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품격 - 박종인의 땅의 역사
박종인 글.사진 / 상상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땅의 역사와 사람이 있는 기행 [여행의 품격]

 

 

 

참으로 단단하고 알찬 여행서 한 권을 만났다.

상상출판에서 나온 [여행의 품격]이 그것이다.

흔한 여행 가이드북도 아니고 여행지에서의 단순한 후일담 혹은 감성 가득 에세이도 아니다.

땅의 역사와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 녹아 있어 여행의 품격을 몇 단계 훌쩍 높일 수 있는 기행문이다.

일단, 낯선 외국 어딘가가 아니라서 좋았다.

한반도, 어찌 보면 토끼 같기도 어찌 보면 호랑이 같기도 한 이 기묘한 땅에서 발 닿은 곳 몇 군데 없는데

너도나도 외국 나들이 간다고 함께 들떠 엉덩이 들썩거리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들썩들썩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해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형편이 아닌지라

여행서를 통해 여행의 '맛'을 슬쩍슬쩍 보곤 하는데 이 책은 정말로 제대로다.

이제껏 비행기를 타고 멀리로 날아가야만 제대로 된 '여행'이겠거니,

나를 버렸다가 다시 한가득 뭔가를 채워 돌아올 수 있겠거니 생각했던 것이  참 좁은 식견이었구나, 반성하게 된다.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 땅에서 죽는다."

얼핏 당연한 말이지만

이 당연한 말 속에 깃든

우리 땅에 대한 오롯한 애정을 감지해야만 한다.

 

 

 

이 책의 목록을 보면 이 책의 특성이 한 눈에 보인다.

일단은 여행지가 국내이면서도 낯설다.

절이나 유명 관광지 위주의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된 도시 연산, 인제 마의태자 루트, 서천 신성리 갈대밭, 목포 다순구미, 은둔의 땅 진천 농다리, 세 사내의 꿈이 잠든 아산 등

여타 여행서에서 보지 못했던 곳들이 속속 눈에 띈다.

그 지방 토박이가 아니면 잘 찾아가지 않을 곳들, 그 곳에 살면서도 한 번 찾아가기 어려웠던 곳들이 아닐까 싶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한 번 보아 익숙하긴 하지만 더 깊이 있게 찾아내지 않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양 온달산성" 부분을 짚어 본다.

온달산성의 성주라 불리는 "윤수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버무려진 맛깔난 역사가 눈길을 끈다.

면서기로 시작해 온달산성의 비밀을 풀어낸 이라 별명이 온달성주 라지.

 

 

 

진단학회를 만든 사학자 이병도가 온달장군이 아차산에서 죽은 줄로 추리한 이래 모두 그리 알고 있었던 것을, '고졸' 윤수경은 온달산성 위치는 아차산이 아니라 단양이라는 논지의 논문을 출품하면서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고졸 면서기 말은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에 당장 대학교에 들어가 사학자가 된 그는 지금 온달 관광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온달의 흔적을 공식적으로 역사로 만든 윤수경의 이야기는 1500년 전 전쟁터에서 죽은 온달을 되살려내고, 그 역사가 기록된 땅 단양의  이름을 빛냈다.

 

 

 

모르고 지나갔으면 그저 돌들이 층층이 쌓여 있구나. 옛날 어느 곳에서 전투를 치렀던 곳이라지.

정도로 둘러보고 지나쳤을 그 곳을....

온달산성이라 이름짓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던 온달성주 윤수경의 이야기가 온달의 슬픈 전설 못지 않게 신기하다.

 

여행지의 역사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 <여행수첩> 형식으로

간단한 정보가 실려 있다.

대개 그 지역의 볼거리와 광광정보, 맛집 등을 알려준다.

 

저자는 예전의 전설을 지닌 곳에 찾아가 현대의 전설을 다시 덧입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이 사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여행길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눈곱만치라도 알고 떠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책 속 여행지를 둘러 보면서 알고 있었지만 스쳐 보냈던 역사, 까맣게도 모르고 있던 역사들이 되살아 난다. 더불어 지금 현재 그 곳에서 지내며 역사의 향기를 흠뻑 입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덧붙이며 훈훈한 '세상살이'도 함께 이야기한다.

땅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으니, 땅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이야기를 빼면 진정한 여행을 즐겼다 말하기 어렵다.

신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라 하며 적들을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아직 둘러볼 곳이 열 두 군데가 넘게 남아 있사옵니다, 라 말하며 쑥스럽게 우리나라의 여행지에 한 발 내딛으려는 '나'도 있다.

여행지를 둘러 볼 때면 사진을 찍으며 멋진 풍경만 남길 게 아니라, 땅의 역사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함께 품으리라는 소망 하나가 싹터 오른다.

여행의 품격, 제대로 높여 가며 다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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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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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에 유령이 사는 저택에...[열세 번째 이야기]

 

습관적으로 책을 꺼내들고 습관적으로 쓰윽 훑는 일이 계속되면서

진짜 재미있는 진짜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언제나 혼자 있는 시간, 좀 더 격렬하게 혼자 있고 싶은 욕망을 부르짖는  CF  속 유해진처럼...^^

어린 시절, 세상의 비밀이 드러나기 전의 혼곤한 시절에는 모든 동화책과 모든 만화책 심지어 백과사전에 깨알같이 심어진 글자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순수한 기쁨에 젖을 수 있었다.

내가 몰랐던 것들이 물 위에 떨어진 검은 먹처럼 선명하게 떠올랐고, 사소한 사건들의 이어짐만으로도 거대한 하나의 산맥과도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나보다 앞서 세상을 살다 간 멋진 영웅들의 전기는 앞으로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게 만들었고, 꼬부랑 글씨로 씌어진 영어의 휘어지는 발음조차 먼세상에의 동경을 품게 만들었다.

그랬던 순수한 영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수십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고 나니 어린아이의 선명했던 새까만 눈동자는 시나브로 혼탁해져서  무턱대고 책읽기만 파고드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라~를 읊조리며 이야기가 가져다 주는 희열을 고파하고만 있었다.

이 책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해 줄까?

무엇을 읽어도 좀처럼 입맛에 맞지 않았고, 뒷부분에 대한 궁금증도 사그라들었으며 덜그럭거리는 문장에 내내 불편했다.

그러다 마침내 내게 나타난 진짜 '이야기'

 

이 책은  두꺼워 쉽게 손이 가지 않지만 일단, 앞의 한 두장만 수월하게 넘기면

수완 좋고 입심 좋은 할머니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 앞에 앉아서 다음, 또 다음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옛날옛날에 유령이 사는 저택에...로 시작하는 이 옛날 이야기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엮어내지만 너무나 그럴듯해서 전설적인 작가라 불리는 비다 윈터의  숨겨진 열세 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변형과 절망의 열세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은 원래 열세 편의 이야기가 실릴 예정이었겠지만 열두 편만 수록된 상태인 <변형과 절망의 이야기>로 제목이 바뀌어 나왔다고 한다. 고서점에서만 알아낼 수 있는 책의 역사다.

 

이야기를 솜씨 좋게 채록하는 사람은 비블리오마니아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고서점 집 딸 마거릿 리이다.

열세 번째 이야기의 미스터리를 풀어낼 사람으로 왜 마거릿이 선택되었는지는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쌍둥이'라는 공통점을 지녔기에 비다 윈터는 자신의 전기 작가로 마거릿을 선택했다.

하지만 '쌍둥이'라는 단어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 보면 저자가 쳐 놓은 함정에 제대로 걸려들게 될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읽으라는 힌트를 지금 남발한다 해도 쉽사리 그 함정에서 벗어날 순 없으리라!!

 

"옛날 옛날에, 유령이 사는 저택이 있었지!"

"옛날 옛날에, 쌍둥이가 있었어..."

-76

 

너무 자주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곤 했던 작가 비다 위터는 죽음을 앞두고 전기 작가 마거릿 리에게 진실을 말하려 한다.

앤젤필드에 살았던 쌍둥이 에멀린과 애덜린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모든 요소를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앤젤필드는 저택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하다. 조지와 마틸드, 그들의 아이들인 찰리와 이사벨, 이사벨의 아이들인 에멀린과 애덜린.

유령의 이야기가 바야흐로 겹겹이 싸인 담장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한다.

 

나는 꼼짝없이 이야기에 말려들었음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들어야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건드려버렸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또한 상실감이었다. 잃어버린 사랑이 아니라면 그 이름에 담긴 슬픔이 달리 무엇이겠는가?-82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마법에 좀 더 쉽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불행의 속에서 끝끝내 살아나는 '사랑'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위대한 작가의 가슴 속에서 마침내 놓여난 진실 앞에 망연자실하게 될 것이다.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가 고전적이면서도 매혹적으로 변주되어 온 몸 구석구석에 흘러든다.

마법의 절대반지의 찬란한 빛이 그 반지를 마주하는 이는 누구라도 자신의 포로로 만들어 버리고 말듯이,

[열 세번째 이야기]의 어느 한 페이지를 맞닥뜨리게 되는 자, 누구라도 호기심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실에 대한 강렬한 열망, 그것 하나 때문이든, 쌍둥이의 업보를 진 이의 상실감에 대한 동조 때문이든, 그저 비다 윈터의 이야기 자체에 매혹당해서이든...

한 번 잡으면 그 끝을 볼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가슴을 내내 두근거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바이다.

아낌 없이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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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델핀 드 비강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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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끝*까지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방황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내가 만약 소설가가 된다면, 첫 이야기는 아마 자전적 소설의 형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열 댓권은 될 거다."

흔히, 신산한 세월을 보내 온 많은 할머니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처럼 말이다.

천진난만하고 아무 것도 모를 것 같던 어린 시절에 박혀 버린 뾰족한 유리 같은 기억들과 와장창 깨져 버린 청소년기의 혼란스러움, 어른이 되어서도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정착해버린 한숨 나오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저렇게 버무리면 잘 짜여진 한 권의 책은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만 할 뿐, 그 꿈을 실제로 이루어 보려고 하지는 않았기에 소설가의 길은 아직도 '가지 않은 길'로 남아 있다.

하긴, 창작의 고통이 뭔지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해 보기 전에 '대단한' 고전들과 눈부신 신작들을 섭렵한 결과 소설가의 길은 나에게는 너무 버거운 짐이 될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주저 앉은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을라고. [실화를 바탕으로] 를 읽고 난 직후에 더욱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특별히 없는이야기를 실제 있는 것처럼 그럴 듯하게 꾸며 내는 재주가 있거나  거짓말에 능한 것도 아니고, 남들이 찬탄할 만한 글쓰기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주야장천 남이 쓴 글을 읽고만 있으니 더욱 그렇다. 쓸 만한 "꺼리"를 포착할 줄도 모르고 하물며 그"꺼리"가 눈 앞에 잘 차려진 잔칫상처럼 떡하니 놓여 있어도 그것을 잡아채서 제대로 문장으로 꿸 줄도 모르니...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이러려고 이 책을 읽었나, 자괴감이 들고..."

소설가 혹은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독자의 편에 서서 우러르기만 할 줄 알았을 뿐,

실제 창작 과정에 들어간 작가들의 고뇌를 알 길이 없었던 중에

이 책은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건 스스로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작가가 창조하는 세계가 '자아'와 '세계'의 대결에 관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소설'이라는 범주 안에 넣는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아마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아슬아슬 하게 넘나들게 될 것이다.

작가는 바로 그 부분, '현실'과 '허구'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혹은 그 둘을 어떻게 버무리고 배합해야 하는지 하는 부분에 있어 고뇌하는 중에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이 바라는 것이 '실화'인지, 실화에 가까운 허구인지에 대한 답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책 속 주인공인 '델핀'과 'L'은 무수한 설전을 벌인다.

실제 작가가 당면해 있는 문제를 피력한 듯, 대화 속 그들의 설전은 현실감이 넘치며 철학적인 문제를 포함, 문학의 본질에 파고들 정도로 세밀하고도 깊이 있게 들어간다.

 

델핀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글쓰기는 소설이야. 이야기는 환상이야. 실재하지 않는 거라고. 다만 어떤 책에도 대놓고 그렇게 적는 게 용납되지 않을 뿐이지.-90

 

L  : 글쓰기는 진실을 추구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만일 네가 글쓰기를 통해 너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너에게 깃든 것을, 너를 이루는 것을 뒤지려 하지 않는다면, 너의 상처를 다시 열어 건드리고, 네 손으로 후벼파려 하지 않는다면, 네 인격과 뿌리와 환경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면, 그건 무의미해. 글쓰기는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어야 해. 그 밖의 것은 중요하지 않아.-91

 

 

 

[실화를 바탕으로]의 주인공 '델핀'은 사실, 작가인 '델핀 드 비강'과 거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고, 거식증으로 고통받은 경험, 어머니의 자살을 담은 자전소설로 데뷔했으며 연이어 베스트셀러를 내면서 유명작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데...

예상을 초월하는 전작의 성공으로 '다음' 작품에 대해 중압감을 느끼던 중, 수수께끼 같은 여자 L 이 나타난다. L 은 왼손잡이인 델핀에게

"나도 왼손잡이야. 왼손잡이는 서로 알아보는 거 알아?" 라는 말로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살금살금 다가온다. 델핀은 유명인사들의 대필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L 에게서 사랑 혹은 우정을 느끼게 되고, 어느새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L 을 인식하게 된다. (대필 작가 L 은 자신이 쓴 유명인의 전기 끝에 끝*이라는 표시를 남기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고 했다.)

 

 

내가 그녀 앞에서 모든 자양분을 비워내는 사이, 그녀는 일을 했고, 집과 바깥을 오고 갔고, 지하철을 탔고, 식사를 준비했다. 그녀를 관찰할 때면 종종 나 자신을 보는 기분, 아니, 나보다 더 강하고 능력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전된 튼튼한 분신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에게는 파삭하게 말라부은 살갗만, 껍질만 남을 터였다.-264

 

이들이 친밀함을 쌓아가는 과정은 커다란 솜사탕을 야금야금 빨아먹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빨리 녹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인식할 무렵, 이야기는 커다란 반전으로 뒤덮인다.

델핀이 <미저리>의 유명한 플롯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유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야금야금 빨아먹던 솜사탕 먹기는 잠시 제쳐두고 심리 스릴러의 긴장된 상황으로 빨려들어간다.

비밀에 싸여 있던 L 이 과거 이야기를 '스스로' 털어놓고, 델핀은 그 놀라운 이야기, 바로 L 의 진실을 소설로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 힘을 다해 그 이야기를 보존하려 하는데...

책 좀 읽었다, 영화 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L 의 이야기에서 '표절'의 흔적을 바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럴 듯한 이야기의 조합에 긴가민가, 하면서 혼란스러웠고 소설의 끝*에 가서야 여기저기 기운 것을 알아챘다. 그 뿐인가? 델핀과 L 이 어쩌면 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고민하면서 끝에 도달했다.

[실화를 바탕으로]는 문학의 본질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도 표절 문학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작가의 정체성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사실과 허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 도는 이 소설 속에서 한참 동안 나를 잊고 자유롭게 유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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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5 - 뭐야뭐야? 그게 뭐야?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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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뭐야? 그게 뭐야? [콩고양이 5]

 

 

 

4권에 이어 5권에서도 두식이의 매력이 폭발할까요?

 

잠깐 맡겨졌다가 이제 어엿한 한 식구가 된 두식이는 

이제 가끔 예전 주인 할머니가 생각나지만

대체로 콩고양이들과 아웅다웅하고 살면서 잘 적응하는 모습입니다.

 

 

 

바로 이렇게~

고양이처럼

잘 놀아주면서 말이죠.

고양인지, 개인지 헷갈리는 건,

두식이 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보고 있는 저도,

덩치만 컸지, 두식이는 아마 고양이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니 말이죠.

 

 

 

눈에 띄게 두식이를 편애(?) 하는 집동자귀신 아저씨 덕에 두식이는 산책을 자주 다니게 되는데요.

이런 우스운 사진이 sns상에 올려져 한동안 인기를 얻었다나요.

마담 북슬과 집동자귀신의 완벽한 찰떡호흡 덕에 두식이와 집동자귀신 아저씨의 이같은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답니다.

'아저씨와 개' 콤비에 심쿵!

자기는 완전 젖었으면서 개한테는 엄청 귀여운 레인코트를 입혔다는 댓글이 그간의 사정을 짐작하게 하지요?

 

5권에서는 이제 완전 한가족이 된 두식이의 활약상이 좀 더 자세히 그려집니다.

사박사박 연필 드로잉이 주는 매력 덕분에

이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가 더 가슴 깊이 와닿는 건 아닌지...

 

 

 

절기가 '소설'을 지나 완전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지나간 여름의 혹독한 더위는 잊은지 오래가 되었는데

콩고양이 속 더위에 지친 이들을 보니

그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에어컨 없이는 잠시도 살 수 없었던 지난 여름의 기억...으윽!

 

털가죽을 입은 죄로 고양이와 개는 엄청 축 쳐져 있었네요.

정신 못 차리고 늘어져 있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내복씨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합니다.

"콩알아~ 팥알아~"

에어컨을 켜자 금세 모두들 살아나네요.

동물들의 공공의 적인 마담 북슬마저

뉴스를 보더니 동물들에게 에어컨 아래 피서라는 은총을 내려주시네요.

역시~

속마음은 숨길 수 없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주머니였던 거라구요. ^^

 

 

 

콩알이, 팥알이의 장난은 장난도 아니었던 거였어요.

안경남의 신발이 처음으로 희생자가 되더니

이제는 안경남이 아끼는 피규어들이 묻히는 사태가~

 

간식을 묻어두는 습성이 있는 두식이를 따라가 보았더니

안경남이 사랑해 마지않는 피규어들이 저리도 무참하게 파묻혀 있었네요.

"두시이이이익~" 하고 소리치는 안경남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나,

심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하나요.

책 읽는 동안 잘 참았다 싶었는데

끝에 가서 또,

혼자 있는 집안에서

엄청 크게 웃었지 뭐에요.

 

콩고양이 시리즈 5권까지 나온 기념으로

1권부터 정주행 하며

혼자 힐링타임 가져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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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4 -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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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콩고양이 4]

 

 

 

기다리고 기다리던 콩고양이 시리즈 4권이 나왔네요.

그간의 기다림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5권도 함께 나와서 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이 귀여운 팥알이, 콩알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몽글몽글~

하루종일 행복합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에 밀려 한참 뒤에나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말이지요.  ^^

아이들이 학교에도 가지고 가서 읽고,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고 막 그랬나 보더라구요.

어디서나 사랑받고 이쁨 받는 고양이들입니다.

 

참, 이번에는 새 식구가 등장하지요.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완전 진지한 궁서체로 자신을 소개하는 멋진 시바견 두식이!!

군대 다녀온 상남자의 다나까 말투 덕분에 용감하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했지만~~

꽈당~ 쿵!

완전 반전 허당 매력을 보여주네요.

예전 집에서 고양이를 어미, 아비로 알고 자랐다니 알 만하지요?

 

 

 

요렇게 콩알이, 팥알이 두 마리가 비 오는 고즈넉한 날씨를 고양이답게 지내고 있는 나날 가운데~~

(고양이답게, 란~ 비를 보고 있다가 손발에 물 묻는 걸 싫어해서 절대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아니란 말씀! 폴짝 뛰어 들어가 찰방 찰방 하다가 에구, 우어~ 등 고양이 의성어를 내다가 서로 얼굴 한 번 마주보고 힘차게 웅덩이로 점~ 프한답니다. 결론은, 마담 북슬 손에 들어올려져 집 안으로 휙~ 던져지는 걸로. )

 

 

아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키우던 고양이랑 개가 남겨졌는데, 고양이는 새주인을 만났다 하여 남겨진 개를 덥석 맡아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 안경남.

예의바른 시바견은 엉뚱하게도 고양이 품에서 자란 탓에 스스로를 '고양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인삿말도 참 희한하게도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개가 아니라 고양이지 말입니다."라며 인사를 하지요.

 

새 가족이 들어오자, 콩고양이들만의 세상이 좀 더 활기차 집니다.

콩알이, 팥알이의 과한 애정행각, 혹은 장난을 두식이는 쿨하게 받아주니

개와 고양이의 대결 같은 건 아예 없습니다.

신기한 이 조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떠나질 않죠.

집동자귀신 아저씨는 고양이보다 개와 성격이 맞는지

두식이 산책을 도맡아 하고 있네요.

 

 

아저씨와의 즐거운 산책 시간을 회상하며 혼자 자리에 누워

"흐흣, 느흐흣~"

웃고 있는 두식이가 왜 그리 웃긴지.

 

혼자 책 보다가 웃음 터져 혼났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 두식이가 점점 가족같아 지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다른 주인을 찾아 주어야 했지만 고양이와 자란 탓에 개를 무서워하는 두식이에겐

콩고양이네 집이 딱이네요.

잠시 다른 집 갔다 다시 돌아온 두식이를 반기는 두 녀석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

 

안경남 덕에 이 집에는 두식이 말고 거북이도 열 마리나 생겼는데요,

꽤 커다란 거북이들 앞에서 두식이와 콩고양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

 

식구들이 많다 보니 바람 잘 날 없다는 말,

이 집 이야긴가 봅니다.

염주비둘기들 구구거리고, 콩고양이들 두다다거리고,

게다가 두식이에 거북이, 비단잉어까지

한꺼번에 식구들이 늘었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잘 보살피고 정성을 쏟는 모습.

아무래도 사랑이 넘치는 이 집 식구들 덕에 콩고양이들과 두식이는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나 봅니다. ^^

 

5권에서도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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