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미니멀 라이프는 숙제로 다가온다.

 

나름대로 아끼며 살고 물욕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집을 정리하다 보니 버릴 것들이 가득이다.

 

추석 전부터 시작해서 거의 전문 가사도우미 수준으로 수업이 없는 날마다 열심히 버리고 치웠더니 경비실 아저씨가 요주의하는 인물이 되었다. 몰래 재활용이 안 되는 걸 버리거나 대형 폐기물 두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난 물론 꼬박 돈 주고 버렸다. 며칠 전에는 선물 받아 두기만 한 대형 곰을 버렸는데 버리는 데만 삼천원이 들었다.

 

1. 주방 편

 

주방을 정리하다 보니 진짜 텀블러와 컵이 너무 많아서 오래되었거나 잘 쓰지 않는 것은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다 보니 알라딘 굿즈도 상당수 포함되어서 앞으로는 정말 취향 저격인 머그라 해도 절대 고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단순히 머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액을 맞추려고 대강 어림짐작으로 산 책들도 짐으로 남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굿즈라면 차라리 매장 가서 사오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품류는 내가 사지 않고 받아온 것들, 건강식품, 요상한 가루 류는 거의 다 쓰레기통으로 직행인듯하다.

 

내가 산 것 중에 버린 것은 김밥 싸고 남은 김 ㅜ.ㅠ

뭉치가 다수 나와 반성했다. 눅진 김 활용법이 있지만 안 먹을 것을 알기에 과감히 버렸다. 앞으로 체험학습 김밥은 차라리 동네 바르다 @선생 등에서 사서 보내기로.

 

체험학습 도시락과 관련해서 예쁘게 도시락 쌀 수 있게 하는 도구들도 이제는 예쁜 쓰레기들.

유아나 저학년 때에 리락쿠마 유뷰초밥이나 비엔나 문어, 메추리알 돼지 이런 거 했던 도구들.

다행히 동생이 아기를 낳아 조만간 어린이집에 갈 날이 올 테니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건 그냥 두기로 했다.

 

식품 관련해서 정리하다 보니 우리집 식재료 소비 패턴이 보인다.

 

딸아이에게도 엄마가 해주었던 것 중 좋은 것 중간 싫은 것으로 분류해 목록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아들의 경우는 목록 해주는 것이 귀찮은지

엄마가 나를 그렇게 보고도 모르냐고

고기, 단짠, 면

이렇게 외친다. ㅋ

 

2. 문구, 미술용품, 교재

 

아이들 공부방 미술도구와 필기류 정리하다가 진짜 던질 뻔했다. 진짜로 이 구역은 내가 산 건 많지 않지만 선물받고 물려받은 것이 모이다 보니 화방이나 알파를 방불케 했다. 뜯지 않은 크레파스만 두 박스에 터둔 것이 서너 박스.

 

아이들이 상으로 타온 저렴한 문구류 세트나 필통 등이 거의 쓰레기통으로 직행

나눔할까 하다가 번거롭기만 해서 그냥 거의 버렸다.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면 그게 마음의 빚이 되어 그도 역시 내게 다시 물건을 안기는 악순환이 지속되므로.

 

중고로 파는 것 역시 스트레스.

 

판매자는 자기가 구매한 가격 위주로 상품의 질을 평가하는 데 비해 구매할 사람은 상품의 마모된 부분만이 생생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물건을 실제 쓴 사람은 자신의 눈에 물건이 익기도 했고 비싸게 주고 샀다는 생각이 작용해 가격을 내리기 쉽지 않다.

 

문구류 펜이나 기타 용품은 진짜 예전에 아이 로봇과학 공구상자에 가득차게 색연필, 볼펜, 네임펜, 컴싸 등이 모여서 앞으로 대입 몇 수를 한다 해도 다 못쓸 분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재 등도 전과 등은 아이스크림 홈런 무료 회원이기만 해도 볼 수 있고, 각 과목별 문제집도 잘 안 풀고 버리게 되는 듯해 수학 정도만 사고 나머지는 통합본으로 단원 대비 중심으로 사도 될 듯하다.

 

학습 관련 책이나 잠수네 이런 류도 열성 엄마가 아니라 활용이 안 되니 팔 예정이다.

 

3. 화장품과 약품류

 

화장품은 엄마나 동생이 보기 안스럽다고 사준 게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행

사오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으니 문제다.

 

약품은 애들 어릴 때 비상시로 대비해둔 종합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한두번 쓴 연고들이 모두

쓰레기통행. 전에 아주 외진 곳에 살던 기억이 있어 그런 건지 왜 이리 쟁였나 모르겠다.

 

이제는 집 앞에 대형약국이,  집에서 십분거리에 대학병원이 있는 곳에 사니 진짜 미리 사들이지 말아야겠다.

 

4. 도서

 

정리에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제일 문제인 구역

진짜 우리집 거실의 두 면을 차지하고 공부방 한 면, 컴퓨터방 한 면, 안방 구석 여기저기 널린 책들을 어찌할지.

 

일단은 알라딘 구매와 도서관 대출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고도 아들이 너무 보고 싶은 책이 있고 김금희 작가 신작이 나와 다시 구매함 ㅜ.ㅠ)

 

꼭 필요한 문제집이나 너무 보고 싶은 책은 동네 서점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작년과 올해 초반에 독립서점 순례도 무지 했는데 그것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독립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라 산 건데 생각보다 별로이고 내 개인 기준으로 소장 가치가 크지 않은 책들도 많았다.

 

그리고 서점을 다니다 개인 카페 순례로 이어져 차값 지출도 상당해서 당분간 다니지 않기도 했다.  

 

5. 의류

 

의류 역시 진짜 왜 이리 물려받고 사들이고 한 건지.

 

물려받아도 입을 게 없는 건 애들에게 미묘하게 안 어울리고 안 맞아 결국 버리게 된다.

고학년이라 취향이 생겨 안 입기도 한다.

 

물려받을 당시 마음의 빚이 남아 선물로 뭔가 사드려야 하니 그것도 마땅치 않다.

 

내옷은 사실 별로 버린 게 없을 정도로 자주 버렸는데 그 중에서도 동생이 입다 주거나 두고 간 것을 거의 다 버리게 되었다.

 

 

옷은 이제 내 취향이나 체형을 어느 정도 알기에

자주 사지도 않고 버리는 것도 덜하다.

 

 

 

*

짐을 정리하다 보니

나에게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 뻔히 보여 부끄럽다.

 

예쁘게 살고 싶었구나.

그저 예쁘게.

 

그래서 그렇게 복잡해진 거야.

 

그냥 흐르는 대로

생긴대로

투박하게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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