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을 돌아보면 딱히 나쁠 것은 없는 하루하루인데 마음이 힘들고 의기소침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이런 제목의 책에 이끌린다.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는 조울병을 겪었던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이다. 양극성 장애라고도 하는 이 조울병은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기도 하고 혼재하기도 하면서 환자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병이다. 가까운 사람이 이 병에 걸린 적이 있어서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기분이 뜰 때 장난으로 나 조증인가봐, 라고도 하는데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들떠서 무리한 계획을 벌이고 쇼핑을 과도하게 하고 잠도 자지 않고 여행을 다닌다거나 주변에 막말을 해서 상처를 주기도 한다.

 

'뇌' 즉 '몸'의 이상이지만, 환자 주변 사람들은 그의 '마음'으로, '성격'으로 받아들이고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저자는 레지던트 시기에 업무 과다로 이 질병이 발현해 본인의 전문지식, 적절한 치료, 남편의 전적인 지지로 그 시기를 헤쳐왔다.

 

나는 남편이 참 고맙다. 처음 내가 “나 조울병인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그는 놀라기는 했지만 어떤 터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거나 ‘그런 생각 하지 말라’는 등 병을 부정하는 말은 용기를 내서 병을 직면하고 치료하려는 환자를 위축시킨다. 그는 “나 조울병이야”라는 말을 마치 “나 빈혈이 있대”라는 말처럼 평범한 병의 하나로 받아들여주었다. 내 병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고자 했고, 치료 잘 받자고 격려해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이해하려 애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해하려고 하면 더 힘들어.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거지.”  96쪽

 

정말 환자의 가족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이다.

 

내 기준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 사람은 저만큼 아프구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의 아픔, 고통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며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강연들을 보고 있다.

 

원래는 정토회 법륜 스님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즉문즉설 강의를 보다가 어떤 주제에서 갑자기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학생, 사회초년생, 중년들의 고만고만한 고민들이 다 내가 겪어왔거나 겪은 고민들이라서 다들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내담자가 질문을 하고 스님이 답변을 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웃는다. 질문자에게는 생을 걸 정도로 절박한 문제인 사안에서도 거의 폭소가 터져서 불쾌했는데, 다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법륜 스님이 어떤 사람인지 정토회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즉문즉설 하나만 보면 그 사람의 상황이나 성격에 맞는 처방을 주는 듯도 하다.

 

그렇지만 사실 이런 류의 강연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호응도가 높다는 것은 강연자의 역량이 높은 것도 있겠지만 세상살이가 그만큼 녹록치 않아서이기 때문이겠지.

 

나만 해도 중년이 되어 예전보다 삶의 조건이 나아졌어도 

마음은 점점 더 힘들어지기만 한다.

 

지켜야 할 게 많아서인지 자주 불안해한다.   

 

<행복은 과학이다>도 이런저런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된 책이다. 책을 쓴 손현정 박사의 약간은 어눌한 말투에 어쩐지 더 믿음이 갔다.

 

정신적으로 취약할 때는 사회면의 기사를 보지 말라는 충고가 마음에 남는다. 

특히나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힘들 수도 있으니.

 

정치나 강력범죄부터 하다 못해 잔나비 관련 기사들도 엄청난 피로감을 주었다.

 

최근에 잔나비를 잘 듣고 있었는데 마음이 차게 식으면서

9와 숫자들, 이안 소프, 황푸하 등과 같은 밴드나 뮤지션을 알게 된 게 나름 수확이다.

 

그리고 간간이 언니네이발관도 다시 듣고 있다.

 

석원 님 블로그가 큰 위안이 되고 있다.

너무 기대지는 않을 생각이다.

 

 

음악이나 책은 적당히

청소나 일상이 제일 중요함

 

 

*

최근에 읽은 한국 소설들도 얼마간 내게 영향을 주었다.

 

명징(明徵)한 생의 진실인지는 알겠는데

읽고 나면 몹시 부대낀다.

 

<레몬>이나 <소년이로> 등이 그랬다.

 

그래서 과학책이나 실용서 등을 좀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을 빌려오게 되었다.

 

 

 

 

 

 

 

 

 

 

 

 

 

 

 

 

 

아직은 초반이라 좋아질지 잘 모르겠다.

 

 

*

 

그냥 좀 가만히 있고 하면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하니 더 힘든 것 같다.

 

진흙탕을 자꾸 휘젓지 말고

그냥 두기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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