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과 오늘 오전에 걸쳐 틈틈이 <화차>를 다 읽었다.   

초등이라지만 전담육아는 힘들어.

그래도 아이들이 친구랑 노는 사이 다 읽어 고맙네.

과일, 아이스크림도 주고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기는 했지만 이 여름에 몰입도 최고다.

 

<이유>, <눈의 아이>, <화차> 순서로 미미 여사를 만났는데 정말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답다.

 

일본 사회가 지난 시절에 겪었던 문제를 우리 역시 그대로 겪고 있다. 요새도 사회면에 심심치 않게 일가족 자살이라든가 빚에 몰린 사람들의 범죄라든가 하는 소식이 나온다.

 

짧게 몇 줄 보도되고 말지만 그런 빚을 진 가정이 생기면 도미노같이 주변이 모두 같이 쓰러지는 걸 보았다. 

 

갚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일까?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쉽게 빚을 낼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문제일까?

 

질낮은 일자리, 장시간의 노동으로 인한 고통으로 인해 너무나 손쉽게 소비를 택한다는 것, 아니 과소비가 아니더라도 대도시에서 자신이 머무를 공간을 마련하는 데 너무나 돈이 많이 든다는 게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소설을 다 보고 오후에 Btv로 김민희의 <화차>를 보았다. 김민희의 연기도 좋았고 교코 이미지와  맞는 부분도 있지만, 뭔가 더 서늘하고 신비한 여인, 약간 더 지적 이미지가 있는 배우가 했어도 좋았을듯하다. 유선이나 선우선이 일단 떠오른다. 

 

김민희는 뭔가 너무 쉬운 선택 같아 그 점이 아쉽다.

이선균하고 친척 형사님 죄송하지만 원작 느낌이 살지 않아요. ㅜ.ㅠ

 

방대한 분량을 담아내려다 보니 여기저기 각색이 되었는데 약혼자가 직접 교코를 찾아다니는 설정이다 보니 감정이 극단에 이르고 결말은 많이 아쉽다. 그 불쌍한 여인을 그렇게 극단으로 몰아가야 하는 건지.

 

그래도 중간중간 원작 설정을 많이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난 그냥 미미 여사의 결말과도 같이 교코의 서늘하고 자그마한 그 어깨를 잡고 말을 걸고 싶다.

 

처음에 뭐라고 말을 붙여야 할지 고민하면서.  

 

 

 

 

 

 

 

 

 

 

 

 

 

 

 

오전에 <화차> 다 보고 고른 책들이다.

<꽈배기의 맛>은 도서관 갈 때마다 야금야금 보다 이번에는 빌려왔다.

아들이 요리책이냐고.

 

넌 요리책 보면서 이렇게 웃을 수 있니?

 

<엄마들>은 처음부터 그냥 엄청 세다.

 

표지를 보고 생계를 위해 드잡이하는 엄마들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다. 이 책은 남들이 기피하는 노동을 하며 그 와중에 열렬히 연애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비릿한 치정 이야기가 많다.

 

작가분이 여자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아들'이라고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이런 아들도 있구나. 엄마 밥, 엄마 돈,만 외치는 아들이 아닌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아들이 엄마의 진짜 인생을 담았다. 어릴 때 소래포구나 서울 근교 가든에서 보았던 꼴사나운 중년 무리(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네 )에게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자신의 처지에서 맛볼 수 있는 작은 사치나 행복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문자 그대로 비루하고 초라해 보여도 그렇게 한 생을 건너가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남편은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부재중이다. 생계를 위해 청소일, 마트 판매, 식당일 등 같은 고된 노동을 해야 하고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 밤업소에서 만난 시원치 않은 사내들과 연애라도 해야 버틸 힘을 내는 것이다.

 

하나하나 다 우울한 사연이다.

그래도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삶과 맞서는 이 엄마들을 누가 손가락질 하겠는가.

 

---------------

 

최근에 시작한 일로 학교측, 학부모와 상대하며 가끔 마음 상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며칠 동안 책으로 만난 여러 여인들의 삶 그리고 엄마의 삶과 비교하면

얼마나 안온하게 살아가는 것인지.

 

겨우 내 책값, 커피값 정도 벌지만

이마저도 못 버티면

자립, 자존과는 영영 멀어진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선물이지만 엄마라는 말로만 자신을 정의해서는 안 돼. 충만한 사람이 되도록 해. 그게 네 아이에게도 이로울 거야. 17쪽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져. (중략)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만한 사람으로 남는 것에 더 신경 써.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 너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채우도록 해. 18쪽

 

다 아는 이야기일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읽지 않으려다 보았는데

단순명료하게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현재 한국에서는 너무 오염되어서 함부로 쓰기 힘든데

그냥 나로 살아가는 게

아이에게나 나 자신에게나 이롭다는 

전혀 과격하지 않은 주장이 담겨 있다.

   

요즘 내가 다시 나로서의 감각을 찾다보니

아이들에게 상당히 너그러워진 걸 보면 알 수 있다.

 

때이른 더위가 찾아왔지만

서늘한 이야기들

올여름도 잘 부탁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