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이고, 어쩌나. 이렇게 날짜가 지나버렸네.

2014년을 맞이하면서 몸이 아프더니, 날짜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뭔가 빠졌는데,,,할 일이 있었는데...

그런데도, 컴퓨터 앞에 앉기를 한사코 몸이 거부하고 있던 터라 뒤통수가 자꾸 당기는 느낌을 무시하고 있었더니...

성실, 빼면 시체인 내가,

신간 페이퍼  작업에 늦고야 말았다.

누굴 원망하겠는가...

몸관리 못한 내 탓.

간단히 제목만 적어본다.

 

 

1. 울지 않는 아이 + 우는 어른 - 전2권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ㅣ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소설, 동화,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에는 작가의 맨얼굴과도 같은 에세이 두 권을 들고 독자들 곁을 찾았다.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활동 초기에 쓴 8년 치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2.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ㅣ 박람강기 프로젝트 2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김소연 (옮긴이) | 북스피어 | 2013년 12월

 

 

'박람강기 프로젝트' 2권. 폭염기과 혹서기만 골라 펼쳐지는 미야베 미유키와 출판사 담당 편집자 일행의 대책 없는 고생 이야기. 에도 시대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이었던 도보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당시의 사적을 돌아본다.

 

 

3.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 나의 읽기, 당신의 읽기

황석영, 성석제, 김연수, 천명관, 김애란 (지은이)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한국 작가가 세계문학과 만났다! 문학동네는 우리 작가들이 직접 골라 읽고 쓰는 세계문학 이야기를 듣고자, '한국 작가가 읽어주는 세계문학'을 기획,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를 통해 2년여간 연재해왔다. 이 책은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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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황후 - 전2권 기황후
장영철.정경순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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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살아남다! <기황후>

 

월화 드라마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시간.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며 뭔가 재미있는 것이 없나, 기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내내 심드렁해하던 나의 눈에 고려의 충혜왕이라는 자가, 나는 이미 여자임을 눈치채고 있으나 그의 눈에는 남자로 보이는 양이를 자신의 처소로 불러 촉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장면이 걸려든 것은...

이미 몇 편 진행된 드라마 <기황후>였는데 나는 그제서야 보게 된 것이었다. 양이라는 아이는 충혜왕을 여자로서 연모하는 눈빛이었는데 충혜왕이 양이를 가까이 부르며 술을 청하자 괜스레 혼자 두근거려하는 모양이...내가 보기에 드라마의 초반부이기에 가능한, 아마도 그 “사랑이 싹트는” 장면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한 눈에도 불청객으로 보이는 원나라의 황태제 타환이 양이를 부르며 둘만의 공간에 들어섰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충혜왕과 양이. 바야흐로 삼각 관계가 시작되려하는 순간인데,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여자’가 없다는 점.

타환은 양이를 남자로 알고 있음이 분명한데 충혜왕은 양이를 여자로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가 그 때 그 시점에 무지 궁금해졌었다.

급 호기심에 불타올랐던 나는 기어코 드라마 <기황후>를 1편부터 ‘다시보기’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꼬박꼬박 매주 월 화요일을 목빼고 기다리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렇게 책까지 챙겨 읽게 되었다. 드라마와 시기를 맞추어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 장영철, 정경순의 책으로 <기황후>가 나왔던 것이다. 이 책은 장영철, 정경순 작가가 집필한 유일한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또 얼마 안 있어 다른 작가의 <기황후>도 출간되었다는 소식이...<기황후>가 역시 요즘의 대세이긴 한 모양이었다.

총 50부작이었다는 걸 몰랐을 때에는 드라마가 20부가 다 되도록, 두 권으로 끝나는 책의 1권에도 못 미치는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서 의아해 했었다. 책의 내용을 다 잘라내는 거야? 하면서^^

역시 기황후라는 인물은 쉽게 만나고 금방 헤어질 인물이 아님을 알겠다.

50부작이라니...

 

역사 소설이 드라마가 되어 막상 인물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거기다 그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라도 하면, 꼭 역사왜곡에 관한 시비가 붙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황후는 워낙에 자료가 변변찮고, 흔적이 없는지라 과연 역사왜곡 시비가 붙을 거리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건만,,,,역시나...

 

드라마를 통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 자체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요. 가령 드라마 <기황후>에서 고려에 대한 기황후의 정치적 악행을 미화하거나, 문제가 많았던 충혜왕에 대해 ‘진취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며 이러한 왜곡은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바람직한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입니다. 제아무리 창작의 자유가 필요한 영역이라도 역사를 대하는 기본 소양과 책임감에서까지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지요.

[출처] [미디어 속 교육]역사 속 기황후와 사극 속 기황후 사이에서|작성자 천재이야기 일등쌤

 

 

책 속에서 작가들의 “작가적 상상”을 덧입은 기황후와 충혜왕은 거의 ‘영웅’으로 그려지고 있어 역사적 사실과는 많이 다를지 모르나, 드라마 속 인물로서는 가히 최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다. 일단 드라마로든 책으로든 기황후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내는 데는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여성’에 대한 역사의 편향된 서술 태도, 혹은 ‘이긴 자들’이 누리는 왕관을 옹호하는 역사 서술 테두리 안에서 단 몇 줄의 혹평이나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기황후를 당당히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에 있어서 점수를 주고 싶다.

 

“고려의 국호를 포기하고 원나라의 성이 되는 것이 백성들의 고통을 줄이는 일일 터.”

순간 충혜왕은 타환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

“경각에 달린 네 목숨을 고려가 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려가 지켜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리고 정녕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원나라로 돌아가서 죽어라. 절대 고려 안에서 죽어서는 안 된다!”

  -44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가슴이 후련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힘없는 조국 고려에서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게 된 한 여인이 대륙을 뒤흔든 황후가 되기까지...비록 팩션이긴 하나 책, 혹은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는 이 여인에게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다. 기황후는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 해도 충분히 천하를 호령할 만한 여인이 아닌가. 역사의 재해석인가, 왜곡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걸출한 인물로 다시 태어난 한 여인의 이야기에 속절없이 물개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순제는 기황후를 제1황후에, 아들 아유시다라를 황태자로 책봉했다. 그리고 자신의 환후를 치유하기 위해 기황후에게 섭정을 맡겼다. 이로서 기황후는 마침내 천하의 주인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첫 번째 조당회의가 있던 날, 기황후는 용상에 앉아 교서를 내렸다.

“더 이상 원나라 조당에서 고려의 입성론을 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고려의 공녀와 환관을 차출하는 것을 금할지어다!”

(...)

그 후로도 약 30년 동안 대원제국은 기황후의 실질적인 통치를 받았다. 그녀는 공녀로 끌려와 세계 최대의 영토를 다스린 유일무이한 여인이었다.

-294

 

중국을 호령하였으나 서태후나 측천무후 또한 그들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절하 당하긴 마찬가지였다. 기황후 또한 그렇게 묻혀갈 뻔한 것을 작가의 펜에 힘입어 오롯이 살아난 것이 다행스럽다. 파란만장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을 터인데 끝내 살아남아 이름 석 자를 남긴 기황후. 논의는 뒤로 하고 지금은 기황후의 모든 것에 흠뻑 빠져들고만 싶다.

 

 

마음의 숲 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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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12-3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요즘 이 드라마의 인기가 꽤 높은 모양이더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2014년에도 행복 가득한 한 해 되시길...^^
 
여행의 기술
김정남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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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가는 비루한 인간 [여행의 기술]

 

“지금 어딘데?”

“7번 국도”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받는다.

“여행 중이야? 겸이도 같이?”-64

 

아버지와 아들은 7번 국도 위로 여행 중이다. 전화를 건 그녀는 아버지와 아들의 아내 혹은 어머니가 아니다. “송희”라는 여자. 남자 주인공 승호의 동창생이자 내연녀.

뜬금없는 여행길의 기술(記述)에서 아버지와 아들 외에 나란히 서 있어야 할 엄마의 존재가 비어 있고, 그 부재를 대신 채우고 있는 사람이 내연녀라니...뭔가 잘못되었다.

 

음료수 사 주세요. 여기서 어떻게 사? 조금만 기다려. 왜요? 왜요? 음료수 사주세요. 저기 편의점 있어요. 음료수, 음료수, 왜 안 돼요? 여기서 뛰어내릴래요, 뛰어내릴래요, 겸아, 그만하자. 조금만 기다려.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조차 정상적이지 않다. 신경질적이고, 맥락이 닿지 않는 아이와의 대화. 참 진이 빠지겠구나. 힘들겠구나...

 

승호는 자폐아인 아들과 함께 자살 여행을 떠난다. 삶에 지치고 더 이상 위안을 얻지 못한 자들이 선택하는 자살 여행이란 이런 모습이겠구나가 눈에 선하다.

길 위에서 승호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지나온 삶을 마주 대하게 된다.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한 승호는 시간강사가 되어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의 대학을 돌아다닌다. 문예지로 버젓이 등단을 한 작가이지만 생활에 쫓겨 글쓰기는 먼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고, 어렵게 교수가 되었지만 , 실제로는 연봉 이천사백만원밖에 되지 않는 무늬만 교수.

승호가 대학원 시절 학원에서 만난 수학 강사였던 아내 역시 일찍 부모를 잃고, 언니와 살아왔는데 서로를 보듬어주리란 희망을 안고 시작한 결혼 생활에서 얻은 것은 자폐아인 아들 겸이 뿐. 생활비, 아이 병원비, 약값, 교육비를 모두 카드 돌려막기를 해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여 이년여만에 사천만 원의 연체금이 칠천만원이 되는 기막힌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 아내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고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대학을 졸업했고 가정이 있고 직업이 있고, 자식까지 두었는데도 승호의 삶은 점점 나락을 향해 치닫고 있었고, 급기야는 7번 국도 위에서 생을 마감할 결심을 하고 자살 여행까지 떠나야 했을 정도로 이렇게까지 삶의 희망이 없는 상태로 오게 된 것은...

승호는 거슬러 올라가 본다.

속초에서 제대로 정착해 살던 아버지가 단골 주물럭집 주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여자의 남편에게 살해당한 때부터였나?

포목점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어머니가 화재로 사망하면서였나?

하나 남은 누나는 영어 선생에게 시집 갔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는 몸이라 하여 구박을 받았는데, 매형은 휴거론에 심취하여 변사체로 발견되었고...이후 분식집을 운영하다 이혼남과 재혼을 해서도 여전히 불쌍한 누나...

주변에 득시글한 불행의 인자들이 승호에게 전파된 것인지...승호 자신도 가정에 소홀해지기 시작하면서 아내인 명옥이 “아이와 함께 피를 토하는 시간”에 송희라는 옛 추억의 여인을 만나 불륜 관계에 빠져든다.

 

승호는 이렇게 무너져 버리고 마는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버리는 스스로를 쓸어담지 못한채, 아내를 원망하고, 죽어가는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에서조차 아내에게 험한 말을 마구 쏟아내며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승호. 아무 것도 자신에게서 구하려 하지 않고 바깥에 “죄”를 물으려 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

 

식당 어디를 가든 우리는 다정한 부자로 보일 수 있다, 보일 것이다, 보여야 한다.

 

죽기를 각오한 마당에 무엇이 그리 신경쓰여서 남의 눈을 의식하는가.

못났다. 비루하다.

죽음을 앞에 두고 그는 조금이라도 반성의 기미를 보일 것인가...기대하며 책장을 넘기지만, 승호는 끝까지 못났다. 그리고 꾸역꾸역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의 모습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못난 그의 모습이라 감히 손가락질하지 못하겠다. 만약 나였더라도, 지금의 학벌 사회에서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고에 시달린다면 별반 나은 선택을 했을 것 같지 않기에...가슴 답답함을 부여잡고, 책장을 덮었다.

답답하고 어두워 어디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는 책읽기 였지만, 약간의 반짝임을 가지고 있는 내 삶을 구태여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하여 현재에 조금은 만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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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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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가 되어도 좋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데...

그 어떤 꾸밈도 필요 없고, 있는 그대로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그래서 표지도 순백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제목 그 외에 어떤 설명도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들로 이루어진 책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서점은 그 존재만으로도, 그 문을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곳이다.

엄마의 품 다음으로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서점이라고 하면 그것은 너무 과장일까? 아니다. 과장이 아니다.

부산에 살아서 보수동의 책방 골목을 자주 들락거려 본 나는 서점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깥 세상과는 절연된 듯한 동굴같은 분위기가 나는 서점을 특히나 좋아한다. 좀 퀴퀴하고 좀먹은, 혹은 습기를 머금은 책들만이 뿜어내는 냄새가 도로변의 시끄러운 차 소리와 온갖 소음들을 사~아악! 삼켜버리는 그 기이한 전환의 순간을 느끼는 것이 미치도록 좋았다고나 할까.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서점들은 각기 서점들만의 고유한 특색을 뽐내고 있다.

이 책에는 세계의 아름다운 서점 20개가 꼽혔지만, 그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서점들이 얼마나 많은 개인들에게 추억과 신선함과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을지...

단순하고 깔끔한 표지에서 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책을 넘기자마자 밀려오는 색채의 향연과 서가에 꽉 들어찬 책들로부터 팍 팍 튀는 콜라를 맛보는 것같은 놀라움을 가슴 가득 안게 될 것이다.

.

 

 

 

 

<아틀란티스 북스>

 

 

첫 번째로 소개된 서점은 아틀란티스 북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에게 해의 석양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산토리니 섬 북쪽 끝.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는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지하 서점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며 별천지로의 입구를 열어준다.

문학을 꿈꾸는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번갈아 찾아와 그 안에 살면서 책을 읽고 집필 활동을 하며 서점의 명맥을 이어나간다고 한다. ‘철학의 탑’이라는 이름의, 철학서만을 꽂아둔 가느다란 책장이 좁은 가게 안에 높게 솟아 있다.

 

 

'교환 서점'이라는 뜻을 지닌 바터 북스는 다 읽은 책을 이 곳에 두고, 가져온 책의 가치를 따져 적당한 책을 골라 가져간다. 견장 달린 제복 입은 역장이 상주하고 귀부인부터 노동자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들로 북적였던 북 잉글랜드의 기차역. 그곳이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가는 정차 역으로 다시 태어났다.  책의 운명과 역의 운명은 참으로 닮았다. 작가와 출판사의 손에서 한 권의 책이 완성되어 그들에게서 떠나면 책은 어디로 갈지, 누구에게로 갈지 정해지지 않은 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한 곳에 정착하게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여기서 저기로 떠도는 운명을 가진 책도 있다. 아하~ 책과 역의 운명이라. 닮은 운명을 가진 책과 역이 만난 바터 북스는 그래서 더욱 인상 깊다.

 

<바터 북스>

 

카페와 서점을 합성한 조어'카페 브레리아'에다 진자를 의미하는 '엘 펜두로'를  붙인 '카페브레리아 엘 펜두로'. '가더라도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이름이란다.  1940년대에 벽돌로 지은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서점이고 벽면 가득 책을 진열한 서점 내부는 파티오 즉 중정이었던 곳으로, 벽과 서가를 일체화시킨 구조라 공간의 활용이 돋보인다.

그렇다. 서점은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 깊이 공감하게 되는 구절이다.

 

 

책의 정열이 살아 숨쉬는 <빌라 서점>

 

 

그 외에도 자유가 슬로건인 서점 <아메리카 북 센터>, 혁명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서점 <레르 데바가르>, 100년의 세월이 깃든 서점, 아름다운 나선형을 그리는 '천국의 계단'이 오는 이를 맞이하는 <렐루 서점>,

 

<렐루 서점>

 

황금빛 부조로 장식한 대극장에서 책의 극장으로 다시 태어난 서점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동적인 도시 베이징을 비추는 서점 <북웜>까지.

 

 

책벌레가 되더라도 이런 아름다운 서점이라면 단 몇 일을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다 가겠다는...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다행히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직접 가 보진 못하더라도 이렇게 책으로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구경할 수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면서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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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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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윤기의 집필 노트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바깥 날씨는 코끝을 쨍하게 하는 시린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데, 지금, 여기. 이윤기의 책[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있는 방 안은 난데없는 열공 모드로 후끈하다. 어려운 말 하나 없고, 오히려 신선하고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단어들만이 가득한 이 책을 읽는데도 나는 왜 이렇게 열이 나는가. 자칭 조르바 같은 자유인이라 일컫는데도, 어투에서 묻어나는 연륜 때문인지, 나이 지긋한 선생님을 앞에 모셔두고 그 분의 마지막 말씀을 듣고 있는 듯한 마음이 들어서이다.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건만 괜시리 옷깃을 여미어야 할 것 같고, 헛기침 조차도 조심스럽게 숨죽여 해야 할 것만 같은 무게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무도 없이, 단 둘만의 독대. 따뜻한 차 한 잔만을 두 손에 모아 쥐고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느라 귓불이 붉어지고 열기가 차 오른다. 각기 다른 시각에 쓴 글들이 모여 있어도 그의 말은 하나다. “글쓰기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

 

소설가, 번역가, 신화 전문가.

책에서는 이윤기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번역가로 이윤기를 처음 접했었다. 너무나도 유명하여 안 읽은 이가 없을 것 같던 그 책<그리스인 조르바>를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끝내 외면하고 있었는데, ‘읽어야 해, 조르바를 모르고 이생을 살아나가기는 틀린 것 같지 않아?’ 라는 마음 속의 꼬드김에 넘어가 결국 조르바를 집어 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는, 왜 이 책을 안 읽고 있었던 거냐? 라고 물었을 때, 그 이유는 아마도 <희랍인 조르바>로 번역되었던 책의 제목 때문에 내 마음 속에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참으로 고지식한 답변이 튀어나왔다. 다른 무엇보다도 “희랍인”이라는 말 하나가 손톱 옆에 자리한 거스러미처럼 신경에 거슬려서 백 마디의 찬사로도 모자랄 고전을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읽게 되었다는 것이 나자신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만...그랬다.

제목의 번역 때문에 책을 집어 들기 조차도 싫었던 것이다.

<희랍인 조르바>는 안되고, <그리스인 조르바>는 되고.

죽을 때까지 조르바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이윤기가 내 마음의 장벽을 스르륵 벗겨내었던 것이다.

“희랍인”을 “그리스인”으로 바꾼 것은 그야말로 내게는 작은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제목 하나로도 책을 만날 수 있게도 없게도 하는 번역가의 힘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임을 이윤기를 통해 알게 되었었다.

 

둘이서 벌인 사업이 거덜난 날 우리는 해변에 마주 앉았다. 조르바는 숨이 막혔던지 벌떡 일어나 춤을 추었다. 그는 중력에 저항이라도 하는 듯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되살려내고 싶었던 자유인의 모습이 이윤기의 번역을 거쳐 내 앞에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번역은 한마디로 ‘말의 무게를 다는 것’이다. 저울의 한쪽에 저자의 말을 얹고 한쪽에는 번역어를 올려놓는 일이다.”-133

 

그 뒤에는, 어머나! 번역가로 알고 있던 이윤기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펴냈더랬다. 궁금한 마음에 혹은 아는 이름에 반가워서 덥석 그의 책을 사보았다. 중학생 때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단숨에 읽어 제끼며 그 길었던 이름들과 헷갈리는 그리스식, 로마식 이름들을 따로따로 구분하며 외느라 힘들었었지만, 신화의 황홀함은 그 번거로움까지도 달콤하게 만들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한 권으로 축약해서 읽었던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좀 더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실제 답사로 담아낸 사진들이 크게 한몫했고,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이윤기의 입말이 신들을 가까이 느끼게 해주었다. 그가 강조하는 껍진껍진한 입말 그대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영어판을 중역한 것인데, 철학자 강유원 박사로부터 오역을 260여 군데 지적받고 바르게 손보았다 한다. 번역자로서 아픈 지적이었을 텐데도 오독과 오역을 번역가의 숙명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를 견지했던 이윤기. 그는 글쓰기에 있어서 실패를 축하하고 거기에 더해 바닥을 박박 기어보라고 조언한다. ‘메덴 아간’이라는 그리스어를 ‘만사에 지나침이 없게 하라’라고 번역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과유불급’이라는 잘 익은 우리말로 옮기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인생이 그렇게 풀려서 글을 썼으나, 그는 이렇게 자조한다.

 

나에게 이 세상 삶의 현상은 거대한 원어 텍스트, 내가 부리는 언어는 ‘원어를 고스란히 재생새킬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역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의 선조적 언어로써 원에 가까운 원융한 진리의 세계를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단지 한 점만을 건드리고 지나갈 수 있을 뿐이다. -25

 

나는 기껏해야 이윤기의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 로마 신화>, <장미의 이름>을 읽었을 뿐이라 이윤기를 뭐라 평가할 수가 없다. 그저 내가 읽은 텍스트 안에서 그를 이해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언어 천재라 불리는 그의 집필 노트를 읽고 나니, 참으로 대단한 작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생 자신의 언어를 부리며 살아가야 하는 글쓰는 이, 작가들에게 영혼과 글쓰기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그는 우리 시대 최고의 글쟁이라 일컬을 만하다.

 

책을 읽고 그저 줄거리를 나열하거나 짤막한 감상만을 곁들이며 글을 완성할 뿐인 나의 서평은 이제 걸음마인데, 넓은 세계를 안으로 들이기 위해 번역에 힘쓰면서 올바른 번역의 방법을 모색하고 거기에 철학까지를 더하려고 했던 이윤기는 글쓰기의 전범, 달인, 고수를 뛰어넘어서 이제는 “신”이 되고 말았다. 뛰어넘을 수 없는 산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상에 발붙이지 않고 있어서 우리는 그가 남긴 집필 노트를 바라보며 배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이윤기는 자유인 조르바를 꿈꾸며 펄떡이는 말에 집착했다. 나도 따지고 보면 무작정 책 속으로 파고들어 달래기만 하려고 했던 내 마음 속의 울분을 터뜨리고 싶어서 서평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다 보면 불쑥불쑥 터져나오는 그것들을 조금씩 다스리고 단련시키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넘어지고 깨지면서, 마침내는 바닥을 기어 봐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이윤기의 충고가 그 길고도 길게 이어질 것 같은 단련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내 마음에 반창고가 되어줄 것 같다.

 

정적에 휩싸인 채 숨죽여 듣던 일대일의 수업이 끝나자 내 마음엔 반창고 하나가 남았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이제야 제대로 귀에 들린다. 휘잉~ 휘이잉~.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바람이지만 나는 아무 것도 무섭지 않다. 귀한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저절로 뿌듯한 탓이다. 따뜻했던 차는 애저녁에 식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긴장하면 솟아나는 땀 때문에 땀을 닦아내기를 여러 번. 방 안은 따뜻했는데도 손끝은 차다. 다시 보글보글 물을 끓여 차 맛을 음미하고 손을 데워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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