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또 다시 이 남쪽 지방에도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안 남겨둔 단톡방에도 윗지방 눈 소식이 가득.


간만에 서재에 와서 정돈되지 않은 기록들을 보고 서재를 닫으려다가 충동적으로 2021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최근에 본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의 영향일까. 


작년에 간간이 읽은 여러 에세이들 덕분일까.


책도 많이 못 보고 거의 영상에 빠져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유행했던 여러 에세이들이나 독립 서적 출판물 등은 챙겨봤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읽기 괴로웠고 익히 예상했던 내용이지만, 정직한 노동의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책을 읽다가 예전에 블로그에서 쓰레기집 위주로 청소해주는 키티 캐릭터 좋아하던 분도 생각이 났다. 일반적인 정리가 필요한 집보다는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고 각종 묵은 때가 켜켜이 쌓인 집을 청소해주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는 분. 요즘도 그 일을 계속 하실까? 어디서든 건강하시길 바랄 뿐이다.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는 우리 지역 독립서점에서 구입했다. 코로나 1단계일 때이고 집 근처에서 강연을 해서 마스크를 쓰고 작가님을 만나러 갔던 기억이 난다.


작가님이 불안 장애를 극복? 하고 작품 활동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는데 말씀하신 대로 이전의 작품보다는 덜 대중적인 내용이다. 나도 일종의 불안장애를 늘 품고 사는지라 우리 지역에서 적절한 심리 상담가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땅한 분이 없기도 하고 살림도 빠듯해서 애꿎게도 딸아이에게 이런 저런 불안? 불평을 토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최유나 변호사 에세이는 알라딘에 책 사러 갔다가 서서 휘리릭 다 보았는데, <유퀴즈>에 나온 그대로다. 그냥 사람 고쳐서 쓰는 거 아니다, 라는 흔한 명제를 확인하게 되는 에세이.

















빌려서 읽거나 발췌해서 본 책들 

읽는 동안 가볍게 머리 식히기 좋았다.
















<유퀴즈>에 출연하신 분들 저서.


수업 마치고 자투리 시간이 남거나 수업과 관련해서 아이들에게 유퀴즈를 보여줄 때가 있는데 이명학 교수님 편이나 수능 만점자, 전 수능 출제위원이신 강상희 선생님 편이 반응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유용했다.


요즘 아이들은 한자를 거의 배우지 않았거나 엄마가 극성스럽게 한자급수 시험을 보게 한 아이들로 나뉜다. 확실히 한자를 많이 배워둔 아이들이 어휘력이나 독해력이 뛰어나다.


<처음 어른이 되어 만나는 한자>는 관련 전공자이고 나름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유용해서 다시 구입해서 아들도 보여줄 생각이다. 


여기서 TMI 하나

딸은 한자 급수를 꾸준히 공부하는 편이고 아들은 한문맹이다. 얼마 전 애들아빠가 바둑을 볼 때딸아이가 지나가면서 신진서 역단이라고 읽어서 아들이 두고두고 놀림잼 


눈이 나빠 실수한 거라고 딸아이를 다독여주긴 했는데 나도 허탈하긴 했다. ㅋ

힘 력이랑 아홉 구도 헷갈리면서 한문 잘 안다고 하지 말라고 아들이 딸아이를 어찌나 놀리던지 ㅎ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나도 비슷한 패턴이기는 한데 깨어 있는 시간을 이분만큼 잘 활용하지는 못하는 듯 ㅜ.ㅠ 올해는 진짜 달라져야겠다. 유명한 시간관리법에서도 말하듯이 일단 수조에 큰 바윗덩이를 먼저 담고, 자갈과 모래와 물을 채워야 한다. 나에게 가장 우선이 되는 일을 먼저 하고 자투리 시간에 집안일과 육아를 ! 멍 때리거나 영상 보거나 쓸데없이 여기저기 커뮤니티 둘러보는 일은 그만. 정보랄 게 사실 없고 방향을 잡고 우직하게 나랑 아이들이 하기만 하면 되는 일들이 부지기수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많이 해서 애들 문제집도 텅텅이고 교과서 상태도 엉망이다. 다 그냥 버릴 생각을 하니 속이 쓰리다. 


<수능 국어의 정석>은 유퀴즈에 수능 전 출제위원으로 나오셨던 강상희 대표님의 저서.

간간이 회사 홍보도 보이지만 수험생과 아이들을 지도할 선생님에게 유용한 팁이 가득하다.


유퀴즈에서 나온 수능 출제 에피소드 관련한 이야기에 더 심도 깊은 출제 의도 등을 담고 있어 유익했다.


유퀴즈에서는 유튜브 댓글창에 나온 대로 뭔가 최양락의 지적인 버전인듯한 화법이 엄청 재미나서 한동안 애들이랑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국가의 중대한 시험인 만큼 출제위원들이 엄청나게 고심해서 만들고 범위가 넓어 보이지만 기출 중심으로 수학 문제를 풀듯이 타당한 근거에 기반해 독해를 하라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참 이게 어렵다. 문제 푸는 아이들이나 가르치는 사람 모두에게.


















작년 12월에 읽었던 책들.


<장녀들>은 돌봄 노동과 간병의 어려움 등 우리 사회가 요즘 직면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왜 딸들, 특히 장녀에게 부모는 심리적으로 기대게 되는지 노년의 돌봄을 사회보다 한 개인이나 가정에 맡겼을 때의 해악에 대해 잘 다루고 있다.


<도피행>은 중년 여성의 정신적, 경제적 위기를 잘 다루었고 반려동물에게 기대는 주인공의 절절한 모습에 한없이 마음이 저렸던 그런 작품이다.


<장녀들>은 생각해볼 여지가 많아 언젠가 리뷰를 꼭 써보고 싶은 그런 작품이다.


















아들이 작년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팬이 되었고, 학생들이 추천해서 보게 되었다.


작년 말에 내가 자주 가는 집 앞의 도서관 건물에서 보호 종료를 앞둔 십대 학생이 투신해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너무 먹먹하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사는 동네는 광주의 대치동이라 하는 학군지인데 이곳에 종교재단의 보육원이 있다. 아이들 학교에도 그 아이들이 다닐 텐데 ㅜ.ㅠ 


보호 종료 후에도 <녹나무의 파수꾼>에서와 같이 재력 있는 숨겨진 먼 친척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이 소설은 진짜 판타지일 뿐이고,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성인의 자립은 역시 가족의 재원에 기반한다는 것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래도 뭔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서 <나미야..>, <편지>, <인어가 잠든..> 등과 같이 살인이 없는 순한 맛 소설 계열. 애들이 읽기 좋고 좋아할 만한 작품이었다.



 














앞의 책들은 딸 주려고 샀으나 <프리즘>만 보았다. <아몬드>를 이을 아이들용 성장 소설은 아니고 뭔가 애매했다. 


쓰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 점심 먹을 거 챙겨주고 일하러 갈 시간이네. 


다음주까지 학기 마무리하고 나면 다시 계약 종료. 올해의 농사를 다시 준비해야 할 시간들이 다가온다.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참 괜찮은 눈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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