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굴

으응, 어떤 책인가, 하고 들춰보았더니 그림이 많다. 글은 짧은 글과 긴 글이 섞여 있다. 음식에 대한 얘기라고 해서 오오, 하며 첫 장을 넘기다가, 앗, 아는 게 나왔다며 좋아하고 있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의 저 굴 먹는 장면에 꽂힌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씐난다! 그 책 읽다가 내가 화이트 와인에 굴 먹고 싶다고 얼마나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던가. 그래서 결국 굴을 먹기도 했었다!! >.<

다른 사람들도 그 장면에 매혹됐었다는 걸 생각하니, 뭐랄까, 후훗, 좋다. 그러니까, 역시 먹는 게 남는 거...

우린 알게모르게 먹는 것에 크게 매혹당하고 있어...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 제목이 눈에 띄는 <비밀스러운 사랑에 빠졌네> 라는 시는 바로 아래의 사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시이긴 한데, '그녀는 식탁을 차리고 있고'를, 나의 경우에는 '그는 식탁을 차리고 있고'로 바꿔야 적용될 수 있다 하겠다. 나는 요리 병신이라, 내가 식탁을 차린다면 있던 사랑은 사라질 것이며, 달아오르던 욕망은 식어버릴테니까....식탁은 당신이 차리는 걸로...... (  ")


그래그래, 술은 내가 사올게.




밑에 사진은 뜬금없는 영감을 받아 찍어보았다. 




그러니까 '수필'의 제목이 <굴과 레몬이 있는 정물>인 거다. 이건 마치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을 '기린'으로 지었다던 김연수의 어느 단편을 떠올리게 한다. (김연수 맞나??) 너무 근사한 설정이라, 이 설정을 차용하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언젠가, 먼훗날이든 혹은 가까운 미래든, 내가 음식에 대한 책을 쓰게 된다면(꺅>.< 음식에 대한 글 나 잘 쓸 수 있어!!), 그때 제목을 꼭 '굴과 레몬이 있는 정물' 같은 느낌으로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까먹지 말고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써먹어야지.


그런데 제목이 저거랑 똑같으면 안되니까, 또 내 정서에 굴과 레몬은 많이 친근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소주와 삼겹살이 있는 오후...는 너무 평범하다.

계란 반숙이 있는 풍경...은 그다지 참신하지 않군.

제육볶음과 당신과 나 사이....엔 소주가 있겠지.

아, 왜 뭘 넣어도 굴과 레몬이 있는 정물 같은 느낌으로 안나오지? 

다시.



김치와 햄이 있는 찌개...는 부대찌개.

꽃밭에서 낮술...은 살짝 똘끼가 느껴지나...



아... 좋은 아이디어가 도무지 생각이 안나.

쓰지도 않은 책에 제목을 붙이는 일은 역시나 어렵구나...


아싸리 대놓고 따라할까. 꿀과 자몽이 있는 정물....같은 걸로? 고등어구이와 와사비가 있는 정물.......광어회로 할까. 나는 광어회가 좋은데...



계속계속 고민해봐야겠다.
















그나저나 내가 오늘 지하철 안에서 읽을 책으로 이걸 선택했는데, 거의 두시간동안 지하철 안에 있을건데, 아, 겁나 무겁네. 급 다른 책으로 바꿀까...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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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8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9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0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5-09-19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다락방님, 저도 이번주에 읽은 책에도 《파리는 날마다 축제》의 저 굴 먹는 장면을 소개 하는 부분을 봤었는데...
그 책 제목이 뭐더라.. 아마 스테디셀러 책인《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였던거 같아요 ㅎㅎㅎㅎ
저도 화이트 와인에 굴 한번 먹어봐야겠네요~ ㅎㅎ

다락방 2015-09-20 20:50   좋아요 1 | URL
우앗,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그 책을 읽으셨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보람찬 시간이었겠네요. ㅋㅋㅋㅋㅋ (뻘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5-09-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굴 먹는 장면에^^

다락방 2015-09-20 20:51   좋아요 0 | URL
저는 굴을 좋아하진 않는데 저 장면에서 엄청 꽂혔더랬어요. ㅋㅋㅋㅋㅋ