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포르투갈에 대한 찬양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특별할 것도 없었던 나의 포르투갈 여행을 떠올리게 하며 하염없이 포르투갈 앓이를 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부터 포르투갈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이번에 간다면 지난번처럼 짧은 일정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육개월쯤 장기체류를 해보고 싶어진다. 오 년이어도 좋고. 그러려면 언어를 배워야 할텐데, 그러면 배우면 되지, 그렇지만 공부... 힘들잖아, 하고 혼자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민을 하면서, 가자, 포르투갈로 가자, 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최윤필의 《가만한 당신》 읽고 있는데, 이 책처럼 가만한 책들을 여러권 싸들고서는 슝- 포르투갈로 날아가고 싶다. 그 누구도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낯선 곳 그 어디에 가서도 누구든 사귈 수 있으니, 혼자서 슝- 날아가서 느지막히 눈을 떠 책을 읽다가 배가 고프면 어슬렁어슬렁 나가서, 아침 점심 저녁, 매 끼니마다 와인을 옆에 두고 식사를 하고 싶다. 골목골목을 산책하고, 어제보다 조금 늘은 포르투갈어로 낯익어진 이들에게 인사하면서, 그렇게 머물고 싶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엽서를 띄우고 싶다.



"나 여기에 좀 더 머무르려 해."




기초를 다지는 일은 중요하다. 이미 여러권의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이 책을 건너 뛰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긴 하지만, 기초가 튼튼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이 책을 주문했다. 새해 첫 주문이다. 


요즘 페미니즘 도서를 살 때는 나의 일곱살 조카를 생각하게 된다. 이미 페미니즘이 장착되어 있는 이 아이가 언젠가 본격적으로 공부할 날을 위해서, 아니면 일상속에서 느끼거나 의문을 가졌을 때 언제나 딱- 들이밀기 위해서, 쉬운 페미니즘 도서를 책장에 꽂아두고 싶어진다. 칠 살 조카는 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지난 주말에는 '난 책 싫어'라고 얘기하더라. 난 좀 슬펐어... ㅠㅠ


그렇지만 이번에도 내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뽑아들고는, 이모 이건 무슨 책이야? 심드렁하게 묻는다. 읽어달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물으면 간단하게라도 답해줘야 하는데, 이번에 우연히 뽑아들은 책은 《양성 평등 이야기》였고, 나는 아직 사두고 읽지 않긴 했지만, 조카에게 '남자와 여자 모두 평등하다는 이야기야' 라고 말하면서, 아아, 읽지 않아도 이렇게 꼽아두자, 이것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라고 생각했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는 나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이 책이 필요할지도 모를 칠 살 조카를 위해서 구매했다.




내가 살면서 억만장자랑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고 알고 지낼 기회도 없었다. 가까운 사람의 아는 사람으로라도 억만장자가 없다. 억만장자가 노는 세계는 아마도 내가 노는 세계와 달라서일 것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데, 그래서 내게는 억만장자 친구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억만장자랑 결혼이라고? 어림도 없다. 나는 여태 늘 가난한 남자만 만나왔다. 내가 앞으로 다른 연애를 한다고 해도 나보다 월등하게 돈을 많이 벌 남자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남자가 와도 이제는 싫다. 나는,


연애를 끊었다. 


굿바이, 연애...


랑은 아무 상관없는 책이고, 일전에 페이퍼 한 번 쓴 적 있지만, 이 책 너무 읽고 싶어서, 내가 오늘 새해 첫 주문한 책들 중에, 배송되어 오면 가장 먼저 읽을 책이다,


라고는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언제 끝낼지 모르겠다. -0-

그리고 사실 나는 책 주문할 때마다 '오기만 해봐라 바로 읽어주겠다!'의 마음이긴 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읽지 않은 채 쌓이고 있지..... =3=3=3=3







나 이거 내용 진짜 1도 모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읽어야 재미있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에 영화로도 나왔다길래, 영화보기 전에 읽어보자라고 생각해서 주문했다. 영화는 볼지 안볼지 모르지만, 어쨌든 읽어주겠어! 어떤 내용일지 기대기대. 새해 첫 주문에 들어간 소설 되시겠다.









위에 언급한 책들 말고도 두 권 더 샀는데, 5만원이상 구매해서 2천점 마일리지는 받았지만, 굿즈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아, 페미니스트 다이어리 선택가능하던데, 나 다이어리 돈 주고 산 걸 쓰고 있고, 또 있어봤자 쓸 일도 없을 것 같아 선택 안했다........선택할 걸 그랬나? 흐음... 



오늘 산 책들 가지고, 그리고 내 방 책장 앞에 서서 몇 권을 꺼내들고 캐리어에 넣어서는 슝- 포르투갈로 날아가고 싶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을 수 없다면, 나는 포르투갈에 머물기로 했다, 같은 걸 쓸 순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젠가 외국에서 살아보겠다는 꿈을 열다섯살 때부터 갖고 있었고, 사주 봤을 때도 내가 그리 될거라 말했지만, 막연히 그게 미국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미국에서 살고 싶었고. 그런데 요 며칠간 미국에 딱 박아 두었던 축이 포르투갈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아침에는 포르투갈에 장기간 체류한다면, 영주권까지 얻게 된다면... 그렇다면 그 후엔 어떤 삶이 펼쳐질까...를 잠깐 생각해봤다.



나는 혼자서 동네 사람들과 안면을 틀 것이고, 나름의 패턴을 만들어 갈 것이다. 아주 자주 와인을 마실 것이고,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질 것이다. 텃밭..은 잘 모르겠다. 내가 가꿀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를 사귀는 것쯤은 자신있다! 어쩌면 모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리스본에서 한국어로 페미니즘 도서 읽는 모임 같은 거 하면, 어쩌면 세명에서 네명쯤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모임이나 친근한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는 소중한 이들 불러서 파티를 하고 싶다. 좋아하는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나누는 그런 파티. 와인이 모자라는 일은 없게 하겠다. 고기가 모자라는 일도 없게 하겠다.


가끔은 고국의 친구들을 내가 있는 곳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이유로 여기로 여행올 때 나를 떠올리며 만나자고 하는 이들이 더러 있겠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근한 이들이 아니라면, 나는 '니가 알아서 여행하라'고 단호하게 거절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만나야지, 만나서 그들 여행의 하루 이틀쯤은 내 집에서 머물다 가라고 해야지. 와인을 대접해야지. 그들중에 더, 더, 더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호텔을 잡지 말고 나랑 같이 있다 가라고 해야지. 여기가 화장실이고 여기가 부엌에야, 여긴 네가 잘 곳이지. 와인은 항상 여기에 준비되어 있고, 너를 위해서 맥주도 한가득 쌓아뒀어, 언제든지 먹어, 라고 말해줘야지. 



그렇지만 2017년 1월 18일 현재의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페이퍼 쓰고 있다.......................Orz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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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1-1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오늘 일빠요. 저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읽고 포루투칼 넘 가고 싶어졌는데 일단은 처자식 먹여살린 다음 생각해봐야 겠어요. ^^

인생 참.....

다락방 2017-01-18 15:39   좋아요 0 | URL
오늘 일빠 감사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읽을 때는 이렇게까지 막 가고 싶지 않았더랬는데, 어휴, 지금은 그냥 아주 당장 날아가고 싶어 미치겠네요. 오래 머무르거나 정착하고 싶어요. 제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요?

인생 참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지만, 시이소이님, 아주 오랜 후에는 우리가 포르투갈에서 커피 한 잔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걀부인 2017-01-1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알라디너 모임 할까요? ^^

다락방 2017-01-18 15:39   좋아요 0 | URL
어머! 너무 근사합니다! 달걀부인님, 이번 여름(엔 계획이 있어서) 말고 내년 여름 어때요? ㅎㅎㅎㅎㅎ 아 뭔가 좋으네요 ♡

달걀부인 2017-01-1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군요!! 내년 여름엔 또 어떤 다른 책에 꽂힐지 모르니.. 그 때...가고싶은...슝~ 나라로 정하심이... ^^ 전 내년 여름에 중국에 있어요.... 중국 어디로 오시다면, 제가 게스트가 될 용의가 ..있습니당..ㅋㅋ 시이소오님도요. ㅎㅎ

다락방 2017-01-18 15:51   좋아요 0 | URL
크- 네. 내년에 어디를 가고싶어질지, 결국 어디로 갈지 아직은 모르지만, 혹여 중국에 가게 된다면 뵙고 싶습니다!! >.<

시이소오 2017-01-18 15:58   좋아요 0 | URL
달걀부인님, 일부러라도 가고 싶어요 ㅋ

락방님, 꼭 오랜시간이 지나야 가능한건가요?
커피 ㅋ

다락방 2017-01-18 16:03   좋아요 0 | URL
가능하면 앞당겨 봅시다 ㅋㅋㅋㅋㅋ

달걀부인 2017-01-1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 해외 벙개라니!!! ㅋㅋㅋ

다락방 2017-01-18 16:17   좋아요 0 | URL
두근두근합니다! >.<

비연 2017-01-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사무실에서...사무실에서...ㅜㅜㅜㅜㅜㅜ

다락방 2017-01-18 19:05   좋아요 0 | URL
인생이란 게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흙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