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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미녀
커트 보네거트 지음, 이강훈 옮김 / 금문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토탈 리콜>이란 영화에서 화성에 간 아놀드 슈와제네거는 아주 어렵게 비디오 테이프를 손에 넣는다. 화면에 나온 사람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
“안녕? 일이 잘 못되었으면 지금 자네는 머리에 수건을 감고 이 테이프를 보고 있을 거야.”
<타이탄의 미녀>에서 주인공은 화성으로 보내진 뒤 기억이 지워지고,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나중에 자기가 발견한다. 여기까지는 <토탈 리콜>과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이후의 스토리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놀드가 공기를 무기로 화성인을 지배하려는 독재자와 분연히 맞서 싸우는 반면, 이 책의 주인공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주인공이 적을 깨부수고 평화를 가져온다는 귀에 익은 결말을 이 책에서 기대해선 안된다. 나름의 재미가 있고, 저자가 기독교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지만, 문학적 내공이 낮은 나로서는 저자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책 뒤의 20자평을 보니 저자인 보네거트가 “인생의 의미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그 의문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답은 내게 보이지 않았다. 인생에 과연 정답이 있는지, 그리고 저자가 제시한 정답이 맞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텐데, 내 문학적 내공을 탓할 수밖에.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분에게서 선물받은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난 언제쯤 ‘타이탄의 미녀’가 나오는지가 궁금했다. 친구끼리 얘기할 때도 미모 얘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 떠지는 내게 있어서 미녀 주인공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고, 미녀의 해피엔딩은 곧 나의 행복이니까. 다시 말해서 미녀가 나와야 책에 더더욱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미녀는 끝까지 나오지 않았고, 주인공이 어둠 속에서 절세의 미녀인 줄 알고 범했던 여자는 결코 미녀가 아니었다. 미녀를 등장시키지도 않으면서 제목을 ‘타이탄의 미녀’라고 짓다니, 이건 곤란하다. 나처럼 ‘미녀’란 단어만 들어가면 혹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목을 그리 붙인 건 아닌지? 미녀마케팅에 속지 맙시다!
*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겠다. 리서치 앤드 리서치(Lesearch & Lesearch)의 조사에 의하면
-이주의 마이리뷰 중 특정인이 알라딘 가입 후 첫 번째로 쓴 리뷰의 비율: 0.1%
-두번째부터 다섯 번째: 5.7%
-6~10번째: 12.5%
-11~15번째: 24.1%
-16~20번째: 10.3%
-21~30번째: 2.1%.......
리서치 앤드 리서치사는 이 통계수치를 근거로 “서재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사람에게 격려 차원에서 이주의 리뷰에 뽑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결론내렸는데, 이 리뷰는 내가 서재를 만들고 쓰는 열한번째 리뷰다. 이주의 리뷰가 발표되는 다음주 월요일 오후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