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인 2호는 학교독서카드를 거의 매일 적는다. 가끔은 전혀 엉뚱한 감상을 쓰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단 한 줄만으로도 단박에 이해가 가는 감상을 내놓는다.

 

2호의 <복 타러 간 총각>의 한줄평은 '저에게도 복이 있겠죠?'였다.

2호 특유의 필체와 함께 보는 순간 절로 미소.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아이라 어쩐지 찡했다.

그래 복이 많을 거야. '화가가 될 복'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2호를 위해 같이 복을 빌었다.

 

2호는 책을 읽으며 열심히 일해도 복이 없는 총각을 안타까워하고 쭉정이라는 낱말이 뭔지 물어보았다. 나는 2호에게 총각이 여자, 노인, 이무기를 만나고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려다 자신도 소원을 이루게 된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ㅋ 주입식 교육의 폐해. 이건 '구복설화'의 하나로서 밑줄 쫙.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는 '거미는 참 야무져요'로 충분하다.

사자가 땅에 박힌 빨간 끈을 빼내어 머리를 묶으려 한다. 잘 되지 않자 이빨이 강하거나 힘이 센여러 동물을 동원해 끈을 뽑으려 하지만 역시 모두 다 실패한다. 이때 거미가 나타나 끈이 땅에 박힌 채로 그냥 사자 머리를 묶어주고 사자는 웃으며 만족한다는 얘기다.

2호가 전라도 네이티브였다면 거미는 참 오지네 했겠지만 ㅋ 오져부려인가 ㅋ

 

 

 

 

 

 

 

 

 

 

 

 

 

육아서는 고만 보고픈데 읽을 만한 책이 계속 나온다.

학교에 다니는 1호와 2호는 매일매일 수업을 듣고 정글인 초등교실에서 인간관계를 이어오느라 나름 많이 힘든 듯하다.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진 않지만, 그래도 집에서 보고 싶은 책 보고 편히 쉴 때가 가장 좋다고 한다. 여러 기술적인 게 많이 있겠지만 결국 심리적 에너지가 축적되어야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근간은 '비관, 냉소, 허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현재(라기보다 청년기)의 내 상태에 비추어

억지로 끼워맞춘 것이고 어린 시절의 난 뭔가 '의지'를 품고 막연하게 '복'을 바라고 산 것 같다.

사실 뭐 1, 2호같이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 살지 않았을까.  

 

전래동화를 열심히 읽고 고무줄에 심취했고 남자아이들과 장난을 많이 쳤던 1학년이었다.

지금의 1, 2호보다 훨씬 극성맞고 밝았던.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밤에 자주 깨는 일이 많았고, 검색해서 이런저런 단편적인 정보를 얻을 시기

에 내면아이 치유 이런 것들에 몰두했었다. 유년기의 불우한 기억의 단편을 붙잡고 징징.

좀더 쪽잠을 자고 아이들과 눈을 더 맞추고 더 신나게 놀것을.

책목록 같은 것에도 연연하지 않았을 텐데......전집 들이기 싫고 전집 문화 조장하는 사람들 비판하면서 어린이도서회 추천 단행본 고르고 골라 읽혔다 해도 결국 엄마표 전집 아니었을까.   

 

요즘 우연히 봤던 '힘을내요 노모파워'라는 웹툰을 보면 작가님 아이가 3학년인 1호랑 같아 무지 공감되는 얘기가 많다. 육아의 시행착오도 같고 노화의 진행에 한탄하는 것도 대공감.

 

요즘 진짜 엄마들이 이해된다. 뭐 거시기, 그거 있잖아 저거 그러니까 그거 하라고.

왜 그렇게 '대명사'로만 이야기하는지.

 

웹툰상 '천개번둥'인데도 나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 남편인 뚱씨가 야외에 나가 신록을 순록이라고 한 것도 웃겼다.

 

대망의 빵 터짐은 어버이날 아들의 카드.

유니세프 후원 아동이 쓴 카드인듯하다는 거.

   

요번 5월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불러준 듯한 내용을 갈겨적은 카드를 받고 잠시 허망했던 내 기분을 대변한다.

 

이렇게 봐야 할 책도, 웹툰도, 영화도, 행사도 줄줄이 많은 이 시기는 복이 터진 시기인가보다.

마무리가 힘들어 역시 기승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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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0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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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0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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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3 2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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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4 1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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