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광주여성영화제 마지막날

진짜 여운이 오래 가는 영화를 보고 왔다.

 

원작은 <칠월과 안생>이고 우리말 제목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여자들의 오랜 우정과 진짜 인생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스포가 될듯해 조심조심.

 

엄청난 반전이 있는 영화라....

 

 

 

 

이맘때 소녀에게 친구란 인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칠월은 안생을 만나 그림자같이 붙어다닌다.

 

칠월은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모범생 성향의 소녀이고 안생은 야생마같은 매력을 지닌 불운한 아이다.

둘은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 아끼고 모든 것을 공유하지만 칠월에게 남자친구가 생기고 우여곡절 끝에 많은 것이 달라진다.

 

 

칠월이 힘겨울 시기에

칠월 엄마가 칠월을 위로하며

 

 

힘겨운 인생을 산다고 불행한 것만은 아니야.


여자는 어떤 선택을 하든 힘들기 마련이야? 이런 이야기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여자는 한 집에서 태어나 다른 집으로 옮겨 살아가는 거야.....이 말도 ㅜ.ㅠ

난 참 멀리도 옮겨왔네.


브라친구(불알친구 패러디, 브라까지 본 사이라는 뜻)가 가정시간에 그랬는데.

 

실 길게 잡으면 시집 멀리 간다고 적당히 하라 했는데 ㅜ.ㅠ

바늘귀에 실 다시 꿰기 귀찮아 늘 실을 길게 잡곤 했더니만

이렇게 멀리 왔다.


실 길게 잡으면 그러다 실이 더 막 엉키고 해서 끊고 다시 꿰야 한다. ㅜ.ㅠ


해서 여기저기 엉키고 꼬이면서 강원도에서 전라도로 막 옮겨다니고

 

넋두리는 이쯤에서 관두기로 하자.

 

*

 

다시 영화로 돌아와

 

화면도 곱고 두 주연여배우 개성 강하면서 정말 싱그럽고 예쁘다.

 

<오 ! 루시>에서같이 멍청한 남자도 하나 끼어드는데

사실 칠월과 안생의 인생에 얘는 큰 의미가 있는 그런 존재도 아니다.

 

객석에서 다들 우느라 ㅜ.ㅠ

 

 

영화 끝나고 이야기 나누면서도 다들 울먹울먹 하셔서 놀랐다.

난 그냥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가 생각나 훌쩍 또르르 정도

 

그러다 밖에 나와 낙엽길을 거닐다 오열

아아아

 

이게 아닌데

겨우 십일월에 파카로 무장한 아줌마가 길에서 이러면 모양새가 너무 흉하다.

뭐 남들이 보면 어디서 부고라도 들었나 싶겠지.

 

갑자기 그 친구가 너무 보고 싶고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졌고

울컥했다.

 

 

SNS 세상이라 맘만 먹으면 연락처 알아낼 수 있는데 

다시 먼저 연락하게 되질 않는 그 친구.

그 친구 역시 나에게 연락하지 않고 거의 십년 가까이 지났나보다.

 

그래도 몇 해 전에 우연히 친구남편이 운영하는 병원블로그 보니 남편 성품이 보여 잘 사는구나 짐작만 하고 있다.


마지막에 사소한 오해로 어긋나면서

진짜 좋은 일 기쁜 일 생기면 연락하고 힘들 때는 연락 안 할게, 하고 말해버렸다. 바보.

그애도 그냥 싸늘하게 끊었나? 그래도 따뜻했나?


그 이후로 기쁜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닌데 그냥 먼저 연락하기가 어려워졌다.


건너건너 큰수술했다 아기 낳았다 이런 소식을 공통의 친구에게 들었는데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물어봐주고 축하해주고 위로해줄 사이도 아닌 것 같아서 ㅜ.ㅠ


이렇게 서로 지낸 세월의 밀도가 다르고

변한 모습이든 그대로인 모습이든

다시 보면 마음 아플 것 같아서 서울 가도 그 근처 가도 연락하게 되질 않는다.


근데 진짜 신기한 게

친구남편 병원이 그 친구를 처음 만나기 전에 내가 다녔던 동네 국민학교 앞이어서 소름.

 

혼자 막 신기해하고 역시 우린 인연이었나, 이러다 피식 웃고 말았다.


꿈에도 가끔 나와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고 그러다 깨는데

그러고 나면 무지 허망하다.

 

뭔가 그 친구랑 여고 다니고 정동, 신촌, 광화문, 대학로 다녔던 때가 전생의 기억 같다.


진짜 한때는 남자친구보다 더 의지했고 감정을 나눈 친구였는데

모든 건 변하기 마련이다.


추억할 수 있는 옛친구랑 계속 만나고 같이 나이들어도 좋았겠지만

그냥 간직만 하고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친구야,

 

나 이제 좀 덜 아프고 잘 지내고 여전히 썰렁해.

 

넌 아픈데 없는지 궁금해.

 

네가 전에 했던 말했잖아.

아이들 다 키우고 나면 언젠가 볼 수도 있을 거라 했지

 

그래서 그냥

기다리는 중이야.

 

예전에도 남자친구 기다릴 때보다 너를 기다릴 때가 더 설레고 그랬어.

 

언젠가는

관방제림의 가을풍경, 선운사의 가을을 보여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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