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면 조카가 백일이 된다.
감격스럽고 기쁜 날이지만
마냥 좋을 수만 없어 안타깝다.
정작 아이엄마는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 친구가 왔다 가서 조금 기운 있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주었다.
이런 거 찾아볼 시간에
사실 0을 많이 붙여 계좌로 쏴주는 게 제일 좋겠지만 ㅜ.ㅠ
*
사실 나도
신생아기 꼬꼬마기에는 기쁨을 잘 몰랐다.
그저
어서 하루가 지나가기를
아이들 빨리 잠들기를
안 아프길
소망했다.
그리고 겨울이 제일 싫었다.
아이들이랑 강원도 눈 속에 갇혀 살았던 겨울
밤이면 무서운 바람소리
오정희, 황정은 소설집으로 버티던 시절
사진을 찾아보면
눈밭이나 축제장, 눈썰매장에서 웃고 있지만
그런 날들은
기실
일년 중 며칠 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니
그런 날들도
집에서 갇혀 지내던 날들도
참 좋았던 시절
물론 지나서 그렇다.
그래서 지나가다
소아과병원에서
유아 엄마들을 볼 때
참 좋을 때다, 라든가
얼마나 힘드세요,
이런 말은 잘하지 않는다.
그냥 문 잘 잡아주고
시선 마주치면 살짝 웃어주고
아이들 본연의 모습이 나오면
그냥 살짝 모른척해주고 그럴 뿐이다.
*
그나저나 유행하는 말 감성? 갬성?
이 뜬금없는 이모음역행동화 흉내는 왜 때문에?
문법에 맞지 않는 말들을 자꾸 쓰는 건
또 왜 그렇지?
백일 상이나 돌잔치 할 때 올려주고 싶은 시
물론 당사자들이 동의할 경우에 주는거다.
시 한 편의 여유가 없는 하루하루일 테니.
그저 멀리서 안타까울 뿐이다.
----------------------------
탄생 / 박현수
먼 길을 걸어
아이가 하나, 우리 집에 왔습니다
건네줄 게 있다는 듯
두 손을 꼭 쥐고 왔습니다
배꼽에는
우주에서 갓 떨어져 나온
탯줄이
참외 꼭지처럼 달려 있습니다
저 먼 별보다 작은
생명이었다가
충만한 물을 건너
이제 막 뭍에 내렸습니다
하루 종일 잔다는 건
그 길이 아주
고단했다는 뜻이겠지요
인류가 지나온
그 아득한 길을 걸어
배냇저고리를 차려 입은
귀한 손님이 한 분, 우리 집에 왔습니다
-------------------
별처럼 꽃처럼/나태주
별처럼 꽃처럼 하늘에 달과 해처럼
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조그만 나뭇잎처럼
곱게곱게 숨을 쉬며 고운 세상 살다가리니
나는 너의 바람막이 팔을 벌려 예 섰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