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나 삼일절이면 그래도 아이들이랑 지역 기념관, 유적지라도 가곤 했는데 미세먼지와 인후염으로 꼼짝도 못했다. 대신 아이들이랑 <말모이>를 다시 보고 광화문에서 열린 기념식을 보았다.

 

'오등은 자에 아-'로 시작하는 선언서를 외우고 주석을 달아가며 배우던 세대라 그런지 요즘 말로 번역해서 한 문장 한 문장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읽어가는 것을 들으니 뭉클했다.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삼일 만세운동길에서 보내서 그런지 새록새록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았다고 말해주었다. 이어서 유관순 열사가 나온 학교를 엄마도 다녔다고 하니 놀란다.(예전에 시험 봐서 들어가던 시절도 아니고 90년대에 운좋게 배정받아 다니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데이트 코스로 낭만이 있는 정동길이었지만, 내가 다니던 시기에는 전경차가 즐비했고 밥 먹던 전경들이 여학생들을 슬금슬금 훔쳐보기도 했다. 그래도 고풍스런 건물로 둘러싸인 고요한 교정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 같았다.

 

이 시기에 외고가 설립되어서 외고와 여고는 같은 교정을 쓰게 되어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가끔은 노천에서 작은 말다툼도 있었다. 한 아이가 씩씩대며 '외년(적개심의 강도로는 거의 왜년)'들이 불어로 욕하면 모를 줄 알고,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생님들 중 가끔 어떤 분들은 시험 봐서 들어온 그애들이랑 너희랑 같니, 하기도 했고 당시에 유능한? 분들이 외고로 많이 전출되어 아이들이 박탈감을 느끼던 시기라 그랬을듯하다. 옆 동에 위치했고 가까웠지만, 어찌되었든 별개의 학교였을 뿐. 

 

졸업하고 가끔 외고 출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고 교복 엄청 이상했다고. ㅋ 그건 어느 정도 인정. 칙칙한 수박색이고 점퍼스커트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덩치 큰 친구들은 가끔 임신부로 오해받아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기도 했었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흔적을 이야기하려다 엉뚱한 추억은 방울방울. 

 

매주 예배 보러 가는 강당 전면에 열사의 사진이 있고, 무엇보다 좋은 곳은 유관순 우물터였다. 그늘진 그곳에서 책도 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도 했었다. 어느 5월 개교기념일에는 열사와 함께 학교를 다니신 남동순 할머님도 뵌 적이 있다.  재학생이나 졸업생 모두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햇불예배도 생각이 난다. 놀랍게도 봉사로 덕수궁을 청소한 적도 있다. 이른 아침에 낙엽 타는 냄새를 맡으며 고궁 마당을 싸리빗자루로 쓸어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기념식에서 이화합창단과 아이들을 보고 오랜만에 추억에 젖었는데 아름답지만은 않은 기억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교'인가보다.

어디 가서도 이렇게 가끔은 이야기하게 된다.      

 

*

다시 책으로 돌아와 요즘 역사동화들은 참 다양하고 심도 있게 잘 나오는듯하다.

 

 

 

 

 

 

 

 

 

 

 

 

 

 

 

 

 

 

어제 드디어 <그런 책은 없는데요....>보았는데, 이런 서점 진상들은 귀엽다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 독립서점에서는 서로 사진 찍기 바쁜데 독자와 주인이 다정하게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풍경이 부럽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우연히 발견했고 다 보지는 못했다.

 

이 책을 보니 오래 전에 페이스북에서 본 쓰레기집?만 청소하시는 분이 생각났다. 방송에 나올 법한 쓰레기로 가득한 집을 집주인과 함께 치우는 게 더 보람 있다고 하셨다. 일반적인 정리가 필요한 그런 집이 아니라 오래 방치되었던 집을 집주인과 이야기하며 함께 치우는 게 인상적이었다. 블로그도 하셔서 자주 봤는데 키티 매니아이기도 하셨고 글도 조곤조곤 정답게 쓰셨다. 눈여겨 보다 언젠가 페이스북 계정 없애면서 주소를 잃어버렸다.

 

인스타스타 인절미, 딸이 좋아해 책으로 함께 보았다. 강아지를 귀여워하지만 잘 만지지도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는 게 좋은 모녀이다. 둘 다 개한테 쫓긴 기억이 있어서. ㅜ.ㅠ

아주 작은 아기 강아지 정도만 살짝 가까이에서 본다.

 

랜선 이모들이 사료길만 걷자며 열심히 사서 봐주고 있어서 순위권.

좋은 환경에서 잘 크고 있는 절미 보기 좋다.

 

 

 

 

 

 

 

 

 

 

 

 

 

 

 

 

 

 

이제 조금 있으면 미사에 가야 한다.

 

'부조리한 평화' 속에서 안식을 얻는다,고 어느 날의 일기에 적은 적이 있다. 어설프게 여성신학, 해방신학 등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나 많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고 제목에 이끌려 잠시 보았다.

 

천주교 신자이면 낙태에 절대 반대해서는 안 되는가.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다.

 

 

*

 

그래도 드디어 개학.

 

이번주엔 개학 기념으로

양림동 카페라도 꼭 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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