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는 49년생 이시다. 그리고 지금은 경비 일을 하시고. 간혹 친구들에게 나의 아빠에 대해 얘길하면 '니네 아빠 너무 좋으시다'라는 말을 엄청 듣는다. 엄마 역시 '와, 남편이 너무 좋네' 하는 얘기를 듣고. 여동생에게는 아빠가 '언제나 힘들 때 늘 곁에 있어준 사람'으로 존재한다. 나에겐 딱히 그렇진 않지만... 나 힘들 때 나는 내가 다 알아서 혼자 다 잘했던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가 날 도와준 느낌은 1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어쨌든.


어릴 때부터 아빠랑 사이가 좋았다. 집은 대화가 끊일 날이 없었고, 아빠가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 고 말하면, 남동생이 '우리 집은 대화좀 그만해야 해' 라고 말하는 지경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태 함께 살고 있으니 아빠와의 기억나는 일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아무튼, 오늘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부엌에 이런 쪽지가 있었다.





ㅎㅎㅎㅎㅎㅎㅎ 아고 우리 아빠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나 역시 아빠에게 쪽지를 써두고 자기도 한다. 이를테면 간식 챙겨가라는 말들 같은 거. 아빠, 식탁 위에 있는 빵 내일 간식 가져가세요, 라는 쪽지를 써두곤 하는데, 아빠 역시 이렇게 나한테 우산 챙기라고 쪽지로 말해준 것. ㅋㅋㅋㅋㅋ 물론, 쪽지보다는 문자 메세지로 더 많이 전달하긴 한다.






이렇게 보니까 나는 세상 건조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아빠는 우리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너무 많이 해줘서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만좀 해, 그놈의 사랑'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한 번은 친구가 '너네 아빠가 감정 표현을 너무 잘하는 분이셔서 너도 감정표현을 잘하게 된 것 같아' 라고 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물론 아빠랑 싸울 때도 많다. 무엇보다 나는 대들기를 잘하고, 아닌 것 같은 상황에서는 버럭버럭 아빠한테 화도 낸다. 그래도 평소엔 이렇게나 다정하게 지내는 편인데, 그래서 친구들은 내게 의문을 표했었다.


"너네 아빠는 너무 좋고 너랑 친하고 다정한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꼴페미가 된거야?"



그러게? 하하하하. 그러네?

내가 나도 모르겠는데 하는데, 다른 친구가 나중에 그랬다. 자기 아빠도 누구보다 다정하고 자기랑 친하다고. 그런데 자기는 꼴페미가 되었다고. 이 친구는 나보다 더 훨씬 전에 꼴페미가 되었지. 우리의 아빠들이 다정해도, 우리랑 친해도, 우리는 가부장제가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 알고, 이렇게 다정하고 친한 아빠여도 가정 내에서 무수한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자꾸 대들어야 할 일들은 생기기 마련이야... 그리고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그 많은 남자들.......

꼴페미가 될 수밖에 없어...




나는 아빠에게 '아빠, 나는 아빠보다 타미를 사랑해, 이건 어쩔 수가 없어' 라고 말하곤 한다...




친구에게 방금전에 문자메세지가 왔는데, 여성의 날인데 차 한잔 하자며 스벅카드를 보내온 것이었다.

어떻게 내 주변엔 이렇게 센스있는 친구들이 가득하지?

나도 따라해야지!! 이거 너무 좋은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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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2018-03-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 2018-03-08 15:08   좋아요 0 | URL
흐흣

프레이야 2018-03-0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해요, 다락방님.
다정다감하신 아빠네요.

다락방 2018-03-08 15:08   좋아요 0 | URL
네 엄청 다정하시고 엄청 사랑이 넘치세요. 단, 가족에게만 그렇습니다. 하핫

단발머리 2018-03-0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아빠의 다정다감함과
친구의 따뜻한 센스가 더해져 다락방님은..
오늘날 이 다락방님이 되었네요~~
기뻐요~~~^^

다락방 2018-03-08 15:0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아빠의 어떤 성격, 어떤 부분들을 무척 싫어하지만, 제가 그런 점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왜 싫어하는 걸 닮는지, 원 ㅠㅠ

2018-03-08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3-09 09:0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가 가족에 있어서라면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오후즈음 2018-03-0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버님 넘 스윗하신 분이신가봐요. 짧은 문자에도 다정함이!!!

다락방 2018-03-09 09:10   좋아요 0 | URL
네 다정함과 스윗함이 넘치시는 그런 분이십니다 ㅋㅋㅋㅋㅋ

2018-03-08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9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3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4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