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잔기침과 침사레로 소소하게 골골대고 있다. <이슬아 수필집>을 주말에 걸쳐 다 읽어 뿌듯하다.

 

작가님이 작가님 글보다 얼빠에요, 라는 말이 듣기 좋았다고 해서 굳이 인스타랑 유튜브를 찾아보았는데 뭔가 전에 본 현경 교수님과 얼굴이나 몸의 윤곽이 비슷한 느낌이다. 중심이 꽉 들어찬 사람들의 자태 혹은 한국 태생이 아닌 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들 같은 얼굴이라고나 할까. 한국의 매스컴이나 인습적으로 예쁘고 청초하다고 회자되는 그런 얼굴이 아닌 자신의 삶을 옹골지게 잘 꾸려온 그런 사람들이 가진 당당함이 얼굴에 잘 드러난다.

 

유튜브 클립으로 책읽아웃에서 오은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의외이기는 했다. 아직은 강연보다 지인들과 가지는 편한 자리에 익숙해서인지 어미가 -고요로 마무리되는 고요 요정님. 그마저도 신선했다.

 

슬아님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항상 찡하고 가슴 한켠을 시리게 만든다. 난 어디를 가든 엄마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고 엄마랑 인간 대 인간으로 우정을 나누지도 못했다. 우리 엄마도 복희 씨만큼이나 신산하고 아픈 삶을 살았는데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한 듯하다.

 

슬아 님이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수필이라지만 진짜 현슬이가 아닌 가공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나 역시 미약하게나마 끄적거린 서재글을 보니 그렇다. 사실 요즘 엄청 마음이 힘든데 여유 있는 척하고 쓴 글이 많다.

 

어찌 되었든 한 독자의 이야기처럼 이슬아 수필집의 매력은 나도 한번 내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데 있다. 읽고 나서 아, 난 도저히 이렇게 쓸 수는 없어, 하고 우러러볼 수 있는 작품도 소중하지만 나도 한번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은 정말 사랑스럽다. 작가에게는 매일매일 소모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실험은 정말 귀하다.

 

 

 

 

 

 

 

 

 

 

 

 

 

 

 

 

 

 

 

아이들이 캡틴 마블을 보고 싶다고 해서 영화관에 들여보내고 <나의 사랑, 매기>를 읽기 시작했다. 뭔가 지지부진한 연애담이라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읽다 말다 하고 있다. 사랑에서의 약자는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 쪽이라는 건 자명한 진리이다. 어떻게 파국을 맞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고 나서 우리나라에 법의학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꺼번에 대절한 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학계의 명맥이 끊긴다는 말이 우스개이자 진담일 정도로 그 수가 적다니. 

 

뭔가 범죄수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법의학자는 엄청 멋지게 나오지만, 매 순간 낯선 죽음과 맞닿뜨리는 일은 엄청 고될 듯하다.

 

누구나 공평하게 일생에 한번 죽음을 맞지만 끝이 두려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심도 있게는 아니지만 안락사나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나온다. <서가명강>이라고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라는 기획 중의 하나인데 너무나 축약되어 법의학을 간략히 소개하고 짧은 에피소드들이 나열된 정도라서 금방 읽었다.

 

 

아이들과 나의 자서전 쓰기 같은 것을 하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순 살 정도에서 자신의 삶을 마치는 것으로 쓴다.

 

백세시대라고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스무 살조차 엄청난 것일 터.

 

*

 

올해는 서재글이라도 자주 써보고 싶었는데

이야기하고 싶은 건 가슴 속 가득인데

이제 슬아님 나이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자꾸 주저하게 된다.

 

가족과 나의 일 그리고 내 일상에서 좋았던 것들이나

내가 소모되는 일, 분노하는 일 따위는

나에게만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자기 검열이 강하게 작동하는 중년이라서 그런가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나이가 든 사람들이 아니고 누가 보기에도 어떤 분야에 도전하기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그렇게 조용히 일상을 꾸려갈 뿐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 가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 속에 작게 숲 속의 집을 짓고 고요를 간직해야

하루하루 전쟁터 같은 일상을 버틸 수 있으니.

 

 

분주한 수요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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