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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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오래 전, 설까치 선생은 엄지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사람은 남을 도우며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 동물이다.

내가 한 일로 인해 누군가가 기뻐한다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

그 누군가가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더더욱 좋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혼자 흐뭇해하는 것,

이런 게 진정한 사랑이다.


이 반대쪽에 집착이 있다.

미모의 여인이 어려운 지경에 빠졌을 때, 그를 도와주고 대가를 받으려는 그런 행태를 난 집착이라고 한다.

그녀를 위해 마약을 운반해줬는데, 볼에다 뽀뽀 한번 해달라는 게 뭐 그리 나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짝사랑한다면, 그녀가 볼에다 해주는 뽀뽀는 내가 마약을 나르며 감수해야 할 위험보다 몇 배 더 가치가 있다.

그러니 “위험한 일을 해줬는데 그깟 뽀뽀 가지고 왜 그래?”라고 항변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도움을 줬다고 뽀뽀를 해달라는 사람과는 오래 관계를 맺어선 안된다.


<검은 빛>은 사랑과 집착에 관한 얘기다.

인구가 얼마 안되는 조그만 섬에 사는 노부유키는 같은 섬에 사는 미카를 사랑하며,

둘이 결혼해 같이 사는 꿈을 꾼다.

어린이들의 꿈이 흔히 그렇듯 그 후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그 둘을 다른 세계로 떨어뜨려 놓고,

둘은 그냥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노부유키는 여전히 미카를 사랑한다고 믿으며,

그녀가 도움을 청했을 때 기꺼이 그 부름에 응한다.

미카가 볼에 뽀뽀를 해줄 것을 기대하며.

노부유키는 미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생각했지만,

그는 미카에 집착했을 뿐, 사랑한 건 아니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노부유키가 더없이 찌질해 보였던 건 그런 이유였다.


이 책에서 느낀 점 몇 가지 더.

하나. 어릴 때 예쁘면 연예인이 될 수 있다.

둘째, 만으로 열세살 짜리를 어떻게 해보려는 변태 아저씨는 세상에 많다.

셋째,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엔 쉽다. 아, 이건 범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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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9-11-0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집착의 차이는 결과적으로는 찌질함이였군요. 참, 앰비네이터 잘 읽었습니다.
 
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평가를 위해 부산에 내려갔을 때, 난 그전 주의 경험을 떠올렸다.

평가를 하면서 평가 보고서까지 같이 쓰려니 시간이 빠듯했던 기억.

그래서 난 부산에 가기 전날, 해당 대학에서 준비한 책자에 기초해 보고서를 거의 다 써 놓았다.

현지에 가서 몇 가지를 확인하고 나자, 난 정말이지 할 일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평가보고서를 쓰려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난 D 대학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햇살은 따사롭고 캠퍼스 정원은 아름다웠지만,

책을 읽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데 혼자 놀아서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내가 읽던 책이 <이웃집 소녀>(이하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1960년대 미국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든 소설로

헐리우드에서 두차례나 영화화된 바 있다고 한다.

그랬다면 한번쯤 들어봤을텐데 왜 기억이 없을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당연했다.

내용상의 잔혹성 때문에 영화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못했으니까.

소설의 역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창착해내는 인간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 것일까?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앉아 소설의 잔혹성과 비도덕성에 대해 비난했다.”

이 사건이 실화라는 걸 아는 순간, 역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소설이 실화를 “의도적으로 순화시킨 결과물”이란 작가의 말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난 무거운 마음으로 잔디밭을 서성였다.

그 동안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상념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인간이 어떻게 저리도 잔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 잔혹한 게임에 동참했던 아이들의 악마성에 대한 분노,

사태를 수수방관했던 주인공에 대한 더 큰 분노.

당연하게도 얼마 전 벌어졌던 조두순 사건이 머릿속에 오버랩됐다.

하지만 그 사건보다 이 책에 기술된 사건이 더 끔찍하게 다가온 이유는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이 같이 벌인 잔혹극이라는 것과

그 주체가 혈연으로 맺어진 친척과 그 아이들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읽는 이에게 충격을 던지는 능력 면에서 이 소설은 단연 최고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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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9-11-04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물을 좋아하는 저도 이 책은 쉽게 집어들지 못하겠던걸요..
대충 줄거리를 봤을 때.. 아이들이.. 순수한 악의 단면을 갖고 있는 애들이기에 못 보겠더라구요..ㅠㅠ
결국 딴 책 샀어요~~

수퍼겜보이 2011-01-1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까지 이렇게 말씀하시니 도저히 못 읽겠네요 ㅠㅠㅠ
 
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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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메인에서 <침이 고인다>를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은 이유는 아마도 제목이 독특해서였을 것이다. 김애란이란 작가를 알지도 못하고 이 책이 무슨 상을 탄 것도 아닌데다 저자가 절세 미녀도 아니었으니까. 문학과 지성에서 아무 책이나 내주는 건 아니겠지만, 출판사 이름을 본 건 책을 산 뒤였다. 내 선택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 계절에 안맞게 틀어대는 난방 때문에 짜증스러웠던 춘천행 기차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다 이 책 덕분이다.


추측컨대 내가 느낀 재미는 남들과 다른 종류일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배경은 ‘아버지의 부재’라 할 수 있는데, 진짜로 없다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데 별반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도도한 생활’에서 엄마는 만두집을 하며 주인공을 키웠는데 아버지는 친구 보증을 서서 재산을 다 날리고, 비가 새는 반지하로 주인공을 찾아와 애써 모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빌려달라 한다. ‘칼자국’에 나오는 아버지는 평생 아내에게 배려를 한 적이 없는데다 유흥비를 위해 사채를 빌리고, 결혼반지를 술값으로 날리고 바람까지 피울 정도로 대책이 없는 분이다.

어머니가 (사립대 가는 걸) 반대해놓고도 등록금을 대주는 사람이었다면 아버지는 찬성만 하고 아무 신경 안쓰는 사람이었다. 말하자면...좀 난감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166쪽).”


이상하게도 난 이렇게 남성의 무능을 드러내는 소설을 재미있어한다. 어느 여자보다 시댁을 싫어하고, 남성의 악행에 치를 떨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세상의 악은 죄다 남자에서 비롯된다’는 내 신념과 일치하기 때문일텐데, 가끔은 내 성향의 근원이 궁금해진다. 네이버를 찾아보니 남성이 무의식적으로 지니는 여성적인 요소를 아니마(anima)라고 한다던데 나한테 유독 아니마가 많은 이유는 뭘까?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길러진 걸까?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입을 가리고 웃거나 여자처럼 다리를 모으고 앉는 걸 좋아했고, 그래서 5학년 때 별명이 ‘아가씨’였다는 걸 보면 타고난 것 같기도 하지만, 남자를 싫어하게 된 게 여성학에 관심을 가진 후였던 걸 보면 길러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타고났건 길러졌건 <침이 고인다>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니 어찌되었든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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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0-2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부리 2007-10-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그럼요...재밌답니다 님이라면!!

2007-10-2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8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2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으로는 음식에 관한 책인듯 생각되었어요.

비로그인 2007-10-2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젊은 작가가 책을 또 냈었다니. 아비가 간다, 이후 또 나온 신작이로군요.아마도 부리 님과 느낌이 잘 맞는 작가인가 봅니다. 저는 어떤 이들은 지겹다는 조경란이 제게는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그리고 이 사람, 박민규보다는 필력이 믿을만 한 듯 합니다. 지속적으로 가볍지만, 박민규는 그 편차가 매우 심한 반면 그래도 꾸준히 재미있는 글을 써내는 걸 보면 말이지요.

덧붙이자면, 저는 부리 님의 그 아니마적인 성향이 너무 좋아요.

미즈행복 2007-10-30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들의 극찬에 '달려라, 아비'를 사서 봤는데, 뭐랄까 잘 쓴다는 생각은 들지만 크게 끌리지는 않았어요. 잘 짜여진 구조, 인물의 묘사등이 훌륭한 작가라는 생각은 들게 하지만 글쎄, 독창성이 못 느껴진달까? 그랬는데 부리님의 추천이니 한 번 더 봐야겠네요.

웽스북스 2007-11-2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도한 생활에서, 너희들은 절대로 보증서지마~~하고 달려오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ㅋㅋ

pjy 2009-04-12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러들러 여기도 살짝 발을 담그네요~ 남성무능을 꼬집어주는 소설들~~추천은 꾹 눌러드렸지만..제 심정이랑 비슷하지만 그래도 현실을 잊고 해피엔딩을 보고싶은건 이율배반인가요?? 아직 철이 덜 들었답니다^^; 요런 책은 남자들이 꼭 읽고 독후감 100장에 반성문 100장 앞으로의 개선점 100장 요딴거 썼으면 좋겠습니다ㅋ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를 읽었다. 장편소설이라기에 진짜인 줄 알았는데 전작과 비슷하게 전혀 다른 몇 편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다만 각 에피소드들이 길다는 것, 그리고 표제작인 ‘면장선거’는 거의 100페이지 가까이 된다. 그전 책에서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이 책에 호의적이다.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는 주인공 이라부의 기행이 자본주의의 톱니바퀴에서 신음하는 자신들에게 위안을 줘서가 아닐까 싶은데, 이미 수많은 리뷰가 붙은 이 책에 내가 하나를 더 보태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 리뷰를 빙자한 엉뚱한 짓을 하나 해본다. 다름아닌 <면장선거>를 영화화할 때 있어서 누굴 캐스팅할까 하는 것.


먼저 주인공 이라부. 그는 이런 특징들을 가졌다.

1) 겉보기에 40대쯤으로 보이는 투실투실 살이 오른 사내(19쪽)

2) 이라부는 마치 숲속에 숨어사는 요괴처럼 웃어댔다(98쪽)

3) 덜렁덜렁 흔들리는 육중한 턱살(109쪽)

4) 뚱뚱한 의사가..뭔가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152쪽)

5) 톤이 높은 이상야릇한 목소리였다(153쪽)

6)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주사놓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158쪽)

7) 툭 튀어나온 배를 북북 긁어대며...(159쪽)

8) 머리가 부스스한 게 덩치 큰 곰 같은 모습이었다(206쪽)


1) 3) 6) 8)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정원중 씨였다. ‘미스터!Q'에서 변태섭 역을 맡았던 그라면 이라부 역도 잘 어울릴 것 같다. 2) 5)에서는 이상하게 오달수 씨 생각이 났다. 물론 그는 턱살이 육중하진 않지만, 살만 더 찌운다면 무난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4) 7)에서는 박상면 씨를 생각했다. 뭔가를 먹는다는 말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그가 생각난다. 정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정원중!

정원중오달수

 

 

 간호사인 마유미는 이번 책에서 역할이 제법 커졌는데, 그녀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1) 흰색 미니 가운을 입은 육감적인 간호사(88쪽)

2) 간호사가 포르노에 나오는 여배우처럼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혀로 입술을 핥는 시늉을 했다(90쪽)


이 두 개만 보면 딱 떠오르는 인물이 있지 않은가? 김혜수 말고 과연 누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록밴드를 결성, 기타를 치는 등 김혜수스럽지 않은 모습도 보이지만, 영화하한다면 난 무조건 김혜수를 캐스팅하리라. 물론 영화로 만들어질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이야기가 너무 소박해서 흥행을 할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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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9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9-1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잭 니콜슨을 떠올렸어요 흐흣. 요괴처럼 웃는다, 하면 떠오르지 않습니까?

비로그인 2007-09-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식의 리뷰도 좋군요.
지루하지 않아서요.

미즈행복 2007-09-1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 좋으니 자주나 놀러오세요^^

다락방 2007-09-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컵의 마유미짱은 뭐랄까, 어쩐지 조금은 더 표독스러워 보여도 좋을것 같은데요.
그럼 누가 좋을까요..음...



아무리 생각해도 저보다 나은인물이 없어요. 으하핫 :)

가시장미 2007-09-1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안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 조건이라면.. 정원중씨가 제일 근접하지 않나요? ㅋㅋ

부리 2007-09-1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님/저도 그렇게 생각함^^
다락방님/F컵이 가능하긴 한가요? 님이 글래머라서 여쭤보는 겁니다
미즈행복님/어머 님이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자주 들르죠
민서님/헤헤헷 일종의 편법이랄까.
주드님/오모나 안녕하세요 잭 니콜슨, 님이 얘기하니 정말 좋은 의견 같아요
속삭님/음, 경고 한차례입니다 타인의 신체를 격려하진 못할망정 비하하거나 폄하하는 일은 경범죄 부리조에 해당합니다 흥!!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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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왜 결혼을 할까. 결혼이란, 여자가 자기 앞가림 뿐 아니라 남자와 아이까지 건사해야 되는 건데. 사랑에 대해, 그리고 결혼에 대해 회의를 갖고 난 뒤부터 가졌던 의문이다. 물론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적당한 남자만 있다면 하겠다는 여자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해왔다. 그 의문을 풀어준 게 바로 정이현 작가, 전작인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를 통해서 난 여자들이 결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내가 깨달은 정답은 그거였다. 20대 여성 몇 명에게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이 있다면 결혼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사랑의 영원불멸을 이미 믿지 않게 된 그네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일부 여자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닌, 좀 더 안정되게 사는 방편일 수도 있으리라.


정이현 작가의 세 번째 책인 <오늘의 거짓말>은 그간 썼던 단편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낸 단편집이 잘 팔리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장편이었던 <달콤한>도 무지하게 재미있었지만, 내가 보기에 정이현 작가는 단편에 더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데뷔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처럼, 이번 책 역시 다채로운 재미를 내게 선사해 줬다. 내 문학적 내공이 워낙 빈약하다 보니 소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이 책은 훌륭하게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게 내가 여성작가의 책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거였다. 여성 작가이기에 가능한 세심한 심리묘사를 읽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도 죄다 여성, 그래서 어떤 이는 내게 “혹시 동방불패를 익혔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난 한창 자라나는 다른 남자들에게 여성적 감수성을 지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성의 심리를 잘 알지 못하면 그네들한테 어필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성의 심리를 잘 배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여성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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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리뷰가 많이 올라왔네요. 넘 반가와서..^^

2007-08-06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8-0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나의 도시는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책보다 더 재미있다면 기대해볼만 하겠네요.

프레이야 2007-08-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은 페미니스트, 이렇게 불러도 되는걸거야!

해적오리 2007-08-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이현 님이 미인이라서 좋아하시는 건 아닌지 몰러~ :b

부리 2007-08-0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쉿 비밀이어요!
혜경님/아니요... 그런 소중한 칭호를 저같은 사람에게... 전 제가 남자임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즐기기까지 한답니다. 그러니 아니죠
민서님/음, 잼없으면 제가 에이에스 해드리겠습니다 꾸벅
속삭님/원고 때문에 스트레스 많으시죠? 막상 다 쓰고 나면 얼마나 뿌듯하고 보람있는데요. 아 그 뒤엔 책 왜 안나오나 기다리느라 초조할 듯.... 님이 앞에 한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
비연님/님의 댓글이 유난히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