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책정리를 하고 있다. 네 사람이 책을 읽고 있으니 책이 엄청나게 쌓이고 있다.

 

그 와중에 책을 안 사려고 도서관을 가주다 보니 빌린책이랑 집안 책이랑 섞여서 도서관 책만 꽂아두는 칸도 마련했다.   

 

책을 정리하다보니 먼지도 엄청나고 진짜 너무너무 힘이 들어서 당분간 진짜 사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다. 사서 다 읽은 것도 아니고 어떤 것들은 굿즈에 낚여 산 것도 있어서.

 

*

 

항상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깨끗하고 정돈된. 

 

그래서 우리는 굳이 호텔을 가끔 가고싶어지나보다. 호텔이나 모텔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 알쓸신잡 3에서 김영하 작가님은 집은 의외로 상처의 공간이기 때문에 나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고 한다. 집이 제일 안락하다고는 하지만 가끔은 집에서 부딪치고 울고 싸우고 한다. 그리고 작가님 말처럼 집에 있다가 세탁기를 보면 세탁기를 돌려야 할 것 같고 책장 보면 막 책도 정리하고 싶고 갑자기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 묵은 때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나가서 카페며 도서관을 다녔나보다. 그런데 공간을 낯선 이와 공유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카페에 혼자 있을 때 누가 떠들면 거슬리고 그냥 조용히 책 보고 싶고, 내가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원래 카페는 담소 나누라고 있는 데 아니야, 하게 되는 이 모순.

 

프랜차이즈는 소란하고 개인 카페에 주인님과 단둘이 있으면 막 어색하다. 또 어느 카페든 단골이 되기는 싫어 한두 번만 가게 된다.

 

그래서 그래도 결국은 역시 집이네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은 서가에서 제목만 보고 집어들었는데 사진들이 정말 좋아서 일단 사진만 보았다. 앗, 이분도 여성작가셨어, 하고 알게 된 분이 많다.

 

아무리 집에 책이 많아도 이 책은 역시 사야 해.  

 

거트루드 스타인은 저택에 살면서 아름다운 그림에 둘러싸여 글을 썼다. 샬럿 브론테는 자매들과 함께 식탁에서 시를 썼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자신의 작품과 같이 세상을 집처럼 여기고 선실이나 야간열차에서 글을 썼다. 버지니아 울프는 물론 자기만의 방에서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넓은 서재를 두고도 거실, 식당, 책상, 벽난로 선반 등 여기저기에 원고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보아 집안 여기저기에서 생각나는 대로 글쓰기에 몰두했던 것 같다.

 

난 주로 어디에서 글을 쓰고 있을까 ㅎ

겨우 온라인에 이렇게 끄적이는 정도인데 대개는 새벽시간에 만화책이 한 면을 차지한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컴퓨터 방에 글을 쓰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잡다한 글이 나오게 되나 보다.

 

이 책에는 다양한 공간과 환경에서 글을 썼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에는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글을 썼던 여자들도 있다.....하지만 결국 사람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글을 쓰는 법이다. 바로 머릿속이란 공간이다. 무엇인가 머리에 떠오르면 부엌 식탁이든 책상이든 침대든 어디든 앉아 메모를 할 수 있다.                16쪽  

 

역시 일단 머릿속을 비우려면 정리 또 정리뿐이네.

 

주말부터 거실, 아이들 방을 많이 정리했고 이제 안방하고 이 문제의 잡동사니 방만 정리하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 듯하다.

 

 

 

 

 

 

 

 

 

 

 

 

 

 

 

정리하면서 다행히 공공도서관 오디오북에 이 시리즈 몇 편이 있어 잘 들었다.

소장하고 싶지만 참는 중이다.

 

전무송 배우님이 낭독한 문순태의 징소리와 박호산 배우님이 낭독한 김영현의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정말 잘 들었다. 

 

클래식 채널 음악이 바뀔 때마다 내용과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악기와 인간의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우러졌다.

 

그래도 역시나 한번에 두 가지 일을 하니 양쪽 다 온전치 않기는 하다.

 

역시 아래 책에서 조언한 대로 나이가 들면 한번에 한 가지 일을 공들여서 해야지.

 

 

 

100인의 배우, 우리문학을 읽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리 마치고 온전히 집중해서 듣고 싶은 시리즈이다.

 

류배우도 참여했으면 좋았을 텐데.

 

저작 여건이 어찌되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작품을 최근 배우들이 읽어주는 기획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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