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 며칠 <기생충>을 보고 <마더>와 <옥자>를 찾아보아서 봉준호 감독 작품을 어쩌다 다 보게 되었다.

 

그 여파로 잠을 계속 짧게 끊어서 자고 있다.

 

기억 나지 않는 꿈에 시달리고 자주 멍하니 있다.

 

*

 

<마더> 주요 내용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안 보신 분들 조심해주세요.

 

2009년 말에 나는 둘째를 낳았고

이틀 차이로 외할머니를 잃었고

그 여파로 엄마는 오래 앓았다.

 

도무지 영화를 볼 여력이 없는 나날들이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도 <마더>를 봐야지,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불편해질듯해서(아니 살아야 해서) 일부러 보지 않았다. 

 

주말에 이제서야 <마더>를 보고 나니

애들 한참 어릴 때 안 보길 잘한 것 같다.

 

아이들 미취학 당시의 나 역시 영화 속 도준 엄마만큼은 아니더라도 살짝 미친? 모성이었던듯하다. 내 아이밖에 안 보여서 아이를 갖기 전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으니.

 

광기까지는 아니어도 저열하기도 했고 위대하기도 한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

<전원일기>의 국민 어머니 김혜자를 보고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저런 시나리오를 구상했을지 놀랍기만 하다.

 

 

 

 

여기저기 찾아보다 발견한 자료들 보고 한참 웃었다.

 

전에는 김헤자 선생님 연기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2015년에 무한도전 팀이 찾아가 연기 지도해달라고 했을 때 보인 반응이 너무나 재미 있고 매력적이어서 좋았다.

 

유명한 쓰레기 같은 고민했구나 짤이 나오게 된 회차

재미있어서 가끔 본다.

 

 

누구를 한심하게 볼 때 쓰는 짤인데

실은 아프리카 가보면 내 고민들이 다 쓰레기 같아 보인다는 뜻

 

 

다시 전원일기를 할 수도 없고

그때라서 그런 연기가 가능했다는 말씀도 좋았다.

 

 

*

 

봉준호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상을 탔지만 <걸어도 걸어도>가 자신에게는 베스트라고 했다.

 

나에게 어떤 작품이 봉감독의 베스트냐고 묻는다면 

<기생충>으로 이번에 큰 상을 탔지만 그래도 <마더>라고 답하겠다.

 

감정적으로 좋다, 싫다를 뛰어넘는 '모성'의 비열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볼 때 엄청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떠오르는 얼굴이 많지만 기어이 몰아내며 다 보았다.

 

수많은 엄마들의 모습이 도준 엄마 안에 다 있다.

다층적으로 해석되는 모성을 '위대함' '숭고함'에만 가둘 수 없다.

 

골프장이 들어서고 있는 쇠락한 시골 마을에서 희생당하는 소녀들, 사회적 약자들을 보며

원초적, 동물적 광기 어린 '모성'이 아닌 '인간성'을 구현할 있는 돌봄으로 나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읽었다.

 

아들 대신 죄를 받은 청년을 마주하고

 

부모님은 계시니?

엄마 없어? 하고 오열하며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했는가를 다시 한번 자각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자신의 크나큰 업으로 남게 되었을 뿐.

 

*

영화 시작 부분에서 엄마는 갈대밭에서 신들린 듯이 손등으로 하늘을 가리며 춤을 춘다.

후반부에 기억을 잊게 해준다는 혈자리에 침을 놓고 나서 다른 엄마들과 군무를 출 때 전율이 일었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의 모든 엄마들은 자기 새끼를 위해 저렇게나 슬픈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구나. 

 

*

 

아직 <눈이 부시게>를 보지 못해서

행운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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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바라보며 수정

글을 다 쓰고 또다른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많이 실망하게 되었다.

 

특히 김혜자 선생님 동의 없이 찍은 장면들....

 

고양이 발언도 그렇고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수밖에.

 

며칠 전에 법륜 스님 관련해 페이퍼 쓰고 나서도 뒤늦게 오잉 하는 부분 발견

(뉴라이트 관련 부분)

 

 

 

동시대의 사람들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는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절감한다.

 

어디에도 기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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