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읽은 책들이다. 전담육아의 끝은 강제 독서이다.

그래도 키즈카페나 놀이터 무한순환에 비하면 도서관은 천국이다.

아 진짜, 다 키웠다. 감격

 

가족을 범죄 피해로 잃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주제를 읽다보면 뭔가 감정이 되살아나 힘들어서 피했었다.

 

그런데 모임에서 자기 취향과 상관없이 돌아가며 지정하면 읽어오기로 해서 사기도 하고 빌리기도 한 책들이다.

 

토요일에 소쇄원에 다녀온 직후 딸아이가 어린이실에 있는 동안 <기다렸던 복수의 밤>을 읽기 시작했다.

 

굉장히 90년대 *홍콩 누아르 분위기도 있고 신파 그 자체인데 빨려들어가서 읽었고 집에 와서 씻고 맥주를 마시며 나머지를 다 봤다.

 

아마 한 남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부인과 딸을 위한다는 그 자체에 매료되었나보다.

 

휴 그래도 이런 상황이 만약 내게 닥친다면 그래도 남편은 그냥 살던 대로 살면 좋겠다.

으 인생을 건 복수라니......그리고 야쿠자와 그 주변 참 무섭다.

 

특별한 반전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휴가철이나 아무튼 여름밤에 볶음우동에 맥주를 마시며 읽기 좋은 책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의 절망감은 더욱 크지. 하지만 그런 존재가 마음속에라도 있으면 불행한 삶을 버텨나갈 힘이 되기도 해." 94쪽

 

 

 

<침묵을 삼킨 소년>도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신파고 역시 단번에 읽었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것을 익숙하게 여기고 '가해자'가 되었을 때의 상황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는다.

 

<침묵을 삼킨 소년>은 내 아이가 살인을 저질렀을 때 과연 부모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내용 유출 주의)

 

요시나가는 이혼하고 나서 사귄 직장동료와 재혼할 단꿈에 부풀어 있을 때 떨어져 지낸 아들 쓰바사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형사사건 피의자가 된 아들은 일체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높아진다. 아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이후의 무거운 십자가를 감당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역시나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없고 있다면 또 있는 그런 작품이다.

 

요시나가는 처음에 아들과 떨어져 지낸 자신은 큰 책임이 없다고 자신을 변호하다가 말미에 가서는 아들의 인생을 같이 헤쳐가려고 변모하는 성장을 보인다.

 

요시나가의 아버지가 한 말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식이 왜 그랬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부모야." 279쪽

 

돌이킬 수도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는 중범죄를 저지른 아들이지만 아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피해자 가족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려고 하는 부자의 모습이 눈물겹다.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답게 역시 소년범죄와 속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인물의 심리 묘사에도 공들인 작품이다.

 

<눈의 아이>는 미미 여사의 명성에 비하면 소소한 작품이었다. 역시 장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눈의 아이>는 사건들보다는 영적인 존재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미미 여사 작품을 거의 본 게 없다. 오래 전에 <이유>를 잘 읽었는데 이제는 왜 좋았는지도 그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추리 소설 읽는 법>을 빌려왔고 <삼귀>도 보고 싶구나.

 

 

 

 

 

 

 

 

 

 

 

 

 

 

 

 

우리동네에 있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는 독립책방 주인장의 서가에도 가보고 싶다.  

 

이런 주제의 책들을 오래 봤더니 가뜩이나 유리 멘탈인데 쓸데없는 불안이 더 깊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항상 발생 시 대처법을 교육받고 있는 그런 일들(유괴, 납치, 따돌림 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지금은 아이들이 공부방에서 자고 있는 걸 보며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역시나 멘탈이 약해서 공포물도 거의 못보는 ( 부산행, 곤지암 다 안 봄) 나는 장르 문학도 가끔만 읽어주어야겠다.

 

그래도 누군가 선정해주는 묻지마 읽기 방식도 참 좋은듯하다.

 

 

 

*누아르에서 차용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 누아르는 국내 일부 영화 평론가들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단어로 국제 영화계에서는 공인받지 못하고 있는 용어라고 한다. 그리고 범죄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야쿠마루 가쿠 작품 전체는 음울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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