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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여자들은 왜 결혼을 할까. 결혼이란, 여자가 자기 앞가림 뿐 아니라 남자와 아이까지 건사해야 되는 건데. 사랑에 대해, 그리고 결혼에 대해 회의를 갖고 난 뒤부터 가졌던 의문이다. 물론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적당한 남자만 있다면 하겠다는 여자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해왔다. 그 의문을 풀어준 게 바로 정이현 작가, 전작인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를 통해서 난 여자들이 결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내가 깨달은 정답은 그거였다. 20대 여성 몇 명에게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이 있다면 결혼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사랑의 영원불멸을 이미 믿지 않게 된 그네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일부 여자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닌, 좀 더 안정되게 사는 방편일 수도 있으리라.
정이현 작가의 세 번째 책인 <오늘의 거짓말>은 그간 썼던 단편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낸 단편집이 잘 팔리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장편이었던 <달콤한>도 무지하게 재미있었지만, 내가 보기에 정이현 작가는 단편에 더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데뷔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처럼, 이번 책 역시 다채로운 재미를 내게 선사해 줬다. 내 문학적 내공이 워낙 빈약하다 보니 소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이 책은 훌륭하게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게 내가 여성작가의 책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거였다. 여성 작가이기에 가능한 세심한 심리묘사를 읽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도 죄다 여성, 그래서 어떤 이는 내게 “혹시 동방불패를 익혔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난 한창 자라나는 다른 남자들에게 여성적 감수성을 지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성의 심리를 잘 알지 못하면 그네들한테 어필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성의 심리를 잘 배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여성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