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좋다고 이야기만 들었던 이슬아 님의 책을 얼마 전에 보았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무거운 가족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첫장 잉태부터 예상과 달랐다. 부모님의 섹스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

 

 

딸을 가지게 된 것 같은 기분이야.”

아빠는 그 기분을 믿지 않은 채로 잠들었다. 그 무렵 엄마는 꿈에서 자주 과수원을 거닐었다고 한다. 동그랗고 빨갛고 윤기 나는 사과들을 따서 광주리에 가득 담았댔다.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인 이야기들을 나는 좀 좋아한다. 옛날 옛적 코끼리가 진흙 위를 밟고 지나가다가 생긴 커다란 발자국을 어떤 여인이 밟고 지나갔더니 임신이 됐다더라 하는 식의 터무니없는 탄생설화도 좋다

 

 15쪽   

 

딸 태몽은 대개 비슷하다.

엄마한테 나는 포도밭에서 한 가득 포도가 열린 것을 보고 마구 따서 먹었더니 치마가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나.

 

하지만 정작 내가 딸아이를 가졌을 때는 어떤 꿈을 꾸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복숭아인지 딸기인지 꿈이 매번 바뀐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릴 때 엄마를 너무 좋아했고 엄마와 애착이 강한 딸로 자라든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든 좋은 딸이 되기는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작가는 잘해내고 있는듯하다.

엄마를 엄마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이해하려는 좋은 딸이다.

 

그리고 누드모델이자 연재노동자로 열심히 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누드모델을 하면서 느낀 점 중에서 사람들이 작가의 몸을 보고 그리기는 했지만 어쩐지 그린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림을 그렸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석할 때 자신과 닮은 부분에 주목하거나 전혀 다른 것을 보고도 자기 식대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둥글하면서도 날카로운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다. 

우선 빌려보았지만 소장해도 좋을 책.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는

웃을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되는 딸을 원한다.

 

물론 나는 우선은 작가님처럼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되는 딸이다.

 

이 미묘한 차이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요즘 제목 짓는 센스

놀랍다.

 

이분도 유명하신가보다. 정신과의사가 병원을 박차고 나와 무료 정신상담 트럭을 운영하기까지의 과정과 약간의 개인사를 담고 있다.

 

지역 정신보건센터나 방송국과 연결이 되었다는 면에서 저자는 운이 좋은 것이지만, 중증환자들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정신과에 대한 일반의 인식 개선, 그리고 정신과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지만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정신과 치료에 일반 질병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국가보험이나 사보험 모두 적용이 힘들다. 재발도 잦고 평생 가져가는 것이다.  

 

일회성 상담이나 가족, 주변의 관심 같은 것으로 해소되지 않는 만성질환자가 많다.

 

저자의 고군분투는 물론 소중하다. 그러나 단순 기분부전이나 우울증 초기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회나 개인에게 큰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중증 질환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 읽고 썩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암 치료를 재능기부로 하지 않듯이 정신과 관련 질환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 더 늘어나면 가족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도 아니고 죽을 확률이 매우 높은 중증 질환이다.

 

*

 

다행히 병원으로 돌아가셨으니 그곳에서 역시 소명을 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다.

 

병원에서도 환자에게 희생당한 분이 있는데 그런 공간은 환자에게나 의료진에게 다 위험하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교수님을 추모하며 한번 읽어보고 싶다.

 

 

모든 에세이가 왠지 투병기처럼 여겨지는

미세먼지 가득한 우울한 겨울이지만

일주일 전에 애들이랑 남원 눈꽃축제 눈썰매장이랑 근처 백두대간 생태전시장 게판오분전이란 전시도 다녀왔다.

 

갑각류 전시인데

게판오분전

네이밍 센스 보소.

 

전시 보고 나서 인스타 올리면 꽃게랑을 준다. 지역카페에 눈꽃 축제 게판오분전이라고 후기를 올렸다가 제목만 보고 눈썰매장이 준비가 안 되어 개판오분전으로 보았다는 댓글이 속출했다. ㅋ

 

딸이랑 전당이며 박물관 수업도 다녔다.

아들은 물론 두고 다닌다.

민원 발생을 방지하고 아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존중하기 위해서.

 

아들은 진짜 일찍 엄마 품을 떠난다.

겨울철에 실수로 끊어먹은 방패연같이 멀리멀리 날아가버린다.  

 

 

*

그래도

아이들 방학이라 곁에서 강제 독서

애들 방학이면 휘리릭 읽기 좋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게 된다.

 

예술 관련 잡다하게 편하게 읽하는 책들도 보았다.

 

엄청 같이 무얼 하고 세 끼 챙기고 다닌듯한데

방학이 겨우 이 주 지났다.

 

그나저나 서재에 글 올릴 때마다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이건 알라디너라면 다 그렇겠지.

 

커피를 좀더 줄이든가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