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유영규 외 지음 / 루아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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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도서관에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읽었다. 희망도서로 내가 오래 전에 신청한 책인데 병간호와 기타 잡다한 업무로 분주하게 보낸 지난 두 달 동안 아무도 빌려가지 않았는지 새 책 그대로였다.

 

가족 중에 중병이나 장애로 돌봄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할 경우 가족의 삶이 얼마나 뒤틀리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을 이용하는 절차나 과정도 그리 수월한 것은 아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을 경우의 돌봄이나 가족 한 명이 아닌 가족 내에서 여러 명이 중복 발병할 경우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신질환이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환우의 폭력성으로 인해 받아주는 시설이 없어 오롯이 가족이 간호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장기간 보호병동 입원이 어려워졌고 정신질환의 경우 보험 적용이 안 되어 치료비가 많이 드는 것도 환자 가정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자신만의 시간을 낼 수 없어 본인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결국 가정 전체가 빈곤에 빠져든다.

 

무엇보다 환우 가족들의 가장 큰 고통은 이 간병의 시간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절망으로 이어져 존속 살인이라는 극단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발병한 지 6-8년 사이 환자를 하루에 8-10시간 넘게 돌보는 경우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

신문 후속보도답게 신파 없이 있는 그대로를 담담하게 전하는데도 읽다가 몇 번이나 울컥해서 혼났다. 내 자리 맞은편에서 잘 차려입으신 연금 생활자이신 것이 분명한 아주머니 한 분이 간혹 나를 쳐다보셨다.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찾아왔을 때 가족을 죽인 후에도 살던 집에 그대로 사는 경우가 꽤 된다는 데에 놀랐다. 이사를 갈 경제적 여유가 없어 비극의 현장에 그대로 거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마음 아팠다.

 

아픈 사연들이 이어지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가정을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해 끝부분에 잠시 기술했는데 각각의 가정이 필요한 돌봄을 충분히 받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듯하다.

 

선진국의 경우 가족이 간병을 맡고 있다고 할 때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이 간병을 할 경우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경우 하루 한 시간, 달에 20시간 정도 지원이 된다. 겨우 20만원 남짓인 것이다.

 

간병이 오래될 경우 회사를 휴직하거나 휴직 후 다시 복귀하는 것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직업군 외에는 그리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간병이 지속될 경우 가족이 잠시 환자에게서 벗어나 쉴 수 있는 가족휴가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가 있을 경우 연간 일주일 정도 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제도가 널리 홍보되지 않았고 일주일만이라도 맡아줄 기관이 나타나지 않아 가족들은 제도를 활용할 수가 없다.

 

읽는 내내 답답하고 마음 아팠지만 참 이기적이게도 이렇게 힘든 분들도 있는데 

이제부터라도 간병 문제에 직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동병상련'이라는 말도 잘 와닿지는 않는다.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같은 이름으로 규정한 병을 앓는다도 해도 각자의 현실이 고유하고 각자의 체력과 성품도 다르기에 서로 이해받고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도 비슷한 아픔, 정형화된 비극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막다른 절벽에 처한 가정이나 개인에 손을 내밀에 줄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나부터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간혹 주부들 커뮤니티에 간병이 힘들다는 하소연이 올라오면

내가 하루만 봐드리고 싶네요

당장 달려가고 싶네요, 라는 덧글이 달리기도 하는데

 

진짜 찾아와주지 않아도

절박한 누군가는 순간

눈물을 닦아주는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가족이나 선한 이웃의 도움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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