지희 옮김 / 어바웃어북 / 2017년 3월
평점 :
방학이 끝나갈 무렵 집안 상태는 혼돈 그 자체.
치워라, 정리 좀 해라, 외쳐도 여기저기 책, 놀잇감, 학용품, 레고 등이 널려 있다.
이 책은 아이 있는 집이면 으레 마주치는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적절하게 제시한다. 아이들을 위한 미니멀리즘은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4인 가정이라고 하면 하루에 각자 물건을 하나씩만 들고 와도 4☓365=1460, 1년에 천오백 개 남짓한 물건이 생기는 것이다. 일단 가져오지 않기.
그러나 아이들은 호기심도 많고 관심사도 다양하다. 자연히 갖고 싶은 물건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일단 물건이 쌓이면 무조건 엄마 판단으로 버리기보다 '생각 중인 상자'라는 데에 판단을 유보해둔다. 시간이 지나 다시 열어봐도 보관하고 싶은 건 보물상자로 이동하고 아닌 것은 버린다. 버리기 쉬운 물건으로는 작아진 옷, 고장난 장난감, 철지난 프린트물, 상자 등이다. 이게 참 이상보다 쉽지 않은 게 레고상자 같은 것도 아이 입장에서는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되어서 쌓여만 간다.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해결하는듯하다.
아이에게 정리하라고 할 때 막연하게 이야기하기 보다 사용하는 물건,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나누게 하고 서랍 전체를 꺼내 이 기준에 따라 버리고 수납하게 한다.
아이들 짐의 주범은 책과 옷.
책과 옷도 1년 이상 읽지 않거나 입지 않는 건 과감히 정리하고 수납할 때 80프로 정도 채워서 꺼내기 쉽고 정리하게 쉽게 한다. 아이 옷이 150사이즈 기점되는 때로 옷 정리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도 공감한다. 이제 성인 사이즈에 가깝게 되어 장농도 다 새로 사야 한다.
아이들이 정리를 못한다고 하지만 엄마들이 '추억 스토커'가 되어 버리지 못하는 게 가득이다. 나도 '최초'에 의미를 두고 배냇저고리며 처음 신은 신발을 아이가 11살인 지금도 가지고 있다. 추억은 소중하지만 그것에 매달리다보면 가족들이 현재를 누릴 공간이 부족해진다.
아이들 작품 전시 요령도 볼 만하다. 엄마 눈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판단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남기고 싶어하는 작품에 더 가치를 두라는 말이 의미 있다. 새 작품을 집안 한 공간에 일정 기간 전시하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오면 정리한다. 사진을 찍어두고 버리는 게 나은데 애들이 초등인 요즘은 그냥 버리게 된다. 곧 더 좋은 작품이 나오니까. 그리고 만들고 그리는 순간 행복하면 된 거니까.
식탁을 항상 깨끗하게 비워두라는 조언이 유용하다. 다소 엉성하게 정리된 집이라도 아이들 책상이나 식탁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정돈되어 보인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가 보는 곳에서 공부하는 편이 성적이 잘 오른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아이들은 부모가 곁에 있을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미지의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부는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방문을 닫아두고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열린 공간인 식탁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30퍼센트를 배출한 유대인을 ‘지혜로운 민족’이라고 부릅니다. 교육전문가들은 유대인들이 다방면에 걸쳐 높은 성취를 이룬 비결로 ‘하브루타(havruta)’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방식을 꼽습니다. 히브리어로 친구 또는 짝을 의미하는 하브루타는 나이·계급·성별에 관계없이 서로 짝을 이루어 토론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유대인들은 식탁을 하브루타의 장으로 활용합니다. 평소 가족과 식사하며 활발히 토론하고, 그들의 안식일인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몇 시간씩 토론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가 식탁에서 공부하면 모르는 게 있을 때 질문하고, 부모가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_ ‘공부 잘하는 아이는 식탁에서 숙제한다!’(92쪽)
공부방에 아이들 책상 두 개가 나란히 있지만 꼭 아이들이 식탁에서 숙제하게 된다.
밑줄은 아주 이상적인 얘기고 꾸물거리지 못하게 하고 빨리 해결하고 재워야 해서 그렇다. 흰 식탁에 연필 자국이 남아 매직스펀지로 주기적으로 지워줘야 하니 그게 좀 문제다. 그리고 가끔은 밥먹는 데 지우개, 연필이 굴러다닌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다이소 같은 데서 손잡이 달린 수납상자를 사서(아니, 만들어도 된다) '공부 박스'라 이름 짓고 학용품을 아이공부방에서 거실 등으로 자유롭게 옮겨주라고 한다.
다이소몰, 시스맥스 마이큐브 68005
정리정돈은 뇌의 전두엽이 관장하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전두엽이 아직 덜 발달해 정리 정돈이 익숙하지 않다. 전두엽은 두세 살 무렵부터 발달해 스물 다섯 살까지 성숙하는 것이라고 하니 느긋하게 기다려줘야 한다. 너무 뭐라고 다그치지 말고 함께 정돈하자는 것이다. (헉, 대학 때까지 이 지경을 봐야 하다니)
전두엽은 사고력, 기억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논리적인 판단을 관장하고 전두엽이 잘 발달해 있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아이의 전두엽 발달을 위해서라도 분류하고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 정리가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같은 정리가 아닌 자신만의 기준에 의한 것이어야 할듯하다.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혼돈한 가운데 자료를 찾아내 과업을 얼마든지 훌륭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그리고 빡빡한 일정보다 '오아시스 시간'이라고 해서 맘대로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맘에 들었다.
소설가 이기호님 아들이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고 했던가. 아니다 같이 정리해도 반나절을 못 넘긴다. -_-
열한 살 초4병 아들은 자기는 아예 '버릇이 없다'고 호탕하게 웃는다. 4학년 정도 되면 반애들이 다 그렇게 된다나.
다행히 아홉 살 딸이 같이 열심히 치워준다. 엄마, 이거 버리는 거지 만날 물어봐주고 물건 찾는 것도 도와준다. 스티커나 자잘한 것들을 버리는 데 힘들어하지만 나는 전에 더했으니 이 정도는 양호하다.
아이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주는 방법
-아이와 매일 웃는 얼굴로 스킨십 할 것
-"너는 소중한 존재이며, 사랑한단다"라고 자주 말해줄 것
-하루에 한번은 아이와 밥을 먹을 것. 식사가 힘들다면 간식을 먹어도 좋다. (중략)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일까요?
정답은 "다 괜찮을 거야"입니다. 198-199쪽
정리, 정돈도 좋지만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다 괜찮다, 지켜봐주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