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딘가를 오고 갈 때 꼭 이 잡지들을 사서 읽고 다니셨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사들과 평범한 소시민의 글이 교차 편집되는 구성을 하고 있다. 

 

두 잡지의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한결같이 '감사'나 '봉사' 같은, 개인이나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 가치와 논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지하철 역사 게시판에 짧게 올라오는 글들 혹은 교회나 성당의 주보에서 볼 수 있는 글들이 많지만 소박한 삶 속에 성찰이 보이는 글도 있고 진짜로 힘겨운 어느 날에는 아, 그 잡지에서 본대로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잠시 먹은 적도 있다.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같은 옛날 연습장에 조잡한 글씨체로 적힌 그 구절같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날도 있다.

 

이렇게 단정한 잡지들을 들고 다녔던 엄마의 실제 생각과 말투는 이 잡지들의 논조와는 달랐다.

 

마음에 안 드는 딸들의 행실에 분개하여 말다툼 끝에는 내가 다시는 여기 오나봐라, 내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ㄴ 등등 저주의 말들로 이별을 맞곤 했다.

 

아주 요즘말로 영혼이 탈탈 털려 기진해서 동생에게 하소연을 하다보면 우리 엄마는 안 어울리게 왜 저런 잡지들을 들고 다니는 걸까, 월간 <나쁜 생각>이나 <하수처리장> 이런 잡지 발행인 되어서 찰지게 사회와 딸들에 대한 불만을 욕쟁이 할머니 욕으로 랩하듯이 토로하면 될 텐데라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엄마가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고 코로나 19 사태로 언제 면회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간단한 간식과 두 잡지의 3월호를 큰글씨 판으로 사서 부쳐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도 잡지들을 새로 사서 정독해야겠다.

 

진짜 3월에는 감사하고 온유하게 살기로 다짐하며.

 

어제도 역시나 집 근처 학교에 면접을 가게 되었다. 인력시장 끝물이라서 시간강사뿐.

 

이 학교는 이 지역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사학재단 중 하나로 특성화학교인데 대기 장소가 교내 카페이고 모르는 분이 커피도 내려주셔서 대기시간 중에 잘 마셨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진지하게 진짜로 이 자리 시간강사 자리인 줄 아느냐고 물으신다.

그리고 이 학교에 왜 지원하냐고 물으셨는데 엄마도 여상을 나오셨고 나 역시 그 옛날에 서울여상을 갈 뻔한 적이 있다는 답을 했다. 장황하고도 뜬금없는 TMI.

 

그냥 이 지역 취업 명문이자 진학 명문인 이곳의 교육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짧게 말할 것을.

 

버스를 기다리다가 그냥 날이 좋아 걸었다. 코로나 19 영향인지 거리와 가게에 사람들이 진짜 드물었다.

 

집에 새로 필요한 가구가 있어 가구점에 들렀다가 가격에 크게 실망했다. 

 

당근마켓이나 뒤져보아야겠다.

 

그제인가는 딸아이 의자 바꾸고 남은 의자를 올렸다가 바로 팔아서 이 지역 말로 진짜 오졌다리.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주소 묻고 에누리 같은 것도 없이 바로 사간 아저씨 리스펙.

 

나름대로 의자를 깨끗하게 썼고 다시 매직스펀지로 닦고 해서 팔았지만

의자구매자 아저씨가 부인에게 이 지역 최고가로 사왔냐고 한소리 듣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나도 참 별 잔걱정이 많아 탈이다.     

 

 

 

 

 

 

 

 

 

 

 

 

 

 

 

 

 

코로나 19로 도서관도 오랫동안 휴관이라 있는 책들이나 다시 잘 읽어야겠다.

 

병원을 다니며 수면 패턴을 다시 잡는 중인데 여전히 많이 걷고 너무 일찍 잠들다 보니 새벽에 자꾸 깨게 된다. 스마트폰을 바닥에 진동으로 두고 새벽마다 일어나는 윗집 덕분에 강제 기상하게 되는 날도 많았다.

 

쉬는날이면 사람들 초대해 여러 집에서 모인 게 분명한 아이들은 마구 뛰고 부모들은 한켵에서 부어라 마셔라가 연상되는 윗집이 어제 이사를 나가서 수면의 질이 조금은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진부하지만 책에 나오는 대로 감사할 일들 찾기.

 

저녁에 어인 일인지 분리수거하러 나가고 싶어 나갔다가

중학교 가는 아들 자습서들 득템.

 

아이가 갈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는지 다행히도 출판사들이 꼭 맞아 좋았다. 역시 자유학기를 시행하는 1학년에는 자습서를 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불끈.

 

아들은 사실 문제집을 끝까지 푼 적이 거의 없고 딸에게 고이 물려주는 편이다.    

 

 

 

 

 

우리집도 <수학의 정석> 이렇게 쓸 판이다.

 

 

 

 

 

 

 

 

 

 

 

 

 

 

 

 

 

 

 

그래도 딸아이가 있으니 이 작품집은 구매해야겠다. 굽시니스트 팬인 아들이 몇 주 전에 이 책들을 사달라고 해서 사서  보여주는 중이다. 특유의 아재개그와 드립에 반해서 구석에서 깔깔거리며 보는 아들이 진짜 신기하다. 역사만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지.

 

날이 밝으면 올 시즌 마지막 면접을 보고 와서 엄마 병원에 계신 동안에 진행할 집 인테리어 일정을 짜야 한다.

 

보관이사 업체와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느라 전화 주고 받고 하다보니 한달치 말을 다한듯하다.

 

딸이 필통을 가지고 싶어 문제집들을 사달라고 했는데 아들이 물려준 문제집이 한 가득이라 금액을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편집은 깔끔하지만 기본 내용이 아쉽다.

 

 

 

 

 

 

 

 

 

 

 

 

 

 

 

그냥 이런 구성으로 사야겠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일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시기이지만

어디까지나 좋은 생각 또 좋은 생각.

 

아니지 그보다는 생각을 비워내고 멍 때리며 자주 쉬고 또 쉬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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