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자기전에 이 책에 대한 근사한 리뷰를 읽었다. 그 리뷰는 퍽 낭만적이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독서공감이 낭만적이기 때문이겠지? 낭만적인 책을 읽으니까 낭만적인 리뷰 나오고 뭐 그러는 거 아니야? 어쨌든 그 리뷰는 나를 추억에 잠기게 했다. 일단 어떤 리뷰였는지 링크를 걸도록 하겠다.
http://blog.aladin.co.kr/syo8kirins/9533769
그러니까 나는 아마 가끔 y 의 이야기를 이 공간을 통해 했을 것이다. 그는 나의 직장 동료였다. 과거형으로 말한 건, 그가 몇 해전에 퇴사하고 지금은 이 회사에 없기 때문인데, 퇴사 전에 그는 나와 간혹 술을 마시곤 했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마시기도 했고 나와 둘이 마시기도 했다. 내가 롤카베츠 먹고 싶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 일본 출장 갔다가 슈퍼에서 파는 롤카베츠 사진을 찍어와 보여주기도 하고, 롤카베츠 하는 식당을 알아냈다고 주말에 롤카베츠 먹으러 가자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 일요일에는 그를 만나서 롤카베츠를 하는 식당을 가기로 했는데, 막상 가보았더니 그 날은 영업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는 하는수없이 고기를 구워먹고 2차로 와인을 마시러 갔더랬다. 와인을 마시러 간 곳은 저렴한 bar 였는데, 거기에서 그는 맥주를 마시고 나는 와인을 마셨더랬다. 와인을 따라주는 바텐더에게 많이 주세요, 했더니 한 잔 가득 따라주어 내가 얼마나 씐났었는지 모른다. 그리고는 신청곡을 받아 음악도 재생시켜주길래 harlem blues 를 신청했는데, 우앙, 옆에 남자 앉아있고(응?), 앞에 와인 놓여있고, 그리고 할렘 블루스 나오고 그러니까 세상 좋아서 내가 으악 어떡해~~ 했더랬고, 내가 어쩔 줄 몰라하자 그는 옆에서 '울어도 돼요' 했더랬다. 내가 너무 좋아서 진짜 딱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그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던 기억...
이건 독서공감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 그를 떠올리면 이 날이 가장 먼저 생각나서 이 얘기가 나왔네. 어쨌든. 그 후에 그는 퇴사를 했고, 퇴사를 한 후에 가끔 나와 연락을 했었는데, 뜸한 연락 사이로 내가 독서공감 책이 나오자 띡- 하고 그에게 아무 말도 없이 링크를 보냈던 거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가끔 책을 읽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랑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던 터라 링크를 보내면 어쩌면 그가 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거다. 어쨌든. 그 후에 연락하면서 그가 종로에 맛있는 닭볶음탕집을 알고 있다며 함께 먹으러 가자고 해서 퇴근 후에 그를 만나러 종로로 갔는데, 그 집은 정말 맛집이었는지 줄을 서 있더라. 줄을 서 기다리는 동안 그는, 나를 만나러 오기 전의 예의 같은 거라며, 밤새 독서공감을 다 읽었다고 했다. 아 뻘쭘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감상을 아이폰 메모장에 적어왔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우리 차례가 되었고, 테이블에서 닭볶음탕이 막 끓고 있는데, 그는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더니 자신이 쓴 감상을 읽어주겠다는 게 아닌가. 아니, 안읽어줘도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나한테 왜읽어줘 뻘쭘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주기 전에 그는, 자신이 아는 사람중에 책을 낸 사람이 또 있고 그래서 그 책도 읽었었는데, 내 책이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어쨌든 그는, 끓고 있는 빨간 닭볶음탕을 앞에 두고, 내 앞에 마주 앉아, 자신이 메모장에 기록해온 독서공감의 리뷰를 읽어줬다. 아 듣는 동안 부끄럽고 뻘쭘해서 빨리 끝나기를 바랐었지. 그치만 내 글에 대한 감상을 듣는 건 즐거웠어. 결론적으로 그가 쓴 감상의 주제는 그거였다. '이 여자랑 사귀고 싶다면 이 책 먼저 읽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얼마나 부끄럽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우리는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가며 소주를 마시고 닭볶음탕을 먹었다. 닭볶음탕은 그런데, 내가 좋아할만한 딱 그런 타입은 아니어서, 내가 다시 찾을 곳은 아니긴 했다.
아무튼 오늘 저 링크된 리뷰를 읽다보니 이 y 생각이 나는 거다. 리뷰의 느낌이 비슷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그와 동동주 마시러 갔던 일도 생각나고, 둘이 갈비 먹으러 갔던 것도 생각난다. 화장실 좋은 갈비집이었는데, 자신은 술집을 차린다면 반드시 화장실을 좋게 만들고 안에다 만들거라는 얘기를 했던 것도 기억난다. 오래전이었는데, 술집 화장실은 여자들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가자는대로 따르게 되어 있다며, 결국은 손님을 많이 끌기 위해서라도 좋은 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우리가 둘이 따로 만난 횟수가 별로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기억을 떠올려보니 함께 순대국도 먹으러 갔었네. 물론 소주랑. 또 을지로 노가리집에 갔었다. 내 입에 계란말이 넣어주겠다는 걸 내가 한사코 거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정말 맛있는 보쌈집이라며 같이 가자고 해서 종로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찾아갔던 보쌈집도 생각나고, 이자까야에 갔던 적도 있다. 야, 양재에서는 맛있다고 소문난 족발집을 가기로 해서 둘이 함께 가는데, 퇴근 후라 그가 양복을 차려입고 있어서, 함께 걷는 동안 그냥 양복 쫙 빼입은 남자랑 걷는 것도 혼자 흐뭇해했던 기억도 있다. 아, 우리 되게 뭔가 많이 먹으러 다녔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한번은, 그가 퇴사하기 전이었는데, 여름 휴가 끝나자마자 그가 메신저로 다정하게 말을 걸어 휴가 잘 다녀왔냐 묻는데, 어, 뭔가 평소랑 느낌이 달라, 내게 요구하는 게 있는 듯한 느낌이야? 그래서 뭐냐, 너 할 말있지,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방범2권 좀 빨리 빌려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휴가 가기 전에 1권 빌려줬었는데, 이 친구가 그걸 읽고는 다음권이 궁금해서 이제나저제나 나 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그와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가 취직은 했는지, 어떻게 사는지 소식을 전혀 모른다. 아마 그도 내 두번째 책이 나온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어쩌면 우리가 여태 알고 지냈다고 하더라도, 내가 헬페미가 되는 순간.... 멀어지게 됐을지도 모른다. 사람일은 알 수 없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나는 워낙에 책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책읽고 글 쓰는 일은 진짜 좋은 것 같다. 하면 할수록, 반복될수록 즐거움이 크다. 오래전에 써둔 글을 읽는 것은 오글거릴 확률이 더 크지만, 그 때의 기억과 느낌을 확 불러내주는데, 그게 또 그렇게나 좋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한 남자 때문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아아 어쩌지 사귈까 말까-, 지난 일기를 읽다보니 과거의 어떤 연애를 앞에 두고 내가 똑같은!! 고민을 한 기록이 있더라. 오오. 내가 이랬었구나, 오오 지금이랑 똑같은 갈등을 하고 있네.... 그때는 '한 번 해보자' 를 선택했었고 이번에는 '하지말자'를 선택했다. 뭐가됐든 어떤 선택을 했다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남는 법.
나에게 기록은 의미있다. 이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올 터.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자고, 열심히 읽고 쓰면서 또 생각한다. 내가 이것을 좋아한다면, 내가 좋아할만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크다. 그리고 정말 좋다. 읽고 쓰는 게.
책 읽는 게 너무 좋은데, 진짜 너무 좋은데, 정말 너무 좋은데, 그래서 이 기쁨을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았으면 좋겠는데, 오만년전에 남자아이들하고 술 마시다가 '책 좀 읽어라' 고 말해서 대판 싸운 적이 있다. 감자탕 집이었지... 하하하하하. 나한테 아무리 좋은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순간 강요가 되어버리니 이제는 책 좀 읽어라, 하고 서투르게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게 뭐든, 공부든 운동이든 독서든, 다 자기가 깨달아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여..
아, 좋은 아침이다. 낭만적인 리뷰도 읽고(이건 어젯밤에 읽었지만), 그 리뷰로 인해 과거에 좀 만났던 남자 생각도 하고(응?), 내가 만들어온 샌드위치도 먹고(계란+살라미+치즈+딸기쨈), 좋구먼...
행복은 이렇듯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만든 샌드위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