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문집
제갈량 지음, 장주 엮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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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리더십을 보자 [제갈량 문집]

 

 

 

신본포의(臣本布衣), 궁경남양(躬耕南陽), 구전성명어난세(苟全性命於亂世)...

한때 이 문장을 줄기차게 외고 또 외었었는데...

제갈량 하면 떠오르는 <전출사표>의 유명한 구절이다.

주나라 때부터 송나라 때에 이르는 고시, 고문의 주옥편을 모아 엮은 책 [고문진보]의 '표' 부문에 제갈량의 전출사표, 후출사표가 함께 실려 있다.

명문 중의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전출사표>는 제갈량이 위나라를 쳐 통일의 대업을 이루기에 앞서 자신의 각오를 밝히는 글이다.

오랫동안 착실히 준비해온 북벌에 나서며 후주 유선에게 표문을 올린다.

전반부에 후주를 훈계하며 조정의 사기진작을 위한 고언을 많이 담고 있으나 핵심은 후반부의 각오에 실려 있다.

 

선제 유비에게 보답하고 후주 유선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함이라는 말에 심금을 울리지 않을 자, 어디 있으랴.

[삼국연의]를 다 읽진 못했지만 유명한 도원결의 부분만 읽어도 유비, 관우, 장비의 의리를 알 수 있고 그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삼고초려'의 주인공 제갈량이란 인물은 기억에 선명하다.

자는 공명으로 우리에게는 제갈량 보다는 제갈공명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조조에게 쫓겨 형주에 와 있던 유비로부터 '삼고초려'로 초빙되어 '천하삼분지계'를 진언했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은 것을 물고기가물을 만난 것(수어지교)에 비유하였다고 한다.

 

오나라의 손권을 설득하여 유비와 연합, 적벽의 싸움에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장면은 [삼국연의]의 최고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세간에 이토록 초인적 지략을 자랑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바로 [삼국연의]의 힘에 기댄 바가 크다. 역사서인 [삼국지]에는 별다른 활약상을 찾아볼 수 없으며 유비가 제갈량을 군사중랑으로 삼아 3군을 감독하게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설과 역사의 어디 즈음에서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갔을 그의 발자취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행히 평소 제갈량을 크게 숭배했던 진수가 편찬한 [촉서, 제갈량전]이 있어 그간저간의 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삼국연의]에서는 주인공을 주유에서 제갈량으로 둔갑시켜 조조군의 화살을 10만 개나 얻어오는 초선차전, 동남풍을 불게 하는 교차동풍 등의 일화를 실었으나 모두 허구일 뿐이다.

익주를 탈취한 것이나 남만정벌 계략인 칠종칠금 일화 역시 크게 과장된 것이다.

진수는 제갈량을 이렇게 평했다.

 

"제갈량의 무재는 군사를 정비하는 치융에 장점이 있었으나 기발한 모의인 기모에는 단점이 있었고, 백성을 다스리는 재간인 이민지간이 장수로서의 지략인 장략보다 뛰어났다."

 

진수가 편찬한 [제갈량집]이 도중에 흩어지고 빠져서 명나라 때에 와서는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판본 중 원본에 가장 가까운 것은 청나라 때 장주가 집록한 [제갈충무후문집]이다.

신동준은 중국에서 일고 있는 '제갈량 배우기' 열풍을 국내에 전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표, 서, 교언 등의 다양한 문체를 접하는 한편, 병법이나 전략전술을 논하는 <장원>, <편의 16책> 등도 함께 실려 있어 제갈량이 중시했던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

초인에 가까운 인물보다는 보다 가까운 정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병사를 긍휼히 여겨라, 졸장의 유형을 읽어라, 인화에 만전을 기하라, 힘을 다지며 기다려라 등등 병법에 쓰는 계책에도 인간애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제갈량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스림의 이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자로 나온 사람들이나 투표권을 행사할 사람들이 두루 읽고 자신만의 잣대를 바르게 세웠으면 좋겠다.

匹夫匹婦(필부필부) 뿐만 아니라 특히나 정치인들이 많이 읽고 올바른 생각을 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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