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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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녀분한테서 미야베 미유키, 그분 표현대로 ‘미미 여사’의 책을 선물받았다. <누군가>는 그러니까 내가 읽은 미미 여사의 첫 번째 책인 셈이다.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시절 내가 읽은 거라곤 <삼국지> 네 번하고 추리뿐이었는데, 책을 마음잡고 읽고 나서부터 추리책을 읽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진다. 그분의 선물이 아니었다면 난 미미여사의 책을 모른 채 살았을 거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미미여사의 책이 나름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읽은 셜록 홈즈는 사소한 사건도 곧잘 해결했다. <붉은 머리 클럽>의 범인은 머리 색깔을 이용해서 은행을 털어보고자 했고, <빈사의 탐정>에선 홈즈가 친구인 왓슨을 속여먹는 게 내용의 전부다. 하지만 요즘의 추리물들은 무지 스케일이 커서, 소박하게 한두명 죽이는 범인엔 별반 관심이 없다. <양들의 침묵>-이건 추리물인지 사실 좀 헷갈린다-의 범인을 보라. 사람을 죽이는 것도 그렇지만 피부까지 벗긴다. <본 콜렉터>의 링컨 라임이 상대해야 하는 범인도 흉악무도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이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살인마에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되어 버렸는데, 미미 여사의 <누군가>는 사건 자체로만 보면 정말 밋밋하기 그지없다. 65세 노인이 자전거에 치여 죽는다. 이 사건을 탐정도 아닌 재벌 회장의 사위가 파헤친다. 머리가 좋아 나를 좌절시키는 포와르 류도 아닌, 그저 옆집 아저씨같은 남자가. 이런 것도 추리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지루하지 않은 건 책의 주인공들이 실제 인물처럼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이다. 여느 추리소설과 달리 삶 속에서 발생하는 주인공들간의 미묘한 갈등이 있고, 또 그걸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미 여사의 글재주까지. 예컨대 다음 표현을 보시라.

“우리는 애를 일찍 재운 젊은 부부에게 어울리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27쪽).”

책에 대한 미미여사의 관점도 드러나 있다.

“책은 늘 나와 내가 모르는 세계를 연결해 주는 친절한 중개자였다 (391쪽).”

이 문장 뒤에 미미 여사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써놨다.

“나호코(회장 딸)가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그녀에게 마음이 끌렸다 해도 나는 결혼까지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야클님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뒤 결혼했다. 책을 읽자.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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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2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야클님은 회장댁 사위로....장가가신 건가요...??
그러고 보니 전 미미여사의 책을 단 한권도 안읽었습니다..

꼬마요정 2007-05-2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미여사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네요~~^^
여자인 저는 책을 읽으면 회장댁 며느리가 되는건가요?? ㅋㅋ

비로그인 2007-05-3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의 책을 한 권도 안읽고 댓글다는 세번째 사람이 접니다.후훗
캐릭터가 반짝이지 않으면 어느 소설이나 재미가 없어요. 옛날 참고서 뒤에 부록처럼 실린 세계명작 써머리를 읽는 기분이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궁금해집니다.

chika 2007-05-3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의 책을 좋아라~ 하는 사람의 첫번째 댓글인건가요?
- 회장댁 사위나 며느리보다는 그냥,,, 회장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다락방 2007-05-30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의 책을 두권 읽기는 했으나 아직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 사람의 첫번째 댓글입니다. 저는 부리님의 주장에 무조건 추천입니다.

(야클님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뒤 결혼했다)책을 읽자. 어서! -->이거요.

책을 읽자, 어서!

부리 2007-06-0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호호.... 역시 귀여운 다락방님...^^
치카님/회장은 돈 쓸 줄을 몰라서 사위나 며느리가 더 좋다는 설이 있어요
주드님/알라딘의 반짝이는 캐릭터 주드니임!!!^^
요정님/어맛 오랜만이어요. 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전 님의 미모를 알기 때문에...^^
메피님/으음,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야클님께 물어봐야겠군요!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박찬욱, 류승완, 추상미, 신경숙, 노희경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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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를 초청해 강의를 들은 뒤 한 학생이 질문을 한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뭡니까?”

작가라면 많이 받는 질문일 테지만, 그만큼 짜증도 날 것이다. 문학소녀로 어릴 적부터 책을 벗삼아 살아온 그 작가에게 모든 책은 다 나름의 감명을 주는 귀한 것들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그 중 딱 한권을 골라 “이 책이 제일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역시나 그 작가분은 다른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영화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매니아가 아닌 나 역시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를 묻는다면, 그 주옥같은 영화들 중 뭘 골라야 할지 난감할 거다. 미녀 분이 내게 선물해 준 <내 인생의 영화>는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었던 사람들에게 그런 위압적인 질문을 던진 뒤 책으로 엮은 거다. 독자 입장에선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감명 깊은 영화를 골라야 하는 저자들은 고역이었으리라. 몇몇 분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금은 DVD를 구하기 힘든 고전들을 선택했는지라 봐야 할 명작 리스트를 얻기보다는 자신이 본 영화가 있으면 반가워하는 재미에 책을 읽는 게 좋을 듯하다.

책에서 공감한 점. 실연을 당한 뒤 듣는 빅마마의 <체념>이 훨씬 마음에 와닿는 것처럼, 영화 역시 자체의 재미에 그 당시 어떤 상황인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저자의 말이다.

“숱한 영화들을 놔두고 큰누나와 본 몇편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아직도 영화 그 자체보다 영화로 인한 추억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48쪽)”

필름포럼 대표인 권병철은 같은 이유에서 <올리브 나무 사이로>라는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로 꼽았다. “...바로 아내의 손을 잡았다는 거였다(19쪽).”

영화 자체의 재미는 별로 없는 <S 다이어리>를 내가 아직도 인상 깊게 간직하고 있는 이유도 당시 사귀던 그녀의 손을 잡았기 때문, 그러니 <내 인생...>같은 기획보다는 ‘사연이 있는 영화가 뭐냐?’고 질문했더라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늘 내게 좋은 책을 선물해주시는 그 미녀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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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5-21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저도 차라리 누군가 사연있는 영화를 물어봐주는 쪽이 대답하기 쉽겠는데요. 훗.

심술 2007-05-2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분이 학생에게 들려준 말이 뭔지 궁금해요. 알려주세요.

부리 2007-05-2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술님/아 그건요 당신이 주로 어떤 책을 읽는지 말씀하셨답니다.
다락방님/사연 있는 영화 말씀해 주세요!!
 
견습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2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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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난 광고를 보고 책을 구입한 건 오랜만이었다. <견습의사>라는 제목에서 전공의나 인턴이 병원에서 의학지식을 이용해 연쇄 살인을 하는 내용을 연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주인공인 여자 형사 리졸리는 범인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그리고 살인의 방식은 리졸리가 전에 잡아넣은 ‘외과의사’라는 잔혹한 살인범의 그것을 빼닮았다.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아닌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양들의 침묵>과 너무도 비슷하다. 아무리 재미있게 썼다 해도 짝퉁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책의 흥미는 반감되고 만다.


그것 말고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책은 460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00페이지에 달할 때까지 범인의 신원은 오리무중이다. 물론 단서도 거의 없다. 2권도 있나 봤더니 그런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도대체 어떻게 범인을 잡나 했는데, 범인이 리졸리에게 달려들다가 총에 맞아 죽는 걸로 결말이 나버린다. 생전 이렇게 황당한 결말을 가진 스릴러는 처음 본다. 원래 스릴러라는 건 범인의 신원을 하나하나 추적해가는 맛도 있어야지 않는가? 근데 이게 뭐람. 책의 주인공들만 열라 무서워하고, 독자는 하나도 안무섭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잡지 광고에 속은 기분이다.


또 하나 마음에 안드는 건 리졸리의 성격이다. 이름으로 보아 안젤리나 졸리가 연상되는 그는 여자라고 남들이 무시할까봐 강하게 보이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대적이다. 이건 패트리샤 콘웰이 창조해 낸 스카페타와 무척이나 닮았는데, 남자들의 속성을 잘 아는지라 그런 방식으로 대항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게 과연 최선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인 ‘테스 게리첸’은 전직 의사로, 로맨스 소설을 쓰다가 갑자기 의학스릴러 작가가 되기로 했단다. 그가 한가지 알아뒀으면 하는 게 있다. 의사들의 사랑을 다룬다고 해서 다 의학드라마가 아닌 것처럼, 범인이 외과의사라고 저절로 의학스릴러가 되는 건 아니다. ER이나 그레이 아나토미같이 실제로 병원생활의 애환을 다룬 걸 의학드라마라고 하듯, 다음 작품에서는 의학스릴러에 걸맞은 소설을 선보이길 바란다. 내가 그 책을 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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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7-05-14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과감히 별 1개를! ㅎㅎ

다락방 2007-05-1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허무한 결말이로군요.

물만두 2007-05-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외과의사 안보셔죠? 이거 시리즌데 ㅜ.ㅜ

moonnight 2007-05-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약간 관심 가질라 하다가 하이드님 리뷰읽고 그만 관심 껐던 작가네요. 역시 별로였던 모양여요. (왠지 안심하며 ^^; )

부리 2007-05-21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그래도...저보다야 낫죠 호호호호호호
물만두님/외과의사는 평이 안좋아 아예 안읽었어요 시리즈라는 건 이 책만 읽어도 알겠더군요
다락방님/제말이요^^
기인님/헤헤 제가 좀 극단적인 데가 있어서요 괜히 부리겠어요
 
타이탄의 미녀
커트 보네거트 지음, 이강훈 옮김 / 금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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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리콜>이란 영화에서 화성에 간 아놀드 슈와제네거는 아주 어렵게 비디오 테이프를 손에 넣는다. 화면에 나온 사람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

“안녕? 일이 잘 못되었으면 지금 자네는 머리에 수건을 감고 이 테이프를 보고 있을 거야.”


<타이탄의 미녀>에서 주인공은 화성으로 보내진 뒤 기억이 지워지고,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나중에 자기가 발견한다. 여기까지는 <토탈 리콜>과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이후의 스토리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놀드가 공기를 무기로 화성인을 지배하려는 독재자와 분연히 맞서 싸우는 반면, 이 책의 주인공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주인공이 적을 깨부수고 평화를 가져온다는 귀에 익은 결말을 이 책에서 기대해선 안된다. 나름의 재미가 있고, 저자가 기독교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지만, 문학적 내공이 낮은 나로서는 저자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책 뒤의 20자평을 보니 저자인 보네거트가 “인생의 의미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그 의문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답은 내게 보이지 않았다. 인생에 과연 정답이 있는지, 그리고 저자가 제시한 정답이 맞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텐데, 내 문학적 내공을 탓할 수밖에.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분에게서 선물받은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난 언제쯤 ‘타이탄의 미녀’가 나오는지가 궁금했다. 친구끼리 얘기할 때도 미모 얘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 떠지는 내게 있어서 미녀 주인공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고, 미녀의 해피엔딩은 곧 나의 행복이니까. 다시 말해서 미녀가 나와야 책에 더더욱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미녀는 끝까지 나오지 않았고, 주인공이 어둠 속에서 절세의 미녀인 줄 알고 범했던 여자는 결코 미녀가 아니었다. 미녀를 등장시키지도 않으면서 제목을 ‘타이탄의 미녀’라고 짓다니, 이건 곤란하다. 나처럼 ‘미녀’란 단어만 들어가면 혹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목을 그리 붙인 건 아닌지? 미녀마케팅에 속지 맙시다!


*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겠다. 리서치 앤드 리서치(Lesearch & Lesearch)의 조사에 의하면

-이주의 마이리뷰 중 특정인이 알라딘 가입 후 첫 번째로 쓴 리뷰의 비율: 0.1%

-두번째부터 다섯 번째: 5.7%

-6~10번째: 12.5%

-11~15번째: 24.1%

-16~20번째: 10.3%

-21~30번째: 2.1%.......

리서치 앤드 리서치사는 이 통계수치를 근거로 “서재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사람에게 격려 차원에서 이주의 리뷰에 뽑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결론내렸는데, 이 리뷰는 내가 서재를 만들고 쓰는 열한번째 리뷰다. 이주의 리뷰가 발표되는 다음주 월요일 오후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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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11-0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부리님이 열한번째 리뷰바께 안된다니 놀라운걸요?

물만두 2005-11-0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리서치땜에 부정타겠어요~ 에궁 저도 읽어야하는데 ㅠ.ㅠ

파란여우 2005-11-0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갠신히 3번 탔어요.뭐..
에효, 저는 담주 월요일에 5천원이나 탈 수 있을래나 몰러유..
그나저나 미녀 얘기 없이ㅡ제목만 그랬다니, 나쁜 책에요 후후^^

Joule 2005-11-0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녀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해요. 미녀가 나오는 영화라면 3류라고 해도 눈 동그랗게 뜨고 볼 수 있는데 못생기고 용감하기만한 여배우가 나오면 그다지 별 감흥이. 그래서 못생기고 연기만 잘하는 수잔 서랜든이 전 싫어요.

수퍼겜보이 2005-11-0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잔 서랜든이 못생겼다뇨!!!!!!!

부리 2005-11-0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겜보이님/제가 그런 거 아니어요...
쥴님/오오 미녀로 소문난 님도 그렇듯 미녀에 탐닉하는군요. 저같은 범인이야 더하죠^^
여우님/뭐든지 명실상부해야 합니다. 미녀가 안나오는 미녀 책이란...
만두님/안녕하십니까. 저희 리서치사를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 주십시오
싸이런스님/그러게 말입니다. 책은 제가 읽는데 리뷰만 마태가 쓴다는 설이 있어요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
김혜원 지음 / 도솔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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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어머니가 있었다. 어느날 며느리가 보낸 김밥을 먹으려던 시어머니는 왠지 이상하다는 느낌에 젓가락으로 김밥을 찔러봤다. 젓가락은 새까맣게 변했다. 그제서야 시어머니는 깨달았다. 자기 아들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어머니는 경찰에 재조사를 의뢰했고, 교통사고를 낸 운전사와 그를 면회온 며느리와의 녹취록에는 돈 4천만원을 왜 입금하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운전사의 증언이 담겨 있었다.


돈을 빼앗기 위해 금은방을 하는 부부를 죽이고, 운전기사까지 죽인 후 마당에 묻고도 몇 달을 아무런 가책 없이 산 사람이 있었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제자를 유괴한 뒤 그를 살해한 학교 선생도 있었다.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7명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도 있었다. 난 이들이 나와는 다른 종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호랑이가 사슴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은 평생 교화되지 않은 채 야수의 본성을 지니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쓴 김혜원님은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끊임없는 사랑으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30년을 바쳤다.


그 결과는 자못 놀라웠다. 17명을 죽인 김대두는 죽기 전까지 하느님의 사랑을 다른 재소자들에게 전도했으며, 금은방 사건의 범인 박철웅, 남편과 시어머니를 죽인 여자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남은 생애를 보냈다. 그들이 쓴 참회의 편지들을 보면서 난 내가 그간 잘못 생각했음을, 그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죽는 순간까지 억울하다고 외치며 죽어간 사형수의 얘기에서 오류에 가득찬 인간이 다른 인간을 심판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탁월한 문장력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오랜 세월 사형수를 돌본 경험이 어우러진 이 책을 읽다보니 사형수들도 한 인간이며, 사형제도의 존속이 꼭 필요하냐고 주장하는 저자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시각이 빛나는 대목. 저자는 여성 사형수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이 안에 들어온 여자들, 하나같이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어요. 똑똑하고 잘났어요. 그 잘남을 못봐주고, 여자라고 자꾸 누르고 구박하니까 모로 터질 수밖예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 해도, 저자의 다음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들이 저지르는 흉포한 범죄의 배경에는 남성의 습관적 폭력이나 성폭행 같은 권위적인 횡포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도 그들은 가족과 자식들에게마저 외면을 당한 채 쓸쓸한 죽음을 맞거나 고독한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아내를 죽인 남편의 경우 온 집안의 버림을 받는 예가 아주 드물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일자리가 없어진 미래의 대안으로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의 친구가 되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함으로써 그들에게 감춰줬던 인간의 마음을 되찾게 해주는 일은 자원봉사 중에서도 가장 보람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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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7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5-07-0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제가 아무리 잘 썼다고 해도 그런 칭찬은 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쑥스럽습니다...'리뷰의 지평을 새로 열었다'는 표현도 그렇구, '리뷰에 있어서 신의 경지에 접어든 게 아닌가 싶다'는 말도 받아들이기가 거시기하네요... 그리고...맨 마지막에 하신 "사랑한다"는 구절을 읽고보니 그 앞의 칭찬들이 이 말을 하기 위한 에피타이저가 아니었나 의심이 갑니다.... 하여튼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로그인 2005-07-0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며느리는 왜 김밥에다 먹물을 넣었죠?
아니다 정력에 좋으라고 오징어 먹물 넣은거 아닌가요?

비로그인 2005-07-0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근데 그 숨긴 댓글 한줄짜리죠?

마태우스 2005-07-0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님/이번엔 절대 한줄이 아닙니다. 자그마치 엿섯줄이나....

싸이런스 2005-07-0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냐...이런...일도.....광팬으로서 몸을 사려야겠다는 생각이 점점.....스타와 사랑은 꿈속에서나 아름답다..

클리오 2005-07-07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음, 이 책이 그책이죠?? 그 페이퍼와 약간 톤이 달라지신 것 같은데요?

2005-07-08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08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09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5-07-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어머 날조라뇨! 안되겠어요. 한번 맞짱 떠요!
클리오님/헤헤헤... 님 서재에 댓글로 달겠습니다
싸이런스님/무슨 말씀인지 난해하옵니다. 하여간 전 님 편입니다
따우님/지나친 의심은 긴 머리에 해롭습니다^^

로드무비 2005-09-2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박철웅에 관한 책을 오래 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는군요.
죽기 전의 참회가 비겁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