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오바마가 꿈꾼 세상 -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꾼 노무현과 오바마의 이야기
김태형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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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노무현과 오바마가 꿈꾼 세상]

 

 

거리에는 색색깔로 단장한 선거홍보인들의 무리가 떼지어 몰려다닌다.

노랫소리도 들리고 힘찬 구호 소리도 들린다.

선거철에 언제 한 번 그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은 적이 있었던가?

그저 소음으로, 듣기 싫은 고성방가로 치부하고 귀를 닫아 버린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된 것은 정치가들의 자업자득이다.

어느 누구라도 하나 눈길이 가고 마음 가는 사람, "사람"이 있어야 쳐다라도 보지 않겠는가?

대선토론이랍시고 나와서는 개그 콘서트 못지 않은 실소를 자아내고 서로를 헐뜯는다.

나라 망신 다 시킨다고, 남부끄럽기 그지 없다고...얼른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내놓고 그 정책에 대해서 왈가왈부 토론을 해야 할 판에 과거가 어떻니, 색깔이 어떻니...

그러니 자연 귀를 닫고 눈을 감을 수밖에.

 

그러면서 자꾸만 과거의 대통령들을 소환해 낸다.

얼마 되지 않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그나마 인정받을 만한 대통령이 누가 있었나.

노무현을 회억하며 한때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말하기] 등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었다.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하며 '박'의 말하기, 글쓰기 능력을 가르치려 들 때, 그와 대조적으로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글쓸 줄 알았던 대통령을 떠올리며 일어난 현상이다.

 

이 책은 2009년에 노무현과 오바마에 대한 심리분석을 한데 묶어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책이다.

2017년 다시 그 책을 출간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과 오바마보다는 인간으로서의 노무현과 오바마에 초점을 둔다.

저자는 그들에게 대통령으로서는 최상의 평가를 받을 순 없을지라도 인간으로서는 정신건강 면에서 매우우수한 인물들이란 평가를 내린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노무현과 오바마는 닮은 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좀 더 성공적인 삶을 살 수있었을까?

 

그들의 마음과 인생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을 올바로 이해하는 길인 것 같다.

 

 

노무현은 대통령 시절 거의 몰매를 맞았다고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공격과 비난을 받았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 오바마는 노무현과 달리 대통령 재임 기간에 숱한 공격과 비난에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가졌던 아름다운 꿈들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 포기해야 했다.

그들의 삶을 온전히 심리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일은 그들을 또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했다.

행복한 유년기의 건강한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심리적 숙제, 사회불안을 마주해야 했고 진보운동을 통해 심리적 숙제를해결하려 했다. 노무현과 오바마는 각각 가난과 인종 문제로 열등감에 시달렸으나 행복한유년기가 있었기에 심리적 병에 강한 면역력을 가질 수 있었다.

청소년기에 들어선 두 사람은 점차 삐딱해져서 비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자기학대를 일삼으며 방황하게 된다. 두 사람의 아버지는 모두 바르고 정직했으며 성실한 분들이었지만 아버지 때문에 사회 불안을 겪게 되었다.  두 사람의 아버지 자리는 위태로웠기에 그들은 아버지의 운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강박감에 시달렸고 아버지의 비극적 운명을 뛰어넘으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모진 시련을 겪었음에도 성공했고 국가를 하나로 통합한 링컨을 존경하게 된 것 같다.

자기분석의 핵인 부모문제를 회피하지 않은 그들은 과거의 어두운 측면을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무현과 오바마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차이점을 찾아보는 일도 의미가 있다.

성격분석을 통해 보면 노무현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장군, 오바마는 행동하는 순교자 형에 속한다고 한다.

 

 

 

노무현과 오바마는 비주류 출신 대통령이며, 각자의 나라에서 당선된 대통령 중에서 진보적 색채가 가장 강하다. 그래서 그들의 대통령 당선은 진보세력과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커다란 환희와 희망으로 다가왔다. 반면에 보수세력과 기득권세력 그리고 부자들에게는 공포와 불안을 안겨주었다. -273

 

그들에 대한 평가를 성급하게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역사 속에서 서서히 이뤄질 일이다.

다만 인간노무현과 오바마를 심리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은 의미 없지는 않았다.

비록 과거가 불안정했다 하더라도 그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과 오바마를 되짚어 보면서 지금의 인물들을 비춰본다.

빨강이냐, 녹색이냐, 파랑이냐...당과 상관 없이

국민을 주인공으로 높여줄 대통령을 이 손으로 뽑을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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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문집
제갈량 지음, 장주 엮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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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리더십을 보자 [제갈량 문집]

 

 

 

신본포의(臣本布衣), 궁경남양(躬耕南陽), 구전성명어난세(苟全性命於亂世)...

한때 이 문장을 줄기차게 외고 또 외었었는데...

제갈량 하면 떠오르는 <전출사표>의 유명한 구절이다.

주나라 때부터 송나라 때에 이르는 고시, 고문의 주옥편을 모아 엮은 책 [고문진보]의 '표' 부문에 제갈량의 전출사표, 후출사표가 함께 실려 있다.

명문 중의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전출사표>는 제갈량이 위나라를 쳐 통일의 대업을 이루기에 앞서 자신의 각오를 밝히는 글이다.

오랫동안 착실히 준비해온 북벌에 나서며 후주 유선에게 표문을 올린다.

전반부에 후주를 훈계하며 조정의 사기진작을 위한 고언을 많이 담고 있으나 핵심은 후반부의 각오에 실려 있다.

 

선제 유비에게 보답하고 후주 유선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함이라는 말에 심금을 울리지 않을 자, 어디 있으랴.

[삼국연의]를 다 읽진 못했지만 유명한 도원결의 부분만 읽어도 유비, 관우, 장비의 의리를 알 수 있고 그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삼고초려'의 주인공 제갈량이란 인물은 기억에 선명하다.

자는 공명으로 우리에게는 제갈량 보다는 제갈공명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조조에게 쫓겨 형주에 와 있던 유비로부터 '삼고초려'로 초빙되어 '천하삼분지계'를 진언했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은 것을 물고기가물을 만난 것(수어지교)에 비유하였다고 한다.

 

오나라의 손권을 설득하여 유비와 연합, 적벽의 싸움에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장면은 [삼국연의]의 최고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세간에 이토록 초인적 지략을 자랑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바로 [삼국연의]의 힘에 기댄 바가 크다. 역사서인 [삼국지]에는 별다른 활약상을 찾아볼 수 없으며 유비가 제갈량을 군사중랑으로 삼아 3군을 감독하게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설과 역사의 어디 즈음에서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갔을 그의 발자취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행히 평소 제갈량을 크게 숭배했던 진수가 편찬한 [촉서, 제갈량전]이 있어 그간저간의 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삼국연의]에서는 주인공을 주유에서 제갈량으로 둔갑시켜 조조군의 화살을 10만 개나 얻어오는 초선차전, 동남풍을 불게 하는 교차동풍 등의 일화를 실었으나 모두 허구일 뿐이다.

익주를 탈취한 것이나 남만정벌 계략인 칠종칠금 일화 역시 크게 과장된 것이다.

진수는 제갈량을 이렇게 평했다.

 

"제갈량의 무재는 군사를 정비하는 치융에 장점이 있었으나 기발한 모의인 기모에는 단점이 있었고, 백성을 다스리는 재간인 이민지간이 장수로서의 지략인 장략보다 뛰어났다."

 

진수가 편찬한 [제갈량집]이 도중에 흩어지고 빠져서 명나라 때에 와서는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판본 중 원본에 가장 가까운 것은 청나라 때 장주가 집록한 [제갈충무후문집]이다.

신동준은 중국에서 일고 있는 '제갈량 배우기' 열풍을 국내에 전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표, 서, 교언 등의 다양한 문체를 접하는 한편, 병법이나 전략전술을 논하는 <장원>, <편의 16책> 등도 함께 실려 있어 제갈량이 중시했던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

초인에 가까운 인물보다는 보다 가까운 정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병사를 긍휼히 여겨라, 졸장의 유형을 읽어라, 인화에 만전을 기하라, 힘을 다지며 기다려라 등등 병법에 쓰는 계책에도 인간애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제갈량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스림의 이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자로 나온 사람들이나 투표권을 행사할 사람들이 두루 읽고 자신만의 잣대를 바르게 세웠으면 좋겠다.

匹夫匹婦(필부필부) 뿐만 아니라 특히나 정치인들이 많이 읽고 올바른 생각을 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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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청소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당신을 위한 멘탈 처방전
지멘지 준코 지음, 김은혜 옮김 / 다산4.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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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회복력 높이는 멘탈 처방전 [감정 청소]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 영화?

영화관에서는 멜로, 액션, 스릴러 등의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지만

내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나 혼자 그 다양한 장르를 다 겪어야 한다.

울고 웃고 화내고 심드렁해 하고...

매일매일 날씨가 다르듯이 감정도 스펙타클하게 변화한다.

 

대개는 스리슬쩍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예민한 날에는 내 감정에 내가 놀랄 때가 있다.

왜 화를 낼까? 왜 울적할까? 왜 눈물이 날까? 왜 미친 듯이 웃고 싶을까?

나의 감정을 내가 잘 들여다 보지 않으면

묵은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날 울컥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남편과 부부 싸움을 한다든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가 바로 그 때다.

원래 평소 잘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기에 가족들은 화가 났을 때의 나를 보면

일단, 뭐지? 왜 저러지? 하는 눈빛으로 나를 대한다.

그렇게 폭풍우가 몰아치고 나면 나는 속으로 나를 곱씹어 본다.

금방 화가 풀리긴 하지만 감정의 응어리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기에

찌꺼기는 점점 쌓여가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해 풀거나 친구와의 수다를 통해 조금은 씻어내려주기도 하지만

이건 근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새록새록 솟아난다.

 

내가 20대였더라면, 내가 30대였더라면

기쁜 마음으로 웃어넘겼을 일도 이 나이에는 괜히 서럽다 여기는 나를 보며

내 자신의 자존감이 흔들리고 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한다.

 

작고 귀여운 이 책의 앞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지금은 자신을

100% 긍정할 수 없더라도 좋습니다.

부디 작은 부분에서부터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세요.

 

그렇다, 나를 사랑하는 게 우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사람을 위한 멘탈 처방전인 [감정 청소]를 읽으며

묵은 때를 벗겨내 본다.

 

[감정 청소]에서는각종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지키고, 울적해진 마음을 재빠르게 회복시키며

애초에 울적해지지 않는 마인드 유지를 위한 34가지 요령을 접할 수 있다.

울적함에서 회복하기 위한 사고방식, 아침,점심에 해야 할 일, 저녁을 보내는 방법 등 일상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다.

 

일부러 웃기, 큰소리 내기, 가볍게 산책하기, 울적해진 이유 쓰기 등등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은 먼저 실천해 보기로 한다.

우선 가장 좋아하는 일부터 시작하기, 하루 3분 좋은 일만 생각하기,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장점 찾기,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집중하기 등도 차근차근 해 볼 일이다.

결국 남은 바뀌지 않는다,

라는 한 줄의 문장조차도 고마운 위로로 다가온다.

남은 바꿀 수 없지만 스스로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스스로 편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내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참고로 해서

내게 맞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벌써 묵은감정들이 절반은 날아가 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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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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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졌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머리가 복잡할 땐 아이들이 즐겨 보는 만화를 본다.

애니메이션으로 보기도 하고 만화책으로 보기도 한다.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지금을 바라보면 훨씬 단순하게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도라에몽이나 짱구를 자주 보았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적에는 태교용으로 보기도 했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 진다니까 마음을 비우고 웃으며 보았다.

벌써 십 년 넘도록 보아온 짱구는 아직도 다섯 살 감자머리 소년이다.

아직도 철들지 않는 짱구를 보면 유쾌한 에너지 덕분에 슬쩍 웃음이 나고

즉흥적이면서도 명쾌한 짱구의 머릿속을 내게로 옮겨오고 싶어진다.

물론 아이답지 않은 음흉한 시선이라든지 과장된 여성의 몸 등 부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머리를 비우고 웃어넘길 수 있는 내용을 보며 즐긴다.

이등신 혹은 삼등신의 짤막한 이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뜻밖의 대사에서 가끔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보노보노"를 보며 생각을 한다.

트위터의 봇에서 "보노보노"를 접한 뒤로 만화책, 애니메이션도 챙겨보게 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소심한 아이처럼, 때로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휙 던지는 이야기들.

하지만 가만히, 여러 번 곱씹다보면 살만큼 살아본 팔십대 노인의 혼잣말 같기도 했다. -5

 

소심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지만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 것도 얼마 없다.

잔뜩 스펙으로 치장하고 사회에 나갈 날을 기다리거나 열혈 직장인으로 매일매일을 치이듯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보노보노는 한없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무언가 통하는 걸 발견한 사람들은 보노보노의 일상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별히 이상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책을 읽다 보니 보노보노의 삶의 방식에서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보노보노의 캐릭터 뿐 아니라 함께 등장하는 포로리나 너부리도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완벽하게 치장하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 인생에서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다, 같은생각에 동조하게 되면서  한 템포 낮추어 지금을 바라보게 된다.

친구에게 위로받거나 친구를 위로할 때, 진정 친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되돌아보게도 되고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게도 된다.

 

 

 

 

 

 

 

사람이 접근하면 자신의 조개를 준다는 해달.

보노보노는 그런 해달이다.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을 줄 테니 해치지 말아요.'라는 바람을 담은 그 순진무구한 행동이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킨다.

 

내게 가득한 독기를 삼분의 일쯤 빼고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좀 편안하게 숨을 쉬어보면 어떨까.

 

내게 지혜가 좀 모자라더라도

내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소중한 조언이나 도움을 얻어가면서

내 자신을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함께 있는 친구

혹은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관계에 있어서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선하게 받아들여주는 마음이 아닐까.

모든 관계는 그로 인해 시작되니가.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유지하면 된다는 것을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알려주었다.

천천히 걷듯이 이어가는 관계는 좀처럼 깨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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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으로 세상 보기 - 파자로 푸는 인문학 테마 한자 공부법
김동련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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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로 푸는 인문학 테마 한자 공부법 [천자문으로 세상 보기]

 

 

 

 

천자문 하면 서당이 떠오른다.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이 배웠던 대표적인 교재.

머리를 땋아 늘인 학동들이 꼭 그것만 배웠던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천자문을 외워 보자 치면 하늘 천, 따 지, 가마솥에 누룽지 라고 저절로 이어지는 우스개 섞인 노랫가락이 불쑥 튀어나온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다 좀 길어지면 슬그머니 소리를 낮추다 가만히 삼켜 버리고 마는 천자문 외우기.

여럿이서 시작해도 끝은 같다.

몇 구절 못 가서 꼬리가 잘린 돌림노래가 되고 만다. 그것이 천자문의 묘미. ^^

 

초등학교 고학년 쯤. 아마 여름방학 때였을 것이다.

아빠가 올 여름에는 천자문 좀 외워보지 않겠니, 한 마디 하시자

지상최대의 명령이 떨어진 것처럼 곧바로 서점에 가서 한석봉 체의 천자문 책 한 권을 샀다.

앉은뱅이 책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붓과 벼루를 놓았다.

부지런히 먹을 갈아서 글쓰기를 생전 배워 본 적도 없으면서 열심히 한 자 한 자 따라 썼다.

엄마가 떡을 썰며 옆에서 조용히 응원해주지 않았는데도 혼자 한자를 외우며 최대한 비슷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다고 한석봉 같은 명필이 될 것도 아니면서...

 

천자문이라는 단어 하나에서 떠올린 것이 한석봉과 붓글씨였던 것에서 보면, 나는 아마도 어지간히 고지식한 아이였던 모양이다.

그냥 연필로 공책에 한 자씩 써나가도 될 것을 굳이 종이를 펴고 먹 향기를 맡아 가며 힘들게 빼뚤빼뚤 글씨를 써나갔던 나를 보며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크게 될 녀석이라며 기뻐하셨을까, 아니면 저렇게 고지식한 저 녀석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한숨을 내쉬셨을까.

 

어쨌든 보통은 천 개의 한자가 쓰여진 글이라고 생각하는 천자문이 사실은 8글자로 이루어진 125문장을 일컫는다는 것을 그 때 알게 되었다.

운율을 맞춰 읽어보면 더욱 시처럼 느껴지고 지금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것을 다루고 있을지언정,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바뀌는 등의 자연현상에서부터 우리가 품고 살아야 할 도덕, 변치 않는 진리 등을 담고 있다는 것도 함께.

 

[천자문으로 세상 보기]의 저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설문해자> 식 한자 풀이에 그치지 않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일본 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의 <한자의 세계>를 참고하여 그가 풀어낸 새로운 갑골문 해석을 파자의 골격으로 삼았다.

상형자가 대부분인 한자는 갑골문으로 보면 좀 더 직관적으로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설문해자>식 한자 해석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더하여 보면 한자가 더이상 어렵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누를 황, 이라고 뜻과 음을 외운 다음 한자를 한 번 써보는 것으로 기계적 암기에 그쳤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된다.

이렇게 하나씩 뜯어 가며 뜻을 유추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욱 재미있게 한자를 외울 수 있었을 것을.

'축고'라는 생소한 단어를 보며 예전의 문화를 배우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비를 내려 주기를 기원하면서 바친 희생을 보며 좀 잔인한 고대의 문화를 알아가기도 하고 철학의 흐름까지 파악하게 된다.

 

 

 

저자는 한자를 파자해서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에 대한 고찰까지 곁들인다.

이문을 얻어 그릇에 가득 채운다는 찰 영, 지치지 않고 물건을 채우려는 백화점 속 사람들의 모습을 아울러 설명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비춰보게 한다.

 

 

한자의 주된 뜻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천자문에서는 고모 고, 로 해석되는 글자에서 잠시 고에 초점을 맞추어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고사까지 연결해 주기도 한다.

상식이 풍부해지고 다양한 고전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천자문]은 1,000개의 글자를 외우는 책이 아니다. 125개 문장에 심어져 있는 동양의 신화와 문명 그리고 역사의 이야기를 새겨야 한다. 천자문 안에는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가 다 들어 있다.

 

저자는 [천자문]을 다만 하나의 텍스트로 삼아 125개의 문장으로 해석하고 천 개의 글자에 자신의 생각을 섞은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글을 꾸려 나갔다.

한자와 관련된 고사들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하고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사유하게도 하며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도 한다.

 

어린 시절 어렵고 힘들게 천자문을 접했던 나는

새롭게 천자문 속에 숨은 비의를 알게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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