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케세슈니테(스위스식 치즈 토스트)

부제: 청국장은 맛있어요!






며칠전에 《원나잇 푸드트립》 스위스 편을 봤다. 이특이 스위스에 가 맛있는 것들을 먹는데, 스위스 물가가 진짜 엄청난거다. 게다가 엄청 치즈치즈해. 치즈아닌 것도 있었겠지만, 이특은 어쨌든 치즈치즈한 걸 먹어.. 아무리 치즈를 좋아해도 저렇게 먹는 거 자기도 힘들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쨌든.


그렇게 먹는 것들중에 토스트에 치즈를 잔뜩 올린 게 있었다. 만드는 건 엄청 간단해 보였다. 식빵 한 쪽에 치즈 올리고 슬라이스 햄 올리고 계란 올리고 나중에 모짜렐라 치즈 얹어서 오븐에 구워내는 것. 이 엄청 간단해 보이는 게 우리나라 돈으로 28,000원 정도를 하는거다. 헐. 저것이 뭐시여, 저래도 되는것이여... 저거 나도 만들겠구먼.....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맛은 있겠지만, 저게 28,000원 주고 먹을 것이냐, 라고 하면... 오천원 정도면 되겠구먼 싶었던 거다. 아 너무해... 내가 금방 뚝딱 만들어낼 수도 있겠구먼! 하다가,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보자!! 하는 굳은 의지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만들어도 저거보다 낫겠다, 같은 거는 사실 자기가 만들지 않으면서 하는 말로는 너무 부질없고 의미없지 않나. 내가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말이다. 



기회는 어젯밤! 마침 엄마랑 아빠는 식사후에 실실 산책을 다녀온다 하셨고, 나는 그 김에 엄마한테 식빵좀 사다달라 부탁했다. 내가 야식 만들어줄게~ 하고 큰소리 치고서는. 그렇게 엄마는 식빵 한봉지를 들고 오셨고, 나는 부엌으로 나가 프라이팬을 꺼냈다. 오븐은 없지만 프라이팬 있으니까 됐지, 뭐. 슬라이스 햄은 없지만 스팸 있으니까 됐잖아?



자, 나는 프라이팬을 달구고 거기에 버터를 잔뜩 넣는다. 그리고 버터가 잔뜩 깔린 프라이팬에 식빵을 세 조각 넣었다. 그리고 자잘하게 썰은 스팸을 그 위에 올렸는데, 올리고나니까, 이거 어떻게 익히지? 하는데 생각이 미친다. 흐음. 그럼 다시 잠깐 바닥에 굽자, 하고는 식빵위에 올려졌던 스팸을 바닥으로 내려 좀 굽는다. 그 사이에 식빵도 구워지고 있어서 한 번 뒤집는다. 뒤집은 식빵위에 다시 스팸을 올리고 그 위에 체다치즈를 올리고 그 위에 계란을 하나씩 깨올린다. 앗. 그런데.. 계란이 내 생각대로 식빵위에 가만 있질 않고 자꾸 옆으로 흘러내리네? 어쩌지? 어떻게든 노른자라도 올려보려고 하지만 .. 계란은 내 마음대로 안되네? 아 제기랄..이거 망삘이다...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위에 나는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아주 듬뿍 뿌린다. 이제 치즈가 녹으면 먹으면 되는데, 치즈는 아직 녹지 않고, 어? 그런데 식빵 괜찮나? 하고 잠깐 들춰보니 밑에가 타기 시작한다. 아... 겁나 망삘이네... 어떡하지... 치즈는 안녹았고..... 식빵은 타들어가고. 아 jot 됐네.. .어떡하지..... 그러다가 나는 또 문제해결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사람답게!!!!!!!!! 전자렌지에 녹이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뛰어나, 뛰어나다 진짜..


그렇게 접시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식빵 세조각을 차례대로 올리고 그렇게 전자렌지에 넣고 1분을 돌린다. 으음, 아직 남은 치즈가 있다. 30초를 더 돌린다. 이제 다 되었다. 그렇게 꺼내어 식탁에 차려두고는 엄마랑 남동생을 불렀다. 다들 와서 야식 먹어~ 스위스에서 이특이 먹었던 거야~ 하고.





엄마가 빵터져서 이게 뭐냐고 하고 남동생은 '이특은 대체 뭘 먹은거냐'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포크와 칼을 가져와서 써는데 식빵이 밑에는 탔고... 엄마는 왜 태웠냐고 했고...내가 태우고 싶어서 태웠나...프라이팬이라서 태웠지...... 아무튼 먹는데, 다들 한입씩 먹고는



엄마: 와인 마실까?

남동생: 맥주 마셔야겠는데.


느끼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남동생은 나한테 돼지되고 싶어서 만든거냐고 ㅋㅋㅋㅋ 도대체 이거 칼로리가 얼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도 먹기는 계속 먹어가지고 ㅋㅋㅋㅋ 그런데 아무튼 이대로는 나도 못먹겠는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짜고 느끼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평소에 마시지도 않는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토욜에 술을 미친듯이 마셨는데 오늘 또 술마실 수 없지 하고는 콜라를 계속 먹고, 그렇게 간신히 이 간식을 다 먹고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뭔가 씅에 안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술하고 같이 먹었어야 되는데 느끼함이 남아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저녁에 엄마가 '내일 아침에 먹자'며 청국장 끓여둔 걸 기억하고는, 나 청국장 먹을래, 하고 한그릇 가득 퍼왔다. 엄마랑 남동생이 '나도 숟가락 줘' 해가지고 또 셋이 같이 청국장을 흡입했는데, 청국장이 세상 맛있는거다. 평소에 청국장 잘 먹지도 않는데. 나는 아마도 청국장을 먹기 위해 스위스식 치즈 토스트를 만들었나 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는 안만들어야 하는걸까 생각했지만, 사진을 보니 계란이 제일 마지막이었네? 흐음.... 어쩐지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조금 더 완성된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다음번에는 금요일밤 이런 때에 만들어서 와인 안주를 근사하게 해봐야겠어. 그때는 계란을 맨 마지막에!! 그런데 식빵 밑은 어떻게 안태울 수 있지? 흐음....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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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1-1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국장 사진을 보고싶어요!

다락방 2018-01-15 09:28   좋아요 0 | URL
청국장 사진을 안찍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토록 의지가 된 청국장이었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1-1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1-15 09:49   좋아요 0 | URL
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8-01-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거 드시고 함께 청국장을 드시는 아름다움 가족이 떠올라 웃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햄이랑 계란은 따로 익힌 후에 올리지 않았을까요.. ㅎㅎ 그래도 맥주와 함께라면 맛있었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18-01-15 11:13   좋아요 0 | URL
저도 햄을 따로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먹다가 했어요. 항상 좋은 생각은 나중에 떠오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다시 한 번 도전해서 아름답게 만들어봐야겠어요. 그때는 아름다운 안주로 아름답게 술까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요리 못난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