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첫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부름을 시켰었나?

 

아이들 어릴 때는 강원도 면 단위 벌판에 뚝 떨어진 아파트에 살아 아파트 상가도 없었기에 아마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을 것이다.

 

대개는 다들 이 책을 읽고 처음 심부름을 보내고 그 감흥을 어딘가에 적고는 하는듯한데.

 

어릴 때 할머니가 미니슈퍼(작은데 크다고 이게 가능해? 라고 늘 생각)라고 쓰여 있지만 실은 구멍가게를 하셔서 가끔 가게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손님을 상대하여 돈을 주고 받는 게 어쩐지 창피하게 여겨져 정말 싫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순전히 내 기억에 기반하여 아이들이 어릴 때도 자립심 교육에 좋다고들 해도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다.

 

좀 커서 하게 되는 일은 그때 가서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미취학 초저학년기에도 심부름을 잘 시키지 않아서 주변 엄마들한테 싸고 키운다는 소리도 가끔 들었다.

 

그런데 내 기억 때문인지 애들이 굳이 먼저 가겠다고 자처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낸 적이 없다. 딸아이의 경우는 아마 그렇게 해서 간 적이 몇 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말에 갑자기 목감기와 몸살이 제대로 오려는 징조를 보여 딸아이를 편의점에 보내어 판콜에이를 사오라고 시켰다. 편의점은 길도 건너지 않는 가까운 거리여서 보냈는데 시무룩해서 돌아온다. 의약품은 열두 살 이상만 살 수 있다고 하며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딸이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오빠를 눈을 빛내며 보더니 역시 같이 가야겠다고 한다.

 

애초에 난 처음에 아들에게 부탁을 해보았으나 역시 지금은 힘들다, 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상했던 답이라 크게 실망하지 않고 둘째인 딸아이에게 부탁을 해 다녀온 것인데 이렇게 된 이상 아들이 출동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딸과 아들은 죽가게가 먼저인가 편의점이 먼저인가 심도 깊은 토론을 펼쳤다. 딸아이 주장은 죽가게에 먼저 들러야 한다는 것이고 아들은 약을 사며 사탕을 먼저 사려고 편의점을 먼저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주장만 들어도 뇌구조가 보인다. 어디까지나 본인 편의인 아들. 그래도 나서야 할 때 나섰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담엔 그냥 열두 살이라 해.

동생에게 이런 명언을 남기며.

 

*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이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니

이번이야말로 의미 있는 첫 심부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제는 누군가에게 충분한 도움이 될 정도로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기 전에 본 책들

 

<방구석 미술관>은 팟캐스트는 들은 적이 없지만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들의 뒷이야기들로 소소하게 채워져 있다. 난 작가들 작품은 잘 모르지만 사생활은 그래도 어느 정도 아는 편이라 깊이 있게 작품 읽기를 시도한다면 적합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고래>는 아들이 좋아하겠거니 싶어서 빌렸는데 거들떠도 안 본다.

이러면서도 여전히 꿈이 고생물학자인 거니?

올해 내내 <마음의 소리>에만 빠져 있다. 조석 연구가 될 기세.

 

 

 

 

 

 

 

 

 

 

 

 

 

 

 

 

 

내일은 김보통 작가님이 광주에 오신다.

 

앞의 두 작품은 읽었고 <살아, 눈부시게>는 아직 읽지 않았다.

 

집에서 꽤 먼거리이고 저녁시간이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시 갈지도 몰라서 애들아빠에게 휴무를 받아달라고 부탁해두었지만 요즘 몸상태가 영 아니다.

 

 

 

 

 

 

 

 

 

 

 

 

 

 

 

예약해둔 책들

읽고 싶구나.

 

*

 

-요즘은 무언가를 하기에 적절한 때에 대해 계속 생각중이다.

 

그리고 계속 내가 놓치고 가는 건 없는지 생각해본다.

 

일단은 나를 더 섬세하게 챙기고 그 다음이 주변

아니지 그저 쉼

 

챙긴다는 의식 자체가 없는 쉼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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