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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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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육사-정치냐, 정의냐...>

 

64를 육사라 읽는 순간 지옥행 열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소리칠 수도, 탈출할 수도 없다. 그저 몸을 맡길 뿐.

그렇다면, “같은 개라도 맹견이 되어 주마.” 조직 안은 지옥이니까. D현경의 홍보담당관 미카미는 과연 ‘정치’를 택할 것인가, ‘정의’를 택할 것인가.

 

피라미드의 밑바닥에서, 중간층에서, 꼭대기에서 오늘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 가끔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각각의 사람들 눈에 비치는 것은 똑같이 되비치는 하늘과 구름일 뿐이데, 사람들의 삶은 어찌 이리도 다를까.

그리고 각자가 품고 사는 생각은 어찌 이리도 다른 획을 그리고 있을까.

착하고 정의롭게 살아가면 안되는 건가.

책장을 덮는 순간 무수히 날아드는 생각, 생각, 생각들.

사건이 끝나고 소설이 끝났다고 안심해선 안된다.

이 소설은 읽기를 마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신체 추형 장애를 앓고 있는 딸아이 아유미의 가출로 정신 빠진 나날을 보내고 있던 D현경의 홍보담당관 미카미.

형사 생활 3년차에 홍보실로 발령받아 잔뜩 낙담했던 미카미는 1년만에 다시 형사부로 복귀했지만 올봄, 홍보실로 돌아가게 되어 잔뜩 심란해 있던 참이다. 형사부에서는 ‘전과’가 있는 자신을 내친 것이라 여겼지만 형사부로 그럴듯하게 복귀하기 위해서는 홍보담당관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기고, 홍보실 ‘자치’를 과제로 삼고 열심히 뛴다. 그러던 그에게 내려진 경무부장의 명령. “청장이 시찰하러 온다. 목적은 ‘64’ 같은 강력 범죄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사 표현. 피해자 가족 위문 순서도 있으니 ‘64’유족의 동의를 얻으라는 것.”

 

‘64’ - 14년 전 그 날. 쇼와 64년(1989년) 1월 5일. ‘아마미야 쇼코 유괴 살인사건’을 가리키는 기호로, D현경 관내에서 처음 일어난 강력 범죄사건이었다. 몸값 2천만 엔을 고스란히 빼앗겼고, 납치된 일곱 살배기 소녀는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직 범인은 붙잡히지 않았다.

 

청장의 64시찰을 기점으로 현경 내부에서 형사부와 경무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된 것을 미카미는 직감했다.

딸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답시고 미카미를 틀어쥐고 있는 경무과장의 명령대로 움직일 것인가, 아직 미카미가 마음속으로 기대고 있는 고향같은 곳, 형사부의 편에 설 것인가. 미카미는 갈팡질팡한다.

형사부는 왜 반란을 일으킨 것이며, 64의 유족 아마미야는 청장의 위문방문을 왜 거절한 것이냐. 청장 시찰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미카미 앞에 항상 걸림돌이 되는 한 사나이. 경무과 조사관 후타와타리. 그는 무엇을 위해서 미카미의 앞을 가로막으며 사건의 핵에 다가가려는 미카미를 자극하는가.

 

형사부와 경무부의 관계가 악화된 지금, 미카미는 누구의 눈에도 절대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비쳐질 것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독자적으로 정보를 찾기 시작한 미카미. 그 과정에서 나온 ‘고다 메모’라는 단서에 천착하기 시작한 미카미는 결국 64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청장 시찰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아내기에 이른다.

 

여기서 큰 사건 한 줄기는 일단락 되지만 64사건의 진실과 청장 시찰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된 미카미는 커다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과제는 바로 미카미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

특종을 잡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기자들과의 사투에서 미카미는 자기 자신이 설 ‘자리’라는 것이 어디인지를 깨닫게 된다. 경무부의 개도 아니고 ‘전과’라 낙인찍힌 전 형사부의 형사도 아닌 오직 홍보담당관으로서의 자기 자신.

 

경무부와 형사부의 대치 과정 중에도 홍보담당관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려던 그 순간, 형사부에서 날아든 소식은 ‘64’와 유사한 상황의 유괴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이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카미는 더 이상 청장시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만, 청장이 64시찰을 하러 내려오기로 되어 있던 이 시점에 64와 유사한 범죄라니. 미카미는 사건의 진위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기자단과 보도협정 체결을 하고 이 사건에 대한 취재 및 보도를 당분간 자제하기로 한 대신, 기자단에게 보낼 정보를 얻으러 사건 현장에 동행하게 된 미카미. 홍보담당관으로서 사건을 ‘은폐’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와 마음을 같이 하는 그의 홍보 담당 동료들이 보도진들 앞에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 동안, 미카미는 ‘정의’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사건 발생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그 순간까지 미카미는 홍보담당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하고 정의를 지키지만, 난데없이 날아드는 의문 하나. '정말로 정의는 존재하는가'.

 

정치를 위해 64사건의 치부를 덮어두고 사건 관련자인 고다를 비롯하여 여러 인물들을 사회의 밝은 빛으로부터 격리시켰던 경찰청 간부들.

미카미가 형사가 아닌 홍보담당관으로서 참여한 헤이세이 14년 12월 11일의 유괴 사건의 진실은 자작 사건도, 모방 범죄도 아니었다.

64의 망령에서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스스로 죄책감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64의 진범을 찾아 경찰 앞에 내놓아 준 것이었다. 진범을 찾는 열쇠는 바로 미카미의 집에도 걸려오곤 했던 장난전화. 가출한 딸아이의 전화인줄 알고 희망을 걸고 있던 미카미는 그 집요한 전화가 64진범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고 아연실색한다. 그리고 딸아이를 찾으려는 마음을 놓아버린다. 64유족인 아마미야와 딸아이를 찾고 있는 자신의 마음이 묘하게 겹치는 순간이었다.

 

근속기간 12년의 베테랑 기자 출신인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치열한 기자 정신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

미카미가 과연 맹견이 될지 손에 땀을 쥐며 읽어야 했던 전반부에서 새로운 유괴 사건이 일어나는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글을 한시도 눈에서 떼지 않게 만드는 굉장한 흡입력.

조직 사회에 몸 담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조직 내에서의 밀고 당기기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잘 이해가 안 간다면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직장의 신>을 참고해도 좋겠다. 라인을 잘 타야 출세한다는 말.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미래를 직장에 고스란히 투자하여 헌신해 온 직장인이라면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내용이다.

정치를 할 것인지, 정의를 지킬 것인지. ‘어차피 개가 될 거라면 맹견이 되어주마’ 라고 부르짖던 미카미는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이라면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 인간성.

 

64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부터 청장 시찰의 어두운 내막까지 미카미가 가려는 곳에 한 발 먼저 도착하여 캐묻고 캐묻던 미카미의 동기이자 경무과 조사관 후타와타리라는 사나이. 마지막 장면은 미카미와 후타마타리의 알 수 없는, 그러나 모든 것을 내포한 대화로 묘한 여운을 남기며 끝맺는다.

 

미카미도 걸음을 내디뎠다. 구두는 비등비등했다. 양보할 수 없는 것의 무게 역시 그러하리라.

 

완벽한 시나리오에 걸맞는 완벽한 엔딩이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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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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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이란 작가. 그리스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자못 진지하다.

 

어느 날, 단골 책방의 서가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라는 책을 읽고 20년간 가슴에 새겨 두었던 갈망을 나이 오십을 앞두고 실현하게 되었단다.

20여년 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작을 모조리 구해 읽고, 또 읽었다던 그.

(책 말미에 실린 참고문헌을 봐도 몇 장에 걸쳐 소개될 정도로 니코스의 저작은 엄청난 양이다. 그 외에도 참고문헌이 많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는 겨우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맛만 보았을 따름인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은 말했다.

이 책은 그 유홍준의 말을 참 착하게 실천한 책이 아닌가 싶다. 20여 년이나 그리스에 대해 애정을 갖고 공부한 후에야 떠나는 여행이니 말이다. 그 정도 공부했으면, 이제 그리스 여행 떠나도 되잖아~개콘 버전이다. ^^

 

많이 안다고 해도 글을 쉽게 쓰기란 여간 쉽지 않다. 이어령 교수가 대단한 것도 자신의 꽉 찬 지식을 초등학생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의 글도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리스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싶어할 정도로 설명이 쉽고 재미있다. 그리스의 유구한 역사를 길고 장황하게 늘어놓지도 않았고, 20여년 간 공부한 지식을 뽐내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지렁이가 흙을 먹고 유기 양분을 섞어 토해놓듯이, 유익하게 토해놓은 것이다.

 

저자는 삶과 죽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의 충돌과 조화의 산물인 문명과 역사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나 그리스를 보는 눈이 뜨였다고 한다.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것,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 로마 신화>,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의 조각상, 올림픽.

 

그러나, 저자는 신화와 철학, 정치나 사회, 문학과 예술이라는 하나의 틀로만 바라본다면 그리스의 참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때 그리스 문명으로 찬란히 빛났건만 지금은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쇠잔한 그리스. 

 

아테네 민주주의의 심장인 신타그마 광장에서 “나는 조국을 믿고 성실하게 일하며 연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조국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내게 이런 조국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내 삶을 선택할 권리는 나에게 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은퇴한 한 약사가 권총 자살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하느님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하시길! 자, 갑시다.”라는 조르바의 희망과는 반대로 여행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도 그리스의 현재인 것을.

 

저자는 20여년 간 경원해 마지 않았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눈으로 날것 그대로의 그리스를 보고 느끼는 문명 기행을 기획했다. 그리하여 그는 여행 동안 항상 책에 붉은 글씨로 표현되어 나타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동행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한쪽 어깨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유령을 걸머진 형상이랄까...

저자가 경원하던 그 사람이 궁금해져서 다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는데, 그 책의 끝에 카잔치키스가 생전에 준비해 두었던 묘비명이 적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멋진 말이다. 잠시 나의 묘비명도 이 김에 생각해 두련다.

 

크레타 방문에서는 그 유령 덕분에 크레타 섬의 택시 기사로부터 투어에 더불어 식사접대까지 받게 된 일화도 실려 있다.

 

니코스 카잔차스키는 나에게도 영웅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입니다.”-321

 

 

2011년 겨울부터 시작된 이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고, 모두 10권의 책으로 엮어질 것이라 하니, 이 책은 기나긴 여정의 10분의 1에 해당된다.

 

책 표지엔 1권의 여정을 암시하는 듯 코리노스 양식의 기둥이 새겨져 있다. 대들보에 아칸서스 잎을 새긴 화려하고 장식적인 코린토스 양식의 신전 기둥.

 

 

 

 

 

그리스 문명의 모태였던 펠로폰네소스의 관문이기도 한 코린토스가 그리스 답사의 첫 번째 방문지이다.

 

 

코린토스, 네메아, 아르고스, 올림피아, 스파르타 등의 순서로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두루 둘러 보는 1권.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여행은 함부로 쏘다닐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까운 동네 산책 가듯이 단사표음(簞食瓢飮)으로 그렇게 허위허위 다녀올 것이 아닌 것이다. 지식을 꽉 채우고 마음으로 간절히 원한 다음에야 가서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 있지 싶다. ‘홍콩에 쇼핑하러 여행간다.’‘ 일본에 우동, 라멘 먹으러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온다.’ 이런 된장녀의 일상이 아닌 다음에야 푼돈 모아 큰 맘 먹고 여행을 가려고 하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저자의 그리스 기행에서 배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 이번 방학 때 터키 갔다 왔어.” “나는 중국 다녀왔어.” 한 줄로 끝나는 여행 자랑이 아니라 진짜 여행을 가는 방법.

여행을 갔으면 여행자로 멀찍이 떨어져서 관찰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네들과 동화되는 체험을 한 가지라도 하고 올 것.

유명 관광지만 둘러볼 것이 아니라, 작은 언덕 풀 한포기라도 그 나라만의 향취를 느껴 볼 것.

그런 자세로 여행을 떠난다면 나도 언젠가는 기행문다운 기행문을 한 줄이라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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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서 영원으로 - 불필스님 회고록
불필 지음 / 김영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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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불필스님의 회고록이다. 올해는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래서 성철스님의 딸이지만 한 번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러보지 못했다던 불필스님이 여러 차례 거절 끝에 정진수행 해온 바를 여러 대중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1937년 생이니, 불필스님 나이도 적지 않다. 올해로 일흔 일곱 되시는가. 희수로구나. (희수(喜壽): 77 - '희(喜)'자를 '칠'로도 썼기 때문에 喜壽는 77세)

불필 스님이 불필이라는 이름을 받고 “하필(何必) 왜 불필(不必)입니까?”하자, 큰스님께서는 “하필을 알면 불필의 뜻을 안다.”고 하셨다. 세상에 아주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도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인가, 불필스님은 법명을 ‘아주 바보 등신처럼 공부만 하라’는 뜻으로 새기면서 살아오셨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애들은 봄방학을 맞았다. 그래서 주말에 뮤지컬 공연을 보여주려고 부산시민회관을 찾았더랬다. 그런데 소극장의 1,2층 한슬 갤러리에서 ‘성철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무교인지라 기독교니, 불교의 행사에 무관심하게 살아왔는데, 마침 <영원에서 영원으로>라는 책을 읽는 도중 만나게 된 성철스님인지라 퍼뜩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책에서 불필스님의 목소리로 성철큰스님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여 그 향기를 맡고 있을 뿐이었는데, 이런 기회를 맞닥뜨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도 다 인연의 힘이려니...(불교신자인 양^^)하며 전시회장 문을 밀고 들어섰다. 갤러리 전시 모습을 잠시 소개한다.

1층의 입구에 나를 마중하듯 정중하게 걸려 있는 스님의 누더기 두루마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말 그대로 누덕 누덕 기운 흔적이 역력하다. 두루마기 밑에는 검정 고무신. 이것 역시도 고무에 덧대어 뒤축을 댄 것이 보인다. 하다 못해 덧신과 양말마저도...

 

 

 

<성철스님 오도송>

황하수 곤륜산 정상으로 거꾸로 흐르니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도다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 서니

청산은 예대로 희구름 속에 섰네

      성철스님 오도송-1940년

 이 날, 산도 울고 물도 울었다는 성철 큰스님의 다비식 장면이다.

 

 

 

 

 

다비 후에 남은 스님의 사리. 아이들에게 사리에 대해 설명해 주자, 아주 진지한 눈으로 바라본다. ‘진짜 저 스님 몸에서 나온 거야? 사람 몸에서 나온 거 맞아?’하는 듯이.

 

 

전시회장 한 구석에는 <금상산 마하연> 이야기가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불필스님 회고록에도 나오는 이야기인 터라 반가웠다. 아! 유명한 일화였구나-.

할머니는 때로 몸이 약한 아들을 위해 계절 따라 음식과 의복을 준비해서 큰스님이 공부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큰스님은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았다. 한 번은 천 리 길을 물어물어 금강산 마하연까지 찾아갔는데 “이렇게 먼 길을 왜 오셨소!”하니, 할머니께서는 “아니, 난 니를 보러 오지 않았다! 하도 금강산이 좋다고 해서 금강산 구경하러 왔제!”할머니로 인해 선방 전체 회의가 열렸고 다음 날부터 큰스님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여 할머니를 모셨다. “아들 등에 업히기도 하고 떠밀리기도 하고 험한 곳에서는 손과팔을 잡혀 이끌리기도 하믄서 보낸 일주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서질 않았는기라.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제. 하도 좋아서 극락 세계가 따로 없다는 생각까지 했는기라.”

만폭동, 보덕암, 묘길상, 장안사, 삼불암, 표훈사, 정양사 등의 내금강과 신계사, 옥류동, 법기암,구룡폭포, 상팔담, 만물상 등의 외금강까지...고집스럽게 혈육을 멀리했던 출가한 아들과 잠시라도 함께할 수 있었던 어머니.

짧은 애니메이션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구구절절 표현되지 않았지만 그 어려웠던 시절, 일제 강점기에 금강산 마하연에서 맞닥뜨린 출가승과 어머니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지고도 남는다.

 

다시 책으로 돌아오자.

비록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출가를 꿈꾸었던 언니, 평생 화두를 여의지 않은 채 불교에 귀의하여 임종을 앞두고 삭발한 후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 완고한 유학자였으나 돌아가실 때는 “이놈들아, 나는 성철스님에게로 간다”고 말씀하시면서 눈을 감으신 할아버지, 오십 대 중반에 세속의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어머니. 이러니 ‘우리 집안은 전부 전생의 스님들이온 것 같다.는 내 생각을 누가 틀리다고 하겠는가. -85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에서 막내 손녀로 애지중지 키워진 ‘아만이 센’ 불필스님. 천진무구한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 갑작스럽게 언니의 죽음을 맞았다.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화두를 가슴에 품고 살다가 진주 사범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천제굴로 아버지 성철스님을 찾아갔다. 천제는 ‘부처조차 될 수 없는 존재’, ‘불성을 갖지 못한 존재’라는 뜻으로 ,부처조차 될 수없는 천한 사람이되어야 도를 닦을 수있다는 철학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

 “그래, 니는 무엇을 위해 사노?”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문답에서 일시적 행복과 영원한 행복에 대한 말씀을 듣고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출가 이후 자유로운 운수납자(雲水衲子)로 해인사국일암, 지리산 도솔암, 대원사, 오대산 지장암 등 제반 선원을 다니며 공부했고 1993년 성철스님께서 열반하신 후 지금까지 석남사 심검당에서수행 정진하고 있다.

<영원에서 영원으로>라는 책에는 참선, 발우공양, 하근기, 도반, 하안거, 동안거 등 알아볼 수 있는 말도 있는 반면에 중근기, 상근기, 시봉, 상좌, 법전수좌, 가피, 회향, 장좌불와, 능엄주, 대참회, 용맹정진 등 불가에서만 쓰는 말들도 있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불자의 삶은 이만치도 일상인과 동떨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젊은 시절부터 출가하여 공부를 업으로 삼고 이 절에서 저 절로 다니며 “만고의 진리를 향해 나홀로 걸어가노라!”하시며 살아 오신 불필스님.

나로서는 그 삶이 언뜻 짐작하기에도 어려웠고, 잘 이해되지도 않았다.

요즘 생각 같아서는 진주 사범 학교 졸업하면 선생님이 되어서 별 걱정없이 살 수 있지 않나?

여자로서 최고의 직장, 최고의 신붓감이라 할 정도로 교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대우받을 것이고, 결혼도 무난하게 하여 재미있는 삶을 꾸려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어린 나이에 평생을 지고 갈 화두를 얻었고, 한 순간의 후회도 없이 용맹정진하며 한 길로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성철스님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나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우리는 살면서 어려운 일이 닥치면 “에잇. 머리 깎고 중이나 되지. 이 더러운 세상. 왜 여기서 안달복달 하면서 사나.”하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가 없다. 중노릇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평생을 바쳐 전심전력 해야 겨우 법문의 한 귀퉁이에 겨우 닿을까 말까 할 정도로 큰스님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장좌불와 수행을 할 때도 머리에 열이 솟구쳐 상기가 날 정도가 되어야 겨우, ‘조금 노력했구나.’ 소리를 듣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행의 참선을 통해 수행을 이어나가는 불필스님의 수행과정과 가지산 호랑이라 불렸다는 스승 인홍스님의 이야기, 대중들을 감화싴시킨 큰스님들의 법거량까지를 읽고 나면 “중이나 되지”라는 말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쑥 들어가고 말 것이다.

나는 그저 드라마나 보면서 가끔 인생사의 도를 깨우치는 정도밖에 안되는구나, 하고 마음을 비우게 된다.

일례로,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내 딸 서영이>를 들어보자.

서영이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살아 있는 아버지를 죽었다고 속이고 재벌가에 시집을 간다.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보다 미움이 더 컸던 것이다. 사업 실패로 엄마와 가족을 버리고 혼자만 살 길을 찾아 꼭꼭 숨어 나타나지 않았던 아빠로 인해 엄마는 돌아가시고 서영이와 동생 상우는 고생을 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과 성공을 손에 쥐었지만, 모든 게 다 들통나고 마음을 비우게 된 서영이는 아버지를 용서하려는 마음이 싹트는데, 그 때 회상하는 장면이란, 어린시절 아버지와 등산 갔던 일, 초콜릿을 챙겨주던 아버지, 보물찾기로 지구력을 길러주려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좋은 일만 생각하면 좋은 쪽으로 일이 풀리고, 나쁜 일만 생각하면 나쁜 쪽으로 일이 풀리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인생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마음 내려놓기와 통하는 맥락이 아니겠는가. 하면서 불가의 비의를 전수받은 듯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깨달았다고 자위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앞 부분에 성철스님이 두 번째로 딸을 만난 자리에서 거두절미하고 물으신 것.

“그래, 니는 무엇을 위해 사노?”

불필 스님은 단번에 “행복을 위해 삽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직 그 대답을 찾지도 못했다. 정답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당장에 내놓을 대답이 없는 것이다.

말문이 막혀 묵묵부답이겠지.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부터 생각해 보겠다.

오랫동안 내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나만의 화두를 심어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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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는 법 - 인간의 모든 가능성에 답하는 과학의 핵심 개념 35가지 사이언스 씽킹 3
알록 자 지음, 이충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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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도 재밌고, 저자의 이름-알록 자-마저도 재미있다.

 

모두 35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하는 법’으로 제목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에 3장<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장이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또는 상실의 시대)을 읽다가, 거기 나왔던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찾아 읽는다. 읽다보니, 소세키에 관심이 생겨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을 연속해서 읽는 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완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이 책의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장을 보니,

콜린 톰슨의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이 기억났다. 화려한 그림에 아이들과 푹 빠져 들었었다.

 

***피터는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과 영원히 사는 아이의 존재를 찾다가 드디어 다락방의 컴컴한 책장 위에서 마침내 책을 찾아내지만, '어리면서 늙고, 열 살쯤이며 동시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영원한 아이'가 '영원히 산다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며 그 책을 읽지 말라고 충고한다. 피터는 오래 생각한 끝에 그 말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영원한 아이는 너는 네 나이 적 나보다 현명하다면서 피터를 다시 '세상'으로 안내한다. ***

 

 

역시, 과학과 문학은 영역이 다른가 보다.

환타지의 세계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와 보니, 과학의 영역에서는 오래 사는 비결을 척척 가르쳐 준다.

 

1. 음식 섭취량을 줄인다.

2. 효모 실험-두 유전자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효모 세포를 정상적인 효모 세포보다 6배나 오래 살 수 있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효모보다 훨씬 복잡한 생물이라는 거--

3.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 치료

4. 사람의 몸에 특별한 세균을 집어넣어 노폐물과 자유 라디칼을 제거하는 방법

5.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유지하라.(채소섭취, 금연, 젊을 때 운동)

 

 

5번이 제일 쉬울 거라는 거, 설명 안 해도 다 알 것이다.

 

 

진짜 과학이 어떤 건지, 재미를 느끼면서 빠져 든 적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과학에 대한 시각을 바꿔서 좀 더 흥미있는 과목임을 일찍 깨닫고 과학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생각만(?) 해 본다. 문과 체질임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요즘은 과학자가 꿈이라는 어린이들이 많이 없다. 부모들의 일방적인 꿈 강요에 의사니, 판사 검사니, 교사 등등. 틀에 박힌 직업군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심어져 있고, 창의적인 아이들은 괴짜 취급을 받는 세상인 것이다.

좀 더 과거이긴 하지만,  하다못해 이 시대의 소설 작가, 김영하도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질문하다가 “너는 그러니까 공부를 못하는 거야. 인마”하는 핀잔 듣고 교무실에 불려가 혼나기 일쑤였다고 한다.

 

학교 과학 시간에 간단한 실험 몇 번 하고, 이쯤 했으니 원리는 알아서 터득해라. 하는 한심한 교사들 때문에 과학에 흥미를 잃은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투명인간이 되는 법, 외계인을 찾는 법, 사이보그가 되는 법, 쌍둥이 형제보다 천천히 늙는 법 등 기상천외하고 재기발랄한 제목들을 보면 일단 흥미가 솟구칠 것이다. 어른인 나도 재미있었으니까.

그리고 찬찬히 글을 읽어 나가면, 우주, 공룡, 기후 변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의 분야에 풍덩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어느 학생이 폴로 민트를 깨면 파란색 빛이 희미하게 난다고 말하면, 선생님은 우리를 사진반의 암실로 데려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그날 우리는 폴로 민트의 비밀을 입증하진 못했지만, 그 사건은 기묘한 질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6P.

 

위 글에서처럼 과학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하는 과학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다면, 이 책을 만나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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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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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죽음이 코앞에 닥친 나미야 영감님. 아들에게 기묘한 유언을 남긴다. 자신의 33번째 제삿날 공고문을 내 달라것. 결국 그 유언은 나미야 영감님의 증손자가 실행하게 된다. 컴퓨터 블로그를 통해서.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창구가 부활합니다. 예전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상담 편지를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30여 년간 나미야 잡화점에 둥근 달이 뜬 어느 날 밤 얼빵한 삼인조 도둑 쇼타, 아쓰야, 고헤이 들이 숨어든다. 뒤틀린 시간과 공간 사이로 과거의 상담 편지가 속속 도착하고 이들은 얼떨결에 답장을 써 주게 된다. 단 하룻밤 동안 편지로 상담자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들 덕분에 상담자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답장을 보내고 그것은 커다란 기적으로 다가온다.

 

“뭘 써?” 쇼타가 물었다.

 

“그러니까, 답장 말이야. 이대로는 어쩐지 마음에 걸려서.”

 

“바보냐, 너?” 아쓰야가 말했다. “그런 게 마음에 걸려서야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31-32)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158-159)

 

여러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중에, 고민 상담자들의 관계가 속속 드러나게 되는데, 그 관계를 유추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마 추리 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거장다운 면모가 여기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미야 잡화점 고민 상담 외에 그들은 환광원이라는 아동 보육원 출신이거나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거의 끝에  완전히 밝혀 진다. 달 밝은 밤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얼빵한 삼인조마저도...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 한 편이다.

그리고 슬그머니 나의 고민거리를 끄집어 내어 본다.

“왜 나는 내 딸과 항상 싸우는 걸까요? 이제 2학년이 되는 내 딸은 자기 고집이 세서 꼭 큰소리가 나야 엄마 말을 듣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순도순 다정한 분위기의 모녀가 될까요? 예를 들면 이런 거지요. 느닷없이 친구 집에 놀러 가고 싶다,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 이런 문제로 싸우는 거라구요. ”

“세 자매의 맏언니인데 어떻게 하면 권위적이지 않게 동생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다들 남편이 있는 입장이니, 예전처럼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힘듭니다.”

 

나는 이런 문제를 안고 사는데, 누구에게 고민 상담을 할까?

나미야 영감님, 우리 동네에 잡화점 하나 열어 주시면 안 될까요?

누구라도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들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의 짐은 반으로 줄어들 것 같다.

‘스스로 질문의 답을 알면서 질문하는 것이니 들어주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역시, 생각이 깊으신 영감님이십니다.

우리 아버지 해주실 생각 없으세요? 라고 편지 넣고 싶어요!!

 

<용의자 X의 헌신>에 이어, <백야행>을 읽고 감동의 눈물의 펑펑 흘렸었다. 뭐, 이런 추리소설이 다 있지? 무섭고 으스스한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추리소설이어서 왠지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로 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 등등 있는 족족 다 찾아 읽었는데...이젠 읽을 책이 없구나...하던 차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기적처럼 나타났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책.

눈물을 흘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한없는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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