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이야기>를 읽고 적어도 엄마 이야기만은 잘 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도 못 갔다. 통화를 하다가 또 울컥 하고 말았다. 엄마하고 동생이 연락하는 횟수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잦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는 전에 읽었는데 한동안 좀 착한 마음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은 노년기에 이른 의학박사가 알아듣기 쉽게 썼다. 이 책에서 부모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괴팍스러운 의도나 고집스런 성격 때문이 아니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해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노년의 귀에 여성의 높은 주파수의 목소리는 잘 안 들린다고.

 

어르신들이 알아 들을 수 있게 천천히 이야기해야 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가 노인들에게 익숙하다고 한다.

 

미리보기로 일부 보고 아직 다 읽지 못했고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어린아이들의 연령별 특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저 쳇, 난 늙으면 저렇게 안 될 테다, 하고 오만하게 속으로 다짐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중년이 되어 나도 딸에게 '거기', '여기', '그거' 대명사를 남발하기 시작하면서 나도 시작되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책 소개에서 발췌한 것 중 잘 들어맞고 흥미로운 것.

 

-본인에게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한다.

-시끄럽다고 화를 내고 정작 본인들은 큰 소리로 말한다.

-약속해 놓고 나중에 엉뚱한 말을 한다.

-같은 말을 질리도록 반복한다.  

 

아, 이래서 노인정에서 자주 싸움이 나는구나. ㅋ

 

사실 아이들도 그렇다. 방학 동안 남매가 나를 붙잡고 늘 엉뚱한 소리를 해서 중재하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 잔소리 대신 차라리 큰소리 내자 ㅋ

 

*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노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 '틀딱충'이니 '할줌마'니 하는 혐오 단어들이 넘쳐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 자신도 연장자와 대화하는 건 참 어렵다.

 

앞서의 상황과 모순되는 이야기, 필터 한 번 거르지 않고 머릿속 생각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데에는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엄마와 여러 일이 있은 후 나름대로 정리한 건 이해와 사랑이 없이는

N가지 방법도 다 소용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을 채울 시간이나 노력을 할 사이 없이 둘 다 너무 바쁘게만 살았다는 것.

 

 

게다가 지금은 물리적으로도 멀어져서 대화마다 어긋난다.

 

미사에 가서 '사랑 없이는 소용이 없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성가를 부를 때면 뜨끔할 뿐 

실제 엄마 이야기를 들어드릴 때면 답답하기만 하다.

 

늘 같은 패턴의 불평과 원망, 한탄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무튼, 배드민턴.

 

어제는 전날 밤 학교 서류작업과 수업 준비로 신경이 쓰여 잠을 설치고 여러 가지로 힘들어 체육관에 안 나가려다 갔는데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나아졌다.

 

멀리서 어르신들 농담이 정겹고 재미있다. 한동안 안 보인 회원에게 어디 전지 훈련다녀왔냐고 하신다.

 

누가 좀 잘 치면 어디서 몰래 레슨 받고 왔냐고 하시고 어이 없는 실수를 하면 옆코트 우리아들 가리키며 왜 00이같이 치냐고. 귀엽게 보일 줄 아냐고. ㅋ

 

어제 온풍기 앞에서 아들이랑 치는데 역시나 몇 달이 지났으나 우리는 바보 배드민턴.

그냥 근본 없는 배드민턴.

 

경기는 안 하고 그냥 둘이 난타만 친다. 가끔 시간 남는 분이 쳐주시기도 해서 고맙다. 아들은 레슨을 받지만 난 아직은 뛰어들 준비가 안 되었다. 그냥 점점 멀어지는 아들과 이 정도 접점을 찾은데 만족한다.  

 

아들이랑 치고 있는데 착실한 어떤 청년이 00아, 치는데 방해되면 온풍기 꺼도 된다고. 사오정 아들이 못 알아들어 대신 답했다.

"저희 온풍기 바람 때문에 못 치는 게 아니라 원래 이래요" 하고 주접을.

 

연예인을 티브이에서 보고 친숙하게 여기듯이 몇 달 자주 보니 혼자 친한 마음에 돼도 않는 드립을 친 것이다. 말없이 아들이랑 주로 치는 조용한 아줌마가 그렇게 말하니 얼마나 어색했을지. 청년이 당황해서 우리 못 친다고 뭐라고 한 거 아니라면서 머쓱하게 돌아선다.

 

저도 농담이에요,  이 말을 못하고 그냥 보냈다.

 

애초에 담백하게 네, 불편하면 끌게요, 이러면 될 것을 ㅎ

 

서로 친해져서 자주 게임하고 대회 나가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그저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천천히 가야겠다.

 

아무튼, 배드민턴

우리끼리는 민턴이

그래도 올해는 언젠가는 게임도 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