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의 달리아 화원에서 돗코누마로 오르는 케이블카 리프트 안에서 설마 당신과 재회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너무 놀란 나머지 돗코누마의 승강장에 도착할 때까지의 20분간, 거의 말을 잊어버린 상태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p.5)


윗 부분은 이 책의 첫부분이다. 첫 장의 첫 문장 그리고 첫 단락. 
















위의 인용문에서는 케이블카 리프트 안에서 '재회' 했지만, 아아, 케이블카 리프트 안에서 '처음'만나는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떠올라 버린 것이다!!





중학생이었을 때, 텔레비젼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진짜 너무 좋아서, 나도 이렇게, 소피 마르소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시력이 매우 안좋아서 안경을 꼈었는데, 영화속에서 소피 마르소는 공부할 때만 안경을 끼더라. 그래서 잠깐동안, 나도 공부할 때만 안경을 껴야지, 소피 마르소처럼, 하고 따라해봤지만, 아아, 안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생활이 불가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눈도 어느 정도 나빠야 말이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케이블카 안에서 첫 눈에 반하게 되는 미모로운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니, 미모로운 이라는 형용사 보다는 '매력적인' 이 더 맞을 테다. 미모롭다고 다 반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 내 경우엔 잘생긴 남자한테는 별로 호감이 안가고, 다른 부분의 매력이 어필하곤 하니까. 케이블카 안에서 만나는 게 소피 마르소라니, 맙소사, 이건 영화일 수밖에 없구먼...


자,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사람은 자기 아내에게 이번 사건의 개략을 대체 어떻게 설명할 속셈인 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처도 거의 나았고 드디어 그때가 온 게 아닐까? 날씨도 좋고 병실 안은 난방이 잘되어 있어 더울 정도니 오늘이라면 저도 냉정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침대 아래 수납 상자에 갈아입을 옷을 넣으면서 '그럼 설명해 주세요. 제가 제대로 납득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생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과는 전혀 딴판인, 가시 돋치고 귀여운 데라곤 하나도 없는 말이었습니다.
"비싸게 치렀네요, 이번 바람기." 이렇게 말하고 나자 이미 수습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역시 평범한 여자였다는 것, 게다가 아직 철없는 게집애에 불과했다는 것을 지금은 뼈저리게 느낍니다. (p.26-27)



상황은 이렇다. 여자는 케이블카 리프트 안에서 십 년전에 헤어진 이혼한 전(前)남편을 우연히 맞닥뜨린다. 그 만남이 있은 후 집에 돌아와 물어물어 그의 주소를 알게 되고 그렇게 편지를 보내는 거다. 그 편지에서는 그들이 이혼하게 된 결정적인 일에 대해 얘기하는데, 당시 그들이 부부였을 때, 남편이 다른 여자와 동반자살 시도로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거다. 나중에는 동반 자살이 아니라 여자쪽에서 남자를 찌르고 자신도 자살을 한거였고, 남자는 부상을 입고 끝났지만 여자는 끝내 사망했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 남편이 부상에서 거의 회복해가자, 여자가 저렇게 '비싸게 치렀네요, 이번 바람기' 라고 비아냥댄거다.

남자가 죽을 의도가 없었고 또 죽지 않았다는 것, 회복했다는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저 부분을 읽다가 정말 

?????????????????????????????????????????????????????


이렇게 물음표 이천 개 상태가 되었는데, 다른 여자랑 모텔에서 잠들다가 부상당한 남편을 대하는 아내가 어떻게 '귀엽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나. 아니, 왜 그래야 하나????? 그 남자가 지금 다치고 회복중이라고 해서, 그래서 내가 귀엽게 말해야 하나? 내 말에 가시가 돋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닌가? 내가 아내인데, 나랑 연애하고 나랑 결혼했고 나랑 살고 있는데, 그런데 모텔에서 다른 여자랑 자다가 다쳐서 발견됐다면, 내가 빡치고 화나고 배신감 느끼고 절망하는 건 당연하잖아? 그런 기분인데 남편 몸상태 생각해서 귀엽게 말해야 되나?????????????? 뭐야, 이 여자 착한여자 컴플렉스, 뭐 그런건가? 그 상황에서 차분하게, 

당신 바람을 피웠더군요. 훗. 괜찮아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래야 되나?????


귀여움은 그렇게 아무데나 발현하는 게 아닌데..... 


나는 만약 내가 남편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가시돋친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지, 차분하거나 귀염성있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를 이 상황에 대입시켜 보았다. 그 남자가 나랑 연애하고 나랑 결혼해서 나랑 살고 있는데, 업무차 손님 접대한다고 나가서 다른 여자랑 모텔에서 부상당한 채 발견됐다...는 상황이라면, 나는 그의 회복을 기다렸다가, 당신이 살아난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에요,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이것만으로 어디에요, 이 하늘아래 당신과 함께 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해요, 살아줘서 고마워요, 바람 피는 것쯤은 넘길 수 있어요, 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까? 하고 상상을 시작했는데, 와....

딥빡침이 몰려와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런 미친....어휴........

일단 나라면, 회복때까지 기다리긴 할것이다. 몸도 성치 않은 사람에게 승질을 낼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회복이 되면, 냉정하고 차갑게 말할 것이다. 냉정하고 차갑게 말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될 것이다. 부드러운 말투라든가 귀여운 말투 따위..... 이런 상황에 나에게로부터 끌어낼 수 없다. 무슨 개똥같은 귀여움이야..

그리고 집에 와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며칠간 술만 퍼마시겠지. 그는 왜 나랑 결혼했을까, 그 여자를 언제부터 만났을까, 그 여자랑 무슨 사이일까, 왜 그여자랑 모텔에 있었던걸까, 나랑 결혼한 건 그냥 내 외모 때문이었나(응?), 결국 사랑한 건 그여자였나, 그여자를 정말 사랑했다면 내가 끌어안고 자던 건 그의 그림자였나, 이런 상태에서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붙잡는 게 맞는걸까, 그를 보내줘야겠지... 기타등등. 절망적이고 좌절스런 마음에 ...아, 갑자기 노래 가사 떠오르네요.


♪♬ 혼자 서운한 마음에 ♪♬♪♬ 지쳐서 숨어버렸니.....♪♬


그 배신감, 절망감, 좌절감, 슬픔.....을 모두 끌어안고 내가 어떻게 귀엽고 착하게 말해? 내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해?? 내가 왜 그래야해? 나쁜 짓을 한 건 내가 아닌데,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내가 왜 귀엽게 말해야 해??? 



그래서 이번에는 어쩌면 귀엽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딱히 사랑하지는 않았던 남자들을 대입해서 상상해보기로 했는데, 그러자,

상상하기 싫어졌다. 

사랑하지 않았던 남자들을 대입해서 나랑 사는 걸...상상하는 건...... 에너지 낭비야. 내 머릿속에 생각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것까지 상상하고 있냐...그만두자. 패쓰.


자, 가쓰누마 아키 님.
당신은 귀염성있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겁니다. 가시돋친 말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해요. 그건 당신이 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정당한 분노를 가슴 속에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겁니다. 당신은 앞으로도, 화난 상황에서 귀염성 있게 말할 생각을 1도 하지 않아도 돼요. 귀염성 있게 말하고 싶다면, 그건 둘이 알콩달콩 사이 좋을 때, 그때 말하면 됩니다. 이 나의 경우에도 말이죠, 사이가 좋을 땐 귀여움이 폭발해요.

음.. 이건 뻥이고요.


어쨌든 당신은 남편 때문에 화난 상황인데, 서운하고 속상하고 절망했는데, 거기에대고 어떻게 귀엽게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만약 거기다대고 귀염성 있게 말한다면, 그건....누군가 대본을 써준 게 아닐까요? <귀염성 있게 말한다> 하고 말이지요. 당신은 그 상황에, 당신 기분대로 잘 한겁니다. 물론, 그렇다해서 속이 시원해진 것도 아니고, 결국 펑펑 울게되었지만 말예요.




아무튼 그래서 어제 퇴근길부터 금수 를 읽고 있다.



꿈을 꿨다. 지독한 악몽이었다. 새벽에 남동생이 술마시러 나간다고해서, 이 새벽에 어딜 나가냐, 하고는 어쨌든 다녀와라, 해서 집에 나 혼자만 남게 됐는데, 남동생이 나가고 문을 닫으려는 찰나, 엘레베이터가 열리더니 덩치 크고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내리는 거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앞 호수와 우리 호수, 이렇게 딱 두 호수만 사는 작은 동이니, 저 남자가 이 층에서 내린다면 앞집이나 우리집을 오려는거고, 지금 시간이 새벽이니 누구 집을 가든 '옳지 못한' 상황일 것이다. 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얼른 문을 닫고 잠그려는데, 어찌나 문이 천천히 닫기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확 닫히질 않는거다. 그런데 이 남자는 내가 닫으려는 우리집 출입문을 닫고 열려고 한다. 나는 완전히 잠그지는 못했지만, 약간만 열리는 체인을 간신히 걸어놓은 상황, 그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웃집에 이사왔는데 인사를 하고 싶다는 거다. 나는 '지금은 새벽이니 내일 낮에 인사오세요' 했다. 그러자 그는 지금 꼭 인사를 하고 싶으니 문을 열라는 거다. 그래서 아니요, 지금은 잘 겁니다, 잘 시간이에요, 다음에 오세요, 하고는 가까스로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자 그는 주먹으로 문을 쾅쾅 치면서, 문 열어! 인사하자고!! 하는 게 아닌가. 집에 나는 혼자뿐이라 저리 가세요, 돌아가세요, 가란 말입니다! 맞서 소리질렀는데, 그는 이제 발로 문을 쾅쾅 차면서 문을 열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안돌아가시면 경찰 부르겠어요!' 하고 소리질렀는데, 그는 불러불러 하며 계속 우리집 문을 발로 차다가 ... 어휴, 내가 꿈에서 깼네. ㅠㅠㅠ

새벽에 깨고서는 어찌나 무섭고 후달리던지 잠깐 불을 켰다. 불을 켜고 심호흡을 하고, 저쪽 방에 남동생이 자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러고나서 다시 잠을 청했는데, 아아,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거려... 결국 어젯밤에는 한시간에 한번씩 잠을 깼다. 아 힘들어..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아지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를 생각하다가, 불현듯, 태민과 헨리 생각이 났다. (응?) 일전에 둘이 함께 노래부르며 춤추는 영상을 본 기억이 갑자기 머릿속에 똭- 떠오르면서, 그걸 다시 보자, 나 그거 볼 때 너무 좋았어!! 했던 거다. 그래서, 네, 다시 보게됐습니다.!1





아...진짜 너무나 좋다. 노래 부르고 함께 춤추는 것도 너무나 좋지만, 헨리 봐라, 저런 팔....저런 팔로...섬세하게 피아노를 쳐....아......뒤로 쓰러질 것 같아.......저런 팔이라면 사실 피아노를 쳐도, 파를 썰어도, 계란을 깨도, 그림을 그려도, 글씨를 써도...그러니까 뭘 해도 멋지겠지. 인력거꾼을 해도 멋질 거고, 배관공을 해도 멋질 거야. 저런 팔이라면 그냥 뭘해도 멋질 거야. 그런데 피아노를 쳐. 저런 팔로................... 아 진짜 현기증 난다. 넘나 좋은 것...

버스 안에서도 보고 걸으면서도 봤다. 이 둘이 함께 춤추는 것도 진짜 너무 좋은데, 헨리가 저런 팔로 피아노 치는 걸 보는 건 진짜 큰 기쁨이다. 하앍하앍-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어디 조용한 골방 같은데 숨어 들어가서 이 영상이나 무한반복 했으면 좋겠고요...........
그 팔, 잘 관리해요. ♡




그나저나 벌써 11월이구나. 슬슬 다이어리를 준비해야 겠는데,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이번에 작은 사이즈가 없고, 커피빈 다이어리는 이번에 쓰던 것과 똑같네...이 둘다 엔지...... 문구점에 가서 골라봐야 하나..........그냥 커피빈 .. 살까...... 고민이로구나. 인터넷으로 구경할까........... 어쨌든 11월이다. 


11월....


댓글(2) 먼댓글(1) 좋아요(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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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 자신을 후려치지 말아요.
    from 마지막 키스 2016-11-07 08:54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은 직업이 없다. 직업이 없어도 뭐 큰 상관은 없다. 아버지가 부자라서, 오히려 도우미까지 두면서 살고 있으니까. 첫남편이 다른 여자랑 모텔에서 상처입은 채로 발견되어 이혼을 한 후, 그를 사랑했으므로 펑펑 울었지만, 아버지가 마음 다독이라며 돈을 주고, 여자든 그 돈을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지낸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그녀는 차를 마시고 생각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지낸다. 틈틈이
 
 
단발머리 2016-11-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피 마르소를 보면, 진화론을 의심하게 되죠.
저 얼굴이, 저런 얼굴이, 저 라인이, 저런 분위기가 정말 우연입니까? 정말이요????????
그 많은 시간을 같이 흘러왔던, 버텨왔던 내 얼굴은요.
나는 왜 나이고, 저 이는 소피 마르소입니까? 어째 저리 예쁩니까? 어쨰서... 저리 이쁜가요.ㅠㅠ

피아노 치는 아름다운 팔에 대해서라면, 이 동영상을 살포시 추천합니다.
얼마전 박효신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왔던 영상인데, 화면이 좀 작기는 한데.
음질은 이게 좋네요. 장재일이.... 하하하...
https://youtu.be/Ixn7YIHdNaM
헨리와 쌍벽을 이룰만 합니다. ㅎㅎㅎ

<금수>, 저는 다락방님 리뷰만 읽을래요. 저도 빡쳐서~~~~

다락방 2016-11-04 11:10   좋아요 0 | URL
소피 마르소 진짜 너무 예쁘죠. 와... 입이 안다물어져요. 정말이지, 왜 저런 얼굴이 있고, 왜 거울 보면 보이는 이런 .. 얼굴이 있는걸까요? 그렇지만..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또 존재해야 하니까.... 그래, 이 편이 나은걸거야....라고 혼자 위로해봅니다. ㅎㅎ

아아..링크해주신 동영상 봤는데요... 이 팔도 지독하게 아름답네요. 아아. 팔을 유독 사랑하는 제게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아아아아아아. 정신차려, 이건 박효신 노래 동영상이야, 피아노치는 남자 팔 동영상이 아니라고, 주제에 집중해, 옆길로 새지마! 라고 해봤자 전 팔만... 팔이... 오, 팔입니다. ㅠㅠ 전 진짜 남자 팔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