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종이 살인’의 변주

 

 

 

표지 일러스트는 참으로 정직하게 소설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은 참으로 복잡다기하다.

도무지 시작은 하였으나 끝이 다가와도 끝이 나지 않는...희한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각 챕터마다 주제곡이 있다.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QR코드를 찍으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산하고 괴이하고 어딘지 모르게 끼긱 거리는 음악.

 

 

1곡, 불멸하는 꿈 “ 「여섯번째 꿈」을 위하여

왜 7이 아니라 6인가 하는 대뇌피질 속 깃털같은 물음은, 잠들지 않는 각성의 꿈을 이어가기 위한 이야기의 처음이자 끝일 것.

 

마치 이상의 시 한구절을 읽는 것 같은 음악해제이다.

내용까지 이상의 삐걱삐걱하는 시들같은 건가, 살짝 불안해졌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첫 번째 챕터를 읽고 나서 ,두 번째 챕터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여섯번째 꿈> 연쇄 살인범의 세계에 관심을 가진 동호인 중 6명의 회원이 ‘실버 해머’주인장 ‘악마’의 초대로 산장에 모였다. 악마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악마를 기다리며 술을 마시고 각자의 신상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밤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은 악마. 깔끔하게 정돈된 6개의 방으로 흩어져 들어간 6명. 산장에서는 각방의 주인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죽었어요.”

“뭐, 뭐야...말도 안 돼... 꿈, 꿈이었는데...난, 아니야. 내가 안 그랬어. 내가 그럴 리가 없어!”-26

 

정말 악마가 우리의 꿈속을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악마의 꿈속을 돌아다니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누군가가 꿈속에서 살인을 목격하거나 저지르면 다음날 어김없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 사람들. 그렇게 여섯 명이 모여 있다 여섯 번째 꿈을 꾸기 시작하는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러나, 소설은 여기서 완결되는 간단한 구성이 아니다.

 

 

이어지는 <복수의 공식>

앞선 이야기 <여섯번째 꿈>에서 소심한 번역가이지만, 살인의 욕망을 품고 있던 연우라는 여자가 아무도 모르게 번역하는 책 속에서 의미 없는 인물을 죽이면서 ‘종이살해’를 실현하는데, 그 번역책의 제목이 바로 <복수의 공식>인 것이다.

이어지는 챕터들도 모두들 앞에 읽었던 이야기의 어딘가와 연결되어 각기 다른 가지를 쳐나가기도 하고, 인물이 살짝 뒤바뀌기도 하는 등. 이제까지 읽어왔던 소설의 평범함에서 크게 벗어난 자유로운 글쓰기의 모습이 보인다.

 

<π>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어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모든 것은 한 마리의 송충이로부터 시작되었다.

 

결국, 소설의 표지는 ‘눈’과 ‘송충이’와 ‘π’를 모두 담고 있으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는 소설 전체를 단 한 마디로 압축시켜 보여주는 완벽한 ‘은유’이다.

 

이제까지 누려보지 못했던 무한상상의 세계를 꿈꾸는 독자라면, 돌고 도는 구조의 이야기를 짜증내지 않고 집중해서 즐길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완벽한 기승전결의 이야기에 싫증나서 전혀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싶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꼭 결말이 있어야, 앞뒤가 완벽하게 이어져야 직성이 풀리는 결벽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읽다가 숨막힐 수도, 도중에 책을 집어던질 수도 있다^^

나는, 음울하게 울리는 각 챕터의 음악에 빠져, 그저 꿈꾸듯이, 내 몸속에 있을지도 모를 ‘종이 살인’의 욕망을 끄집어내 나 대신 실현하는 주인공들에 몰입하여, 쉽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한 권을 읽어내었다. 대견하다. 쓰담 쓰담..

왕의 앞에서 춤을 추는 대신 요한의 목을 요구하는 살로메처럼.

나는 책을 읽는 대신, “살인”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었다. 종이 위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다양한 “살인”의 욕망들. 꿈틀꿈틀 요염하게 움직이는 살로메의 손,발, 유연한 허리...아찔하게 즐겨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책의 표지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책이 몇 권 있었다. 5번을  빼고는 어디선가 보고 마음에 팍 박혀버린 책들이다.

아래의 책들이 내게로 온다면, 무지 기쁠 텐데...하며 적어본다.

 

1. 지극히 적게

 

  북폴리오의 책들은 일단,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미니멀한 주전자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간략하게, 심플하게 , 확실하게 전달한다. 지극히 적게.

좀 비우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때, 딱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은 제목의 책이 책장에 꽂혀 있다면, 언제고 마음 내키는 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2. 인생 수업

 

 

법륜''이라는 이름자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책이다.

어디 가서 꼭 발품 팔아서라도 듣고 싶은 수업이 바로, 인생 수업 아니겠는가.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 그저 모든 것이 다 수긍되는 이상한 현상...

낙엽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꽃들의 표지가 너무나 아름답다.

스님...너무 야한 것 아니오.

 

 

 

 

3. 아들아, 서른에는 노자를  만나라

 

  위즈덤 하우스의 예담 출판사에서 만든 책.

장석주.

너무나도 유명한 이름이지만 제대로 그의 책을 만나 보지 못했다. 부끄럽게도...

이번에는 노자를 끌고 와서 무슨 얘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텍스트 자체로서는 도저히 혼자 이해할 수 없는 노자.

그의 도움을 얻어 인생의 지혜를 조금 엿보고 싶다.

 

 

 

 

 

 

4. 매일 매일 즐거운 일이 가득

 

일본의 마샤 스튜어트라 불리는 작가.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묘법을 알려준다나...

늘상 지치고 축 쳐져 있는 하루하루를 즐거운 일로 채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녀의 비법이 궁금하다.

 

 

 

 

 

5.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문학 작품 속에서 말하는 사랑의 여러 속성들.

이미 사랑을 갈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가, 이 아줌마야. 하지만, 아줌마의 마음에도 사랑을 알고 싶은 일말의 호기심은 남아 있다고. 주옥 같은 문학 속의 사랑에 관한 구절들을 읽으며 가을을 한껏 만끽하고 싶은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것 그대로 -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
윤성희 지음 / 네시간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와 이리 힘드노? <날 것 그대로>

 

 

                            

 

 

예능 작가 15년차. 윤성희.

작가의 일이란 게 어느 분야나 힘들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예능 작가이다 보니 그는 사람을 만날 일이 많다.

대본과 인간관계를 비율화한다면 글 쓰는 시간은 3이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7이란다.

사람 만나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가. 인간관계의 진저리남 때문에 속세를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

 

 

 

 

 

세상 70억 인구 중에 내 맘 같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한숨 쉬는 그의 말이 십분 이해되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것 그대로> 속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녹아 들어 있다.

이게 웬 아이러니?

사람관계에서 진절머리 나게, 지긋지긋하게 데여본 사람이 토해 놓는 말 속에 ‘사람을 끌어안고 살기’가 녹아들어 있다니...

작가가 우당탕탕 허둥지둥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올린 인간관계 노하우는 ‘날 것 그대로’라는 말로 귀결된다.

가식으로 포장되고 허위로 덮인 가짜들을 걷어내고 내면의 진정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곧 사람을 깊이 사귀어 가는 단계이다. -7

그의 말이 진정임이 느껴진다.

 

 

 

 

통통 튀는 언어와 가식 없는 말발로 거침없이 자신의 경험에서 길어올린 소중한 조언을 해주는 그의 책은, 책이 아니라 ‘말’이다.

종이로 인하여 그와 나 사이는 가로막혀 있지만 종이를 통하여 그의 생각이 나의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하여 직접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지고 인생선배의 조언을 듣는 단초로운 술자리처럼 따뜻함이 나를 감싼다.

 

“언니야, 세상 살이가, 사람 사는 게 와 이리 힘드노?”

“뭐야? 그까이꺼~ 내가 알려줄게. 자, 들어봐”

 

온통 기가 센 사람들의 각축장일 방송계에서 오랜 세월 버틴 그의 비법은 단순하다.

돌고 돌고 돌아왔지만, 결론은 하나, “날 것 그대로”

이걸 기억하고, 책 속으로 들어가면 그 동안 고민하느라 머리털 빠졌던 기억의 자리가 생생한 그의 “말”로 대신 들어찬다.

입력 준비, 되었으면, 점핑, 에브리바디~~

 

통쾌한 복수의 순간은 자연히 온다

관계는 원이다. 언제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무난한 사람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란 뜻

독설이 갖는 매력은 서로를 진실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말 한 번 ‘제대로 하기’ 참 어렵다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 너무 많다

타인에게 편안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제일 먼저 버려야 하는 것이 ‘기대’

어떤 것도 강요되지 않은, 억지로 다른 옷을 입히지도 않은, 서로 더 조명받으려고 혈안이 되지 않은, 말 그대로 ‘날 것’

날것을 만나니 새로웠다. 편안했다. 그리고 더 맛있다.

사람이 준 상처, 사람으로 치유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와 따순 밥 먹으며 아름다운 말 한마디 나누다 보면 ‘날 것 그대로’의 시선으로 서로를 이해해 줄 날이 오겠지.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하세요. 신간평가단 담당자입니다. 

긴 연휴로 공지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다리실까봐 마지막 도서 확정되자마자 부랴부랴 올리는 신간평가단 담당자입니다. :) 


이번 달 선정도서를 발표합니다~ 



<소설> 분야





















<에세이> 분야





















<유아/어린이/가정/실용> 분야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
























도서는 마음에 드세요? 발송은 입고되는대로 진행 예정이고,

금주 중 입고된 도서들 1차발송 예정이에요.


도서 발송되면 문자 드릴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헌책방에 가면 많은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에 실린 사진 한 컷처럼...

 

                    

 

 

기나긴 추석 연휴에, 부산의 끝자락에 사는 나는, 간만에 마음을 먹고 보수동 책방 골목 나들이를 가보기로 했다. 같은 부산이긴 해도 우리 집에서 보수동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1시간여 거리이다. 한가위 때면 슬금슬금 찾아오는 가을의 서늘함은 잊은 지 오래인 날씨 탓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자갈치 지하철 역에서부터 바지런히 걸었다. 나 혼자 걸음이면 한달음에 내달릴 길을, 남편과 아이 둘 데리고 가는 길이라 난쟁이 걸음으로 걸었다.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이들이 더운 날씨에 쉬이 지친 탓도 있었다. 먹자골목에서부터 용두산 공원까지, 광복동에서 남포동 일대까지를 일주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유명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이 찍힌 영화의 거리, 이승기 호떡을 파는 아지매가 있는 좌판대를 지나, 국제시장 거리로 접어들자 인파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상한 나라로 들어서는 기분이랄까. 골목 하나 건넜을 뿐인데 요란한 소리는 저멀리 점점 페이드아웃되고 고즈넉하고 정겨운 잔커피를 파는 할아버지가 길목을 지키고 있는 거리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이들이 접해 보지 못했던 세계인 깡통 시장 거리를 구경시켜 준답시고 골목길을 굽이 굽이 돌아, 예쁜 액세서리와 진기한 수입 과자며 초컬릿, 처음 보는 것을 담은 깡통 가게 구경으로 실컷 눈요기를 하다가 다리가 피로해질 즈음, 보수동의 입구가 보였다.

 

좁은 입을 벌린 잊혀진 보물들의 동굴은, 그러나 몸을 꽁꽁 숨긴채 속살을 드러내기를 거부했다. 추석이라 상인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아쉽게 발길을 재촉해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헌책들의 곰팡내에 피곤을 같이 실어 보내며 노곤한 몸을 좀 쉬어갈까 했더니만...옛 정취를 느끼지 못하게 시리 책방골목의 입구엔 세련된 커피 체인점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너, 낯설다!

 

보수동 책방 골목. 학창 시절 영화관이 밀집해 있는 남포동 피프 광장에서 한나절을 보내다 조용한 분위기가 그리워지면 찾곤 했던 내 단골 만화방이 있던 보수동 골목. ^^나는 독서를 만화책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보수동의 헌책 가게들에 들르면 인문 서적이니 시집, 고서 들보다는 만화책에 먼저 눈길을 준다. 그래서 청춘의 도저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민하고 사색했던, 심각한 7080을 건너오지 않은 한마디로 짝퉁 삼십대이다. 만화의 유쾌함에 몸과 정신을 맡기고, 무겁거나 어두운 것들은 아주 가볍게 툭 쳐내버린 청춘이었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7년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꾸리고 있는 윤성근이 헌책 속에서 찾아낸 손글씨들을 토닥토닥 토닥여가며 끌어낸 다음 새 생명을 입혀 내놓은 책이다. 헌책방지기로 일하면서 책에 쓰인 수많은 글씨며 이름들을 접했던 그는, 어느날 <사랑과 인식의 출발>이라는 책의 뒷면에 이름과 함께 주소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 그를 찾아보기로 마음먹게 된다.

 

 

 

이름과 주소. 그것도 40년 전에 쓰인 것에 기대어 찾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기적 같게도 부산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던, 그 책의 주인공 홍광식씨를 찾았고, 홍광식씨의 사진으로 이 책의 맨 앞머리를 자랑스럽게 장식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가득한 책,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독서광, 메모광의 습성...묘한 인연으로 시작된 사연이 책 앞머리를 장식하니 이 책의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채 헌책방으로 흘러 든 책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풀어내고 있을까...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이 하나씩 하나씩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에 대답할 수 없어서 -43

차마 수줍어 책선물로 대신한 대답인데...정작 중요한 책 제목이 유실되고 말았다. 음...눈부신 첫사랑의 기억이라고 내 마음대로 읽어도 될까...^^

 

1985년 8월.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우웩~-81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란 책에 있던 메모다.

시대에 대한 반항기 어린 독설. 나는 아직 그 때에는 철없는 어린아이^^

 

1. 뉘우치지 않는 대신 기다리지 않겠다. 가을의 초입

2. 영미가 민희에게, 물 말은 밥을 넘기며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메모.

존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누구나가 했던 1990년대의 그 시기에 대학생으로 살았던 나는, 왜 저 책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거지? 난, 아마도 ... 존재가 뭔지도 몰랐을 거다. 존재라는 말 자체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철학적 사고라고는 절대로 하지 않으려 했던 몸만 커다란 어린애였었지...

 

메모가 중요한 통신수단이었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초반, 삐삐가 유행하던 시절에만 해도 삐삐에 찍힌 약자를 보고 전화기로 달려가던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그 바로 전에는 학교앞 담벼락, 도서관 게시판, 주점 앞 전봇대 등이 메모의 전시장이었다. **학과 **학번 **주점으로~, **생일 모임 **에서~,

돈없는 빈털터리 친구들은 생일 선물로 값싼 시집에다 우르르 이름을 병기해서 종합선물세트라며 던져주곤 하기도 했다. 나도 그런 시집 하나 지금 갖고 있다. 그리운 기억들...

 

책의 앞과 뒤, 갈피 사이에 적혀 있던 짧은 메모들 혹은 책의 내용을 베껴 적은 글들은 괜시리 나를 미소짓게 만들다가도 까닭모를 자아 비평의 단계로까지 나를 내몰았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도 이렇게 치열한 고민과, 사랑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시대에 대한 타오르는 번민들이 작렬했던 흔적이 이렇게나 많이 남아있는데, 나는 책을 뭐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건가. 책장 하나하나 소중하게 넘기며 아끼고 아껴 신주단지 모시듯 모셔놓으면 끝이 아닌 것을...책 속에 담긴 글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짜 책을 사랑하는 것인데, 나의 책에 대한 사랑은 헛짓이었구나...하며 비통한 마음 감출 길이 없다. 40년이 지난 이름과 주소의 흔적조차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젊은 시절의 행동력에 대한 증거였던 것을...

 

“그 곳에 두고 온 것 혹시 없었나요.”

간절했거나 절실했거나 사랑했거나 아팠던 흔적들이 새삼 부러워지는 지금이다.

두고 오지 않아서 후회할 일이 생길 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지금이라도 소중한 책들을 꺼내 한 줄씩 새겨 볼까.

돌고돌고 돌아 보수동의 헌책방 한구석에 줄서서 세워져 있는 책의 탑들 가운데서 내가 쓴 메모가 들어 있는 책을 누군가 집어들어 나의 흔적을 읽어보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가슴 두근두근한 상상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